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배 LG인화원 책임

48년동안의 독자(讀者)에서 저자(著者)라는 또 다른 호칭으로 불리운지 두달째 접어 들고 있다.

5년여동안 안전환경분야(안전, 환경, 소방, 보건)의 글로벌 교육과정을 기획·운영하면서 많은 전문가를 만나고 있다. 

글로벌 우수기업 벤치마킹과 전문가들의 직·간접 경험을 통해 직접 보고 배웠던 ‘안전’은 직무 담당자만의 업무가 아닌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의무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인간으로 태어나 100세를 맞는 분이 얼마나 될까? 기업 또한 개인과 같이 살아 숨쉬는 생명체이자 유기체로서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사이클을 통해 100년을 넘어 영속기업이 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최고 경영층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에게 조직의 핵심가치(Core Value), 안전(Safety), 윤리(Ethics)교육을 기본으로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 ‘안전’에 대해 생각해 봤다.

첫째 A(Awareness)는 ‘인식’이다. 개인은 물론 현재 속한 조직을 대상으로 안전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자문자답의 시간이 필요하다.

매번 진행되는 교육이기에 혹시 귀찮게 생각하거나 특히 다안다병에 걸리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학습 후 1일이 경과하면 2/3가 망각된다는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을 생각한다면 반복·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제·개정되는 법률법규 변화에 따른 조직 및 개인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 즉 안전은 ‘내가 아는 것과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것’부터 출발돼야 한다.

둘째 F(Fundamental)는 5S와 같은 ‘기본’을 의미한다.

5S(정리, 정돈, 청소, 청결, 습관화)라고 하면 사업장에서 청소로만 생각해 별로 가치를 두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5S의 진정한 의미는 본인에게 주어진 과업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곳인 연구소, 제조현장, 공무숍, 물류센터, 사무실 등 각자 영역에서 지속 추진돼야 한다.

이는 하이리히의 사고 원인 분류에서 불안전한 행동을 유발하게 하는 ‘불안전한 상태’를 근원적으로 제거하고 감소하는 모든 구성원의 활동으로 진화돼야 할 것이다.

현대 간호학의 창시자였던 나이팅게일의 사례를 보면 크림전쟁 중 사망자를 분석해 보니 전쟁 중 사망자 보다 질병(콜레라, 이질 등)에 의한 사망이 높음을 확인하고 군부대와 병원의 위생상태가 근본 원인임을 알고 개선한 결과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감소했다.

이를 통해 나이팅게일은 데이터에 기초해 의료정책 개선에 노력한 통계학자이자 실천가 중 한명으로 기억되고 있다. 

셋째 E(Engage)는 ‘참여’다. 안전하고 안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생태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자발적이고 지속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

우선 기업의 Value Chain(개발-생산-판매-서비스)내 제품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단계부터 소비자나 고객의 경험을 고려해야 한다.

또 공급사슬(Supply Chain)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어렵다. 왜냐하면 원청의 안전 수준은 협력회사 수준의 합을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옛말에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과 같이 특히 의사결정의 최정점에 있는 경영층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줘 구성원들이 신뢰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안전에서 100-1은 ‘0’이며 같이 할 때 그 가치가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T(Training)는 ‘교육훈련’을 의미한다. 안전보건교육은 다른 영역의 교육과 달리 머리로 깨우치는 ‘배움’을 넘어 몸에 익숙해지는 훈련까지 병행돼야 한다.

비상 상황하에서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개인과 조직(부서)에 부여된 책임과 역할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 내 인사발령 사항은 물론 유관부서나 인근 주민 등 내·외부 이해관계자의 비상연락체계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별 합동훈련을 통해 골든 아워(Golden hour)를 상기시키고 비상시에도 원활한 활동이 될 수 있도록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무장돼야 한다.

다섯째 Y(You)는 ‘상대방’을 의미한다. 안전은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이야말로 역설적이지만 이타심의 발로인 듯하다.

‘혼자 가려면 빨리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과 같이 나의 존재의 소중함과 더불어 내 주위, 상대방의 안전을 챙기기 위한 따스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옛말에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와 같이 큰일을 도모하려면 나 스스로부터 부단한 수련과 성찰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서 안전을 의미하는 ‘SAFETY’에서 ‘S’가 빠져있음을 눈치채셨는지? S는 셀프 리더십(Self-Leadership)이라고 말하고 싶다. 안전에 대해 인식하고 교육훈련에 참여하고 상대방을 사랑하려는 마음이 생기지만 실제 실행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공염불과 같다.

이에 안전은 개인의 삶속에서 어떤 의미인지 자신을 포함한 가정, 회사, 사회 등 다양한 공동체로 확산한다면 더 빨리 형성될 수 있으리라 본다.

안전은 모든 사람이 글로벌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이자 권리이기도 하다. 규정과 법규를 지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며 최소한의 요구조건인 것이다.

2018년 출퇴근 재해 현황을 보면 퇴근보다 출근시 재해가 많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출근길 교통법규나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던 사람(Off-the-job safety)이 회사 정문을 통과하면서 안전 규정이나 룰을 지킬 가능성(On-the-job safety)은 예상컨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21세기를 넘어 22세기를 준비하는 최근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1차, 2차(대량생산과 소비의 시대), 3차(정보화혁명)를 거쳐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는 이야기를 들은 지 약 7~8년 정도 된 듯하다.

VUCA(Volatile·변동성, Uncertainty·불확실성, Complexity·복잡성, Ambiguity·모호성)나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이라는 용어를 듣지 않더라도 나의 일상은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안전보건분야는 어떠할지 생각해 봤다.

나의 첫 책을 읽은 독자가 이야기하길 ‘안전보건은 아직도 19세기를 거닐고 있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변화에 따라 사람의 중요성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되며 특히 기계와 협업에 필요한 지식·기술을 사전에 습득해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면 될 듯하다.

즉 4차 산업혁명시대 안전은 기승전 ‘사람’으로 귀결된다.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의 공저자인 짐콜린스는 그의 저서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리더가 고민해야 할 사항은 ‘전략’에 앞서 ‘버스에 누구를 태울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라고 한다.

안전에 대입해 보면 나는 ‘자신과 타인의 삶을 소중히 생각하고 안전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을 가장 먼저 버스에 태우고 싶다.

여기서 실천은 공자님 말씀인 ‘삼사일언 삼사일행(三思一言 三思一行)’과 같이 실행하기에 앞서 세번 생각해야 한다.

혹자는 ‘삶은 여행(Journey)’이라 한다. 각자의 목적지는 다를 수 있겠지만 행복할 미래를 위해서 오늘, 나부터 안전을 습관화하자. 가장 무서운 사람은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것도 매일 실천한다면 더욱 큰힘을 발휘할 것이며 그 꾸준함은 머지 않아 실력으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지난 3월 1일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날이었다. ‘독립’을 해야 한다고 생각이나 이야기만 했던 사람과 달리 어떤 선구자의 결연한 행동이 큰 울림으로 전해지고 뜻을 같이한 많은 분들의 실천과 희생의 결과 지금의 독립된 국가가 만들어졌으리라 생각해 본다.

하나뿐인 소중한 당신의 삶, 여행 속에서 ‘안전하고 안심’한 사회를 후대에 선물하기 위해 오늘, 지금, 여러분부터 안전 리더십의 롤모델이 돼주시지 않으렵니까?

이승배 4ualif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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