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설비도 없었던 현장…전문가 "벌금형, 사실상 처벌 효과 없어"

추락사고 예방을 위한 나쁜 사례 / 사진 = 고용노동부 제공.

공사장에서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현장 책임자와 건설사는 벌금형만 선고받았다.

공사 현장 관리자들의 안전관리 의식을 높이기에는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2단독 조윤정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설사 현장소장 김모(45)씨와 하청업체 현장 책임자 임모(56)씨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시공사와 하청업체에도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 500만원씩이 선고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성동구의 한 자동차 정비공장 신축공사장에서 2층 내·외벽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A씨가 4.5m 높이에서 떨어져 숨졌다.

사고 당시 A씨는 폭이 30㎝에 불과한 H빔 위에 서서 콘크리트 타설용 호스를 옮기다 중심을 잃고 추락했다. 다발성 척추 골절상을 입은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3시간여 만에 숨졌다.

A씨와 동료 노동자들이 일하던 현장에는 안전발판이나 난간이 설치돼 있지 않았고, 지급받은 안전모는 충격 흡수 기능이 없는 제품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업체는 현장의 위험요소를 미리 조사하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업계획서를 작성할 의무가 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현장 관리자인 김씨와 임씨가 사고 방지를 위한 업무상 주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건설사와 하청업체도 추락 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사고를 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가 숨지는 중대 재해가 회사의 명백한 책임으로 발생했지만,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인권 전문가 권영국 변호사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원청과 사업주는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며 "이런 사건에서 벌금형만 선고하면 사실상 처벌 효과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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