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호 에스티교육연구원 원장

“작업자가 위험을 인지하면 즉시 작업중지하고 보고토록 규정화했는데 2년이 넘도록 실적이 한건도 없습니다. 활성화시킬 방법이 없을까요?”

개인적으로 안전분야 자문활동을 하고 있는 사업장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나눈 대화의 일부다.

큰 위험이 없어서라거나 위험불감증이 만연한 탓으로 돌리기에는 답변이 궁색하다.

위험을 발굴하는 제도가 작동되지 않아도 문제가 없을 만큼 안전이 완벽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기업 대표의 남다른 열정으로 만든 제도가 현장에서 작동되지 않는데 따른 아쉬움이 커 보였다.

돌이켜 보면 많은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안기고 우리 사회의 안전문제를 되짚어 보게 한 대표적인 사고가 세월호 침몰사고였다.

언론에 보도된 사고 원인은 낡은 선박 불법개조, 과적, 고박불량, 무리한 최단거리 운항 등이다.

그런데 사고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진 이러한 원인들이 사고 당일 운항시에만 행해진 일일까?

매번 관습적으로 비슷한 방식의 위험한 운항을 반복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아무도 그 위험성을 지적하거나 시정하려 하지 않은 채 운항은 계속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아무 일 없다 이날 사고가 발생한 것을 선주와 항해사는 매우 억울하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낡은 배에 과적을 하고 고박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물살이 거센 단거리 코스로 운항을 고집했던 직접적인 이유는 돈이다.

이윤 극대화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이 안전경영에 대한 비전이나 방침이 있을리 없고 안전관리 조직 및 시스템을 갖췄을리 만무하다.

결론적으로 세월호의 침몰은 이러한 조직의 구조적 문제로부터 발단이 된 사고다.

조직 풍토와 관리시스템이 이럴진대 사고 위험이 큰 축적된 위험을 찾아 개선을 요구하는 일이 가능했을까?

지금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전, 산업의 고도화, 고용형태와 노동시장의 다변화로 위험의 대형화, 복잡화, 고도화, 축적화가 점점 심화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사고의 제로화는 가능할지 몰라도 위험의 제로화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모든 일에는 항상 위험이 따름을 받아들여야(risk taking) 위험을 제거하거나 감소시켜 허용가능한 수준(acceptable risk)으로 낮출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돼야 가능하다.

지식과 정보를 전달·공유·반응해 주고 결과를 피드백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안전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리더십 요소다.

작업현장에서 작업자나 관리감독자가 위험을 인지해 알리고 위험이 제거되기 전까지 서로 조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개선 후 작업을 개시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살아 숨쉬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위험을 인지해 작업을 중지한 후 보고한 작업자는 규정이나 법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보다 조직내 상사, 동료로부터 비난받지 않고 인정받을 수 있는 권리를 더 보장받고 싶어한다.

이것을 보장할 관리자의 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하면 위험은 작업자의 외면과 방치로 축적되고 언젠가 사고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일은 알리고 나쁜 일은 감추는 것이 미덕인 잘못된 인식 탓으로 내 일터의 위험을 찾아 개선을 요구하기 보다는 참고 일하는 것이 미덕으로 관습화된다면 불행한 일이다.

위험을 찾아내 알림으로써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조직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이 살아 숨쉬는 풍토가 조성돼야 위험을 알리는 것이 미덕인 안전문화가 꽃을 피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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