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2명·시공사 2명 등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

지난 7월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목동 빗물 배수시설 공사 현장 수몰사고는 폭우가 예상됐는데도 사전 예방조치를 하지 않아 벌어진 인재(人災)였다고 수사를 맡은 경찰이 판단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양천구 직원 1명, 서울시 직원 1명, 시공사인 현대건설 관계자 2명, 감리단 관계자 2명, 협력업체 관계자 2명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 중 책임이 무거운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유족과 합의된 점 등을 고려해 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신청 단계에서 기각했다.

올해 7월 31일 양천구 목동의 빗물 배수시설 공사장 깊이 40m 수로에서 현장 점검작업 중이던 현대건설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지상에서 쏟아져 내린 빗물에 휩쓸려 사망했다. 비가 내리면 자동으로 열리도록 설계된 수문이 개방되는 바람에 일어난 사고였다.

현장에는 피해자들이 긴급히 사용할 수 있는 튜브 등 안전장비가 마련돼 있지 않았고, 현장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인 방수문도 막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현장 안전관리와 관리 감독 등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찰은 당시 큰 비가 예보된 상황에서 공사와 시운전이 동시에 이뤄져 충분히 사고 위험이 예견됐음에도 현장 안전관리 주체인 시공사·감리단·협력업체 등이 안전관리 대책 없이 수로에 작업자들을 투입한 점을 주된 사고 원인으로 짚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전날 강우 예고가 있었음에도 관계자들이 기상 상황을 확인하지 않고 작업자들을 투입한 것을 사고 원인으로 봤다"며 "사고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당시 시공사·감리단 관계자는 기상 상황을 확인하지 않았고, 협력업체 측은 이를 확인했으나 구체적인 강우량을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작업자들이 대피해야 할 경우에 대비해 수로 안에 설치됐던 무선 중계기가 있었으나, 시공사과 감리단은 '시운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이를 사고 직전 철거하기도 했다.

경찰은 "무선 중계기는 2013년 7월 서울 동작구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이후 마련된 경보시설 설치 기준에 따라 지하 터널 등에 설치돼야 한다"며 작업 중이면 간이 중계기라도 설치를 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점을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시설관리 주체인 양천구는 작업자들의 위험이 예상됐는데도 이를 통보하거나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점, 서울시는 현장관리를 총괄하는 발주청으로서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하거나 현장 지도점검을 하지 않았고 현장 감리 부실에 대한 감독도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된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경찰은 앞으로 유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서울시에 안전관리 대책 이행을 권고하고,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도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현장이나 대규모 공사현장 등은 발주청이 직접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책임감리제를 개편하는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안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