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욱 연세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최근 산재 사망사고 절반 줄이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면서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대부분의 역량을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서 산재 사고사망은 업무상질병으로 인한 사망을 제외한 업무상 사고에 의한 사망을 말한다.

정부가 산재 사망 중 사고사망에 집중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예방이 더 효과적이고 그 결과도 단기간에 나타나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반면 업무상 질병에 의한 사망은 예방이 쉽지 않고 그 효과도 늦게 나타난다.

그러나 2018년 산재 사망이 2142명이었는데 이 중 업무상질병에 의한 사망이 1171명으로 전체의 54.7%로 절반을 넘는다는 것을 상기했으면 한다.

세계노동기구(ILO)의 통계에 따르면 산재예방 선진국인 독일은 근로자 10만명당 사망률 1.0(2015년), 프랑스 2.6(2015년), 영국 0.8(2015년), 일본 2.0(2018년), 미국 5.2(2018년)이다. 국가마다 통계 기준이 달라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이들 국가의 통계는 질병 사망을 제외하거나 미미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업무상 질병 사망을 제외하면 산재 사고 사망률은 2018년 10만명당 5.1명이다. 미국을 제외하면 이들 국가들의 사고 사망률이 우리나라의 1/2~1/4 수준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산재 사망률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산재 사망률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20년 전인 1999년 산재의 사망만인율은 3.08이었고 이때 업무상 사고 사망만인율은 1.96이었다. 이것이 10년 전인 2009년에는 사망만인율은 1.38, 업무상 사고 사망만인율은 0.82로 약 절반 정도 감소했다.

또 2018년에는 사망만인율 1.12(2017년은 1.05였음)였고 사고 사망만인율은 0.51이었다. 즉, 사망만인율도 20년 전에 비해 63.6% 감소했고 사고 사망만인율은 74.0% 감소했다.

물론 20년 또는 1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산재 사망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향후 10년 후에는 현재의 절반 정도로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

시간이 걸렸지만 산재 사망률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노력, 그리고 사회·경제적 발전에 따른 시민의식의 향상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산재 예방을 위한 노력을 더 강화해서 산재 사망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할 것이 있다. 산재 사고사망을 예방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효과가 크고 가시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여기에만 집중하는 것에 대한 문제다.

업무상 사고 사망만인율은 계속 감소 추세에 있지만 전체 사망만인율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업무상 질병에 의한 사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7년 질병 사망자는 993명이었는데 2018년 1171명으로 18% 증가했다.

2018년 산재 사망자 중 뇌심혈관질환 457명, 진폐증 455명, 기타 259명이다. 이들 가운데 진폐증의 경우 과거 진단된 진폐 환자들이 사망하는 것으로 예방 자체가 어렵지만 그 외 나머지 질병들에 의한 사망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업무상 질병에 의한 사망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직업병 기타로 분류되는 물리적 인자, 이상기압, 세균, 바이러스 등에 의한 사망이 109명에서 139명으로 27.5% 증가했고 과로, 스트레스, 간질환, 정신질환 등으로 분류되는 작업관련성 질병 기타에 의한 사망은 57명에서 86명으로 50.9% 증가했다.

근로자의 사망은 그 원인이 사고건 질병이건간에 한명 한명이 안타까운 사연을 갖고 있고 모두 귀중한 생명이다. 사고 사망 예방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1년 사이에 30%, 50%씩 증가하는 질병에 의한 사망에 더 깊은 관심을 갖고 예방 노력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사망의 관점에서 벗어나 사고로 인한 부상과 업무상질병의 증가를 보면 차이가 더 뚜렷하다. 즉 사고로 인한 부상자는 2017년보다 2018년에 12.8% 증가했는데 업무상 질병에 의한 요양자는 25.8% 증가했다.

산업안전, 매우 중요하다. 산재 사고사망을 줄이는 것에 절대적으로 찬성한다. 꼭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 집중하면서 업무상 질병, 산업보건이 소외돼서는 안된다. 아직도 숨겨져 있고 인지하지 못하는 업무상 질병에 고통받고 이로 인해 사망하는 근로자들이 많이 있다.

산업안전과 보건은 별개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한쪽에 집중할 때 소외된 다른 한쪽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되새기면서 산업안전과 보건이 함께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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