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제 현장에 답 있다… 노동자들과의 소통 강화할 터”

 

백헌기 (사)대한산업보건협회 회장 / 안전신문. 
백헌기 (사)대한산업보건협회 회장 / 안전신문. 

코로나19의 발병으로 ‘코로나19 이전은 없다’는 말처럼 사회 전반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산업은 급변하고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노동자의 고용형태는 다양해지고 위험의 외주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또 기술의 발전으로 신규 화학물질 사용도 늘어 산업현장의 위험요인은 나날이 다양·고도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지난 57년 동안 노동자의 건강보호와 작업환경 조성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대한산업보건협회는 새로이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들로부터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키 위해 최근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과 AI·IOT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안전신문은 최근 대한산업보건협회의 새 수장으로 취임한 백헌기 산업보건협회 회장을 만나 앞으로 대한산업보건협회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자세히 들어봤다.

최근 대한산업보건협회의 새 수장이 된 백헌기 대한산업보건협회 회장(오른쪽)이 박연홍 본지 사장을 만나 앞으로 2년6개월 동안 산업보건협회에서 역점 추진할 사업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 안전신문.
최근 대한산업보건협회의 새 수장이 된 백헌기 대한산업보건협회 회장(오른쪽)이 본지 사장을 만나 앞으로 2년6개월 동안 산업보건협회에서 역점 추진할 사업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 안전신문.

▲(사)대한산업보건협회 신임 회장으로 취임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감과 함께 협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산업보건분야 최고·최대 기관인 대한산업보건협회 회장으로 당선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대한산업보건협회는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키 위해 1963년 설립한 비영리기관으로 57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6개 지역본부에 13개 센터, 그리고 산하기관으로 산업보건환경연구원, 한마음혈액원 등 1600여명의 임직원이 노동자의 건강보호와 쾌적한 작업환경 조성을 위해 작업환경측정, 근로자건강검진, 사업장 보건관리대행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 산업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다양한 산업보건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한마음혈액원은 안정적인 혈액수급과 안전한 혈액공급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산업보건협회는 한발 더 나아가 근로자의 ‘일하는 나이’를 뛰어넘어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질적인 ‘장수’를 위해 U-health를 바탕으로 근로자 평생건강관리시스템을 구축, 진보된 산업보건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2년6개월 동안 대한산업보건협회를 이끌게 되셨습니다. 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비롯해 향후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산업보건협회는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보호를 위해 작업환경측정, 건강검진, 사업장 보건관리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제조업 중심의 고용노동부와 관련된 사업을 중점으로 추진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업 다각화를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보호대상이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됐고 화학물질에 대한 사업주, 노동자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따라서 협회 또한 시대의 변화, 보호대상의 확대, 건강에 대한 인식 강화 등에 따른 신규 사업을 개발하고 추진할 계획입니다. 비제조업분야의 산업보건사업 개발 및 유해화학물질 평가 등 환경부와 관련된 사업을 비롯해 사업주, 노동자가 요구하는 건강검진사업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취임식에서 “산업현장의 위험은 다양해지고 고도화될 것”이라며 “노동자의 건강을 책임지는 산업보건서비스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떠한 변화와 혁신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최근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고용형태가 다양화되고 이에 따른 위험의 외주화도 기속화하고 있습니다. 또 기술 및 과학의 발달에 따른 신규 화학물질 사용도 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직업병 발생도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예방하려면 산업보건기술도 발전하고 이에 필요한 건강보호서비스를 사업장에 제공해야 합니다. 1년에 1번 또는 2번 실시하는 작업환경측정으로는 유해화학물질로부터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키 어렵습니다. 이제는 AI·Iot시대입니다. 측정 또한 이러한 기술을 도입해야 합니다.

센서를 이용한 측정을 연중 실시하고 쾌적한 사업장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합니다.

건강검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획일적인 건강검진이 아닌 사업장 특성, 개인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해야 합니다. 또 공유경제, 플랫폼 산업 등 새로운 산업의 출현에 따른 노동자 건강보호를 위한 산업보건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협회는 이러한 사회 변화에 누구보다 선제적으로 대응코자 노력할 것입니다.

▲회장님께서는 지난 40년간 노동자의 권익 향상과 안전보건을 위해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그동안의 활동과 함께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보호를 위한 협회의 역할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오랜 세월 노동현장에 있었습니다. 한국공항 노동조합위원장을 시작으로 연합노련위원장, 한국노총 사무총장을 역임하면서 노동자의 권익 향상과 노동권 보호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이후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으로 취임 후 활동하는데 큰 힘이 됐습니다.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으로 재임할 동안에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많은 노력을 했고 성과도 많이 이뤘습니다.

저는 ‘우문현답’이란 말을 자주 인용합니다. 제가 말하는 우문현답이란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입니다. 현장을 제대로 알아야 문제점을 찾을 수 있고 이것이 안전보건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현장을 발로 뛰며 문제를 해결키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협회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보호를 위해서는 협회가 현장을 이해하고 발로 뛰며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책상에서, 책에서 해답을 찾기 보다는 현장에서 사업주와 노동자를 만나 문제점을 경청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노동자의 건강보호를 위해 협회는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코로나19일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말았습니다.

경제는 어려워지고 비대면(언택트)시대가 익숙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이전은 없다”고들 합니다. 너무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협회는 코로나19 이후 노동자의 건강보호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첫째 감염성질병에 따른 사업장 보건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둘째 비대면시대에 노동자들의 건강보호를 위한 산업보건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 노동자의 건강보호 방안 및 비대면 시대에 증가하는 배달 노동자의 건강보호 관리를 위한 산업보건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셋째 소위 코로나 블루라 불리는 우울증 및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선도적인 산업보건서비스를 제공코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스트레스, 직장 갑질, 우울증, 산재트라우마 등 정신적인 질병으로 인한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감염병질병이 유행할 경우에는 정신질환 문제가 더욱 심각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키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산업재해를 예방키 위해서는 협회와 같은 민간 전문가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간단체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부분이 필요한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네, 아주 중요한 말씀입니다. 산업보건협회와 같은 민간단체가 제 역할을 수행키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안전보건서비스에 대한 사업주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동안 산업보건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안전보건서비스를 제공하고도 그 만큼의 대가를 받고 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수한 기관의 산업보건서비스를 제공받기 보다는 값싼 형식적인 서비스를 요구하는 사업주가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우수한 양질의 민간 전문단체가 지속적인 성장과 유지를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은 반드시 개선돼야 하고 민간단체들도 소위 가격 덤핑이 아닌 실력으로 경쟁해 나가야 합니다.

정부도 민간단체가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우수한 기관은 지원을 통해 양성화하고 부실한 기관은 과감하게 퇴출시켜 안전보건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최근 300인 이상 사업장에 보건관리자 선임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제출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안 제출시에 민간단체 의견 수렴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문제점을 보완키 위해서는 우선 보건관리자 선임을 의무화하고 보건관리자의 해당 분야가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기관에 위탁한다면 훨씬 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제도를 시행하기 전 또는 법안을 만들기 전에 민간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필요가 있습니다.

▲끝으로 안전보건에 대한 회장님의 소신과 협회 임직원을 비롯해 안전보건 관계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노동계에 있을 때나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으로 재직시에도 안전보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실천하는데 노력해 왔습니다. 안전보건에는 정도가 없습니다. 현장을 잘 파악하고 문제점을 찾고 개선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통이 매우 중요합니다. 안전보건 전문가들은 노사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일방적인 서비스 제공은 산업재해를 예방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뿐입니다. 모든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습니다.

노동자의 건강보호를 위해 우리 1600여명의 산업보건 전문가분들이 열심히 현장을 뛰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대한산업보건협회 전문가의 노력이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보호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더욱 현장의 문제점을 찾고 개선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저작권자 © 안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