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재 발생시 대표이사 등에게 3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하고 법인에게 최대 20억원의 벌금과 영업허가 취소 또는 영업정지 처분이 가능토록 했다. 또 손해액의 3~10배를 징벌적으로 배상하게 하는 등 모든 처벌 수단을 망라하고 있다.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사업주는 ‘나쁜 사업주’이므로 강력히 처벌해야 하고 또 강력한 처벌만이 산재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과연 산업재해 발생 기업의 사업주는 ‘나쁜 사업주’이며 사업주 처벌을 강력히 한다고 산재사고가 줄어들까? 

최근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산안법상 사업주 책임과 처벌이 강화돼 기업들은 산재사고를 예방키 위해 경각심을 갖고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안전경영’ 기조하에 안전보건조직 확대와 상당한 안전예산을 투자하고 자체 안전체험교육관 또는 보건센터를 설립·운영하는 사업장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않은 중대재해는 발생할 수 있다. 중대재해 발생시 그간 기업의 재해예방 노력과 최고 경영층이 개별현장의 산안법 위반 여부를 현실적으로 알 수 없다는 점을 무시한 채 사업주 및 기업을 고의범에 준해 처벌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정말 큰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사고가 다발하는 중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처벌 수준이 강화된다고 안전관리 수준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까? 재정여력 및 인력이 부족한 중소규모 사업장에 이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며 오히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으로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사업주와 기업 처벌을 강화해서 사고가 없어진다면 산업재해는 이미 감소했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의 산안법 처벌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여기에 더해 지난 2018년말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 통과로 사업주 책임·처벌이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사고가 이어진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미다. 산재예방 선진국의 경우도 우리보다 처벌 수준이 높은 나라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보다 안전관리가 잘 이뤄진다. 사후적 처벌보다는 사전적 예방관리시스템 확보에 초점이 맞춰진 결과일 것이다.

실제 처벌수준이 낮으니 기업들이 산재예방의무를 소홀히 한다는 주장도 타당치 않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은 작업중지로 인한 생산차질과 그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 또 정부 감독에 의한 과태료 부과, 언론보도에 따른 기업 이미지 실추 등 심각한 유·무형적 손실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사업주 유기징역 및 법인 벌금, 징벌적 배상제, 영업취소 처분까지 더하는 것은 사실상 기업 문을 닫으라는 것으로 근로자 일자리 감소와 산업생태계 약화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기업과 사업주에 대한 적대 감정에 기반한 정책이 우리 모두를 공멸의 길로 빠뜨리는 부메랑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사업주 처벌이 아니라 안전확보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실효성있는 해결방안 고심보다 무조건적인 기업 때리기, 산재 유가족을 앞세운 증오의 확대 재생산이 시도되고 있다.

기업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답을 정해놓은 채 이제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감정적 엄벌주의가 당연시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그렇다면 산재예방을 위한 실효적 방안은 무엇일까? 산업현장마다 안전보건관리 위험요인과 애로사항은 천차만별이다. 획일적인 산업안전보건법 준수만으로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 현장의 위험은 개별 사업장에서 가장 잘 알고 있으며 또 그 위험요인을 해결해야 할 주체도 사업주다. 무엇보다 사업장 자율적으로 안전관리수준을 지속해서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상황에 맞는 산재예방대책을 추진해 안전관리시스템 개선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구성원의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도 지속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사후적인 처벌이나 서류점검 등 획일적 산안법 위반여부 감독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적인 현장지도·지원 강화에 힘써야 한다. 특별히 안전관리능력이 부족한 중소사업장 중심으로 정책집행능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사업장을 효과적으로 지도·지원하기 위해서는 정부 스스로가 전문성과 현장성을 갖추는 것도 필수적이다.

근로자 역시 산재예방의 최일선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며 안전의식을 높여야 할 것이다. 노·사·정 각 주체가 안전관리 역량 강화에 힘쓰고 합심과 협력으로 더욱 지혜를 모아 모든 사람이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안전생태계가 하루속히 이뤄지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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