장석민 한국교육연구소 이사장/전 한국복지대학교 총장

과학기술 발전의 두얼굴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혜택은 너무 많아 열거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한 문제점과 폐해도 적지 않았다. 과학기술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무조건적 구세주만은 아닌 것이다.

농업 및 광업분야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활용할 자원 생산을 풍요롭게 해줬다. 공업 및 제조업 기술의 발전은 생산성을 높여 값싸고 편리한 일상생활의 도구와 물품을 제공해 줬다. 교통수단의 발전 및 통신수단의 발전은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생산성을 높여 줬다.

한 연구 분석에 의하면 이렇게 해서 우리는 20세기초보다 약 100~50배 이상 잘살게 됐다고 한다.

과학기술 발전의 긍정적 혜택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작용과 폐해가 뒤따르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세기 전반 살충제 DDT는 농작물의 수확을 높여주는 구세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후 이는 초기에 인식지 못했던 토양과 생태환경의 파괴로 그간의 혜택 이상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막대한 피해를 가져오는 물질로 판명돼 1960년대부터 사용이 중지됐다. 이와 같이 새로운 과학기술은 당장 눈에 보이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검증할 수 없는 직·간접적인 부작용을 장기적으로 동반하는 양면성이 있다.  

과학기술 발전의 부작용과 폐해

이러한 과학기술 문명의 이기를 잘못 사용함으로써 또는 불량한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재앙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도화된 과학기술적 지식에 의한, 보다 복잡하고 전문화된 제품이 많이 만들어지고 보급되는데 반해 사용자측의 안전사고는 더욱 빈발하고 대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과학기술적 지식은 소수의 전문가 집단에 의해 급속하게 고도화되는 반면 일반 국민들의 과학기술적 상식은 상대적으로 점점 더 뒤처지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적 도구 및 제품사용 과정에서 일어나는 많은 안전사고로 인해 상해, 사망 및 재해가 많은 제도적 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방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과학기술 및 제품의 활용과정에서 직접적으로 야기되는 안전사고에만 관심을 두고 대응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화석연료 과다 사용으로 인한 기후환경 파괴, 원자무기 등에 의한 전쟁과 살상 위협, 제조 및 화학산업에 의한 환경공해 등이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거시적으로 또는 전 지구적으로 우리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심각한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안전을 보장하는 과학기술 개발

국민들의 과학기술적 상식의 제고 없이는, 특히 안전에 관한 지식과 기능의 제고 없이는 과학기술의 고도화가 오히려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

과학기술의 개발과 보급에 있어서도 안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안전문화의 토대 위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안전사고 없이 인간 복지에 기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안전 설계 및 제작에 관한 인식 및 지식과 기능을 개발하고 널리 보급시켜야 한다.

또 소비자로서 일반 대중의 과학기술적 지식 수준을 한차원 더 높이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특히 과학기술 교육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불가피하게 접하는 기계와 도구, 교통수단, 전기·전자기기, 약품과 화학물질 등에 대해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면 안전사고는 크게 예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과학기술 관련 교과의 교육내용을 살펴보면 그러한 내용은 거의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학교의 안전교육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셈이다.

앞으로 일반교육에서 과학기술 교육은 원리만을 가르치는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실생활에 응용되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야 되며 특히 안전생활에 관련된 과학기술적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데에도 역점을 둬야 한다.

또 거시적 관점에서 인류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기후환경 문제, 환경공해 문제, 의학 및 생화학 기술 등의 오남용 문제, 기술 독점 및 패권주의 등에 대해서도 일반 국민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대응능력을 높이는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안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