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00만원에 목숨 건 질주’ 안전사각지대 배달노동자들의 실태

코로나19로 외출보다 배달을 선호하며 ‘안전보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소비자들 1분 1초라도 신속하게 배달하기 위해 배달노동자들은 오늘도 도로를 달린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외출 대신 음식 배달이 많아지고 있다. 일명 ‘배달산업’은 ‘플랫폼산업’으로까지 진화하며 나날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희생이 숨겨져 있다. 1분 1초라도 더 빠르게 음식을 배달해야 하는 ‘배달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토바이 등 이륜차 사고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륜차 사고는 매년 증가 추세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최근 5년간 이륜차 교통사고는 연평균 6.3%, 사망자수는 1.1%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총 6만6250건의 이륜차 교통사고로 2037명이 사망했는데 이는 매일 36여건의 사고로 1명이 사망한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배달 물량이 크게 증가한 올해의 경우 1월부터 6월 22일까지 약 6개월간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는 25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6명)보다 약 1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이처럼 위험한 일에 왜 노동자들이 몰리는 것일까?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나름 만족할만한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돈이 된다.

지난해 한국노총이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배달노동자들의 월평균 소득은 286만원에 달한다는 설문 결과가 제시됐다.

실제로 본지가 인천 남동구의 배달노동자 이모씨를 인터뷰한 결과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보통 12시간 정도 일을 하면 350만원 넘게 벌어갈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이같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바로 빠른 배달이다.

배달건수가 곧 수익인 배달노동자에게는 교통신호 위반, 안전거리 미확보 등은 일상이며 종종 역주행까지 감행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7~2019년 사고로 이어진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항목을 보면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53.3%)이 가장 많았고 신호위반(18.8%), 안전거리 미확보(6.6%) 등의 순이었다.

여기에 배달을 시킨 주문자들의 재촉도 배달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한번쯤 “도대체 음식은 언제 오냐”고 재촉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배달노동자 이모씨는 “배달 재촉 전화를 안받는 날이 거의 없고 손님은 보통 업주에게 배달 재촉전화를 하는데 업주는 다시 나에게 재촉을 한다”며 “스트레스를 받고 마음이 급해져 운행할 때 조심해서 가는 것이 힘들다”며 호소했다. 

이처럼 배달형 이륜차 운전자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지만 산업재해사망 감소대책은 건설업과 제조업에만 집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유관기관의 안전점검과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각 사업장의 노동환경도 좋지 않다. 거대 플랫폼 산업으로 진화한 배달산업의 성장과 변화에 따른 관리·감독이 미비한 것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한 의원은 “배달업종에서 사망 등의 중대재해가 증가하고 있지만 사업장 외 교통사고로 분류돼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산업안전보건규칙과 근로감독규정이 산업변화에 부응토록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배달형 이륜차 운전자들이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먼저 이륜차가 일반 자동차보다 불안전한 이동수단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신호·차로를 준수하고 택시 및 버스 하차 승객을 주의해야 하며 횡단보도·인도 통행을 지양해야 한다. 또 이륜차 운전자들은 날씨가 덥더라도 머리와 목의 부상을 줄이기 위해 안전모는 턱끝까지 확실히 매고 사용한 지 4~5년이 지난 안전모는 내구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로 위에서도 배려가 필요하다. 일반 자동차 운전자는 이륜차와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고 무리하게 이륜차를 앞지르지 않으며 경적은 자제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사각지대 없는 정부의 사망사고예방 관리, 이륜차 노동자들의 안전의식, 주문자들과 일반 운전자들의 배려하는 마음이 하나돼야 이륜차 사망사고는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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