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발생시 소방청이 화재출동단계부터 집중적인 소방력 투입으로 진압시간을 단축한다고 밝혔다. 이유인즉 농연 등 미세먼지의 대기 유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긴 미세먼지 대응책이라면 그 무엇인들 못하랴.

소방청도 정부의 긴급 미세먼지 비상저감 대책에 따라 소방분야 자체 실행방안을 마련·시행한다. 이를 위해 디젤엔진이 탑재된 소방차량과 장비는 가동시간을 줄이고 차량·장비 교대점검을 1일 2회에서 1회로 단축한다.

소방순찰은 친환경 차량을 이용하고 교육·훈련시 디젤엔진 장비 사용을 줄여 도상훈련으로 대체하는 것 등이다.

또 재비산먼지 확산 방지를 위해 미세먼지 정도가 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소방차량을 이용한 도로는 살수와 지원을 확대하고 직원 출퇴근도 가급적 자가용 운전을 억제하는 한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의 조치도 함께 한다.

소방관서가 보유한 노후소방차량은 교체가 필요하지만 당장 일체 교체는 어렵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친환경 저매연 차량을 구입할 계획이다.

아무리 매연이 배출된다 해도 어찌 불자동차를 없앨 수 있겠는가. 하지만 당면과제로 떠오른 것이 노후차량의 교체이니 소방청도 어쩔 수 없게 됐다.

소방청은 국민안전의 제일선에 나서 있다. 소방청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면 국가가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고, 급기야 국민과 나라 전체를 절망 속으로 빠뜨릴 것이다.

순식간에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는 2017년 악몽의 피날레를 연출하듯이 우리에게 아픈 경종을 울렸다. 사망자 가운데는 노모-딸-손녀 3대가 포함돼 있기도 했다. 어찌 이런 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일까.

공중에서, 바다에서, 땅에서 잇따라 동종의 반복사고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을 세운다면서도 개선되는 결과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안전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제천시 하소동의 8층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대형참사를 빚은 화마는 우리들이 안이하게 방치한 안전사각에 숨어 있었다. 한순간에 우리 안전체계를 풍비박산 내버린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에 대한 뼈아픈 경고였다.

과부제조기라는 악명의 타워크레인 사고도, 탈출구가 없어 꼼짝없이 다수가 한데 엉켜 죽음에 이른 제천 화재참사도 예방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됐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것이었다.

전국 곳곳에 안전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 안전사각지대를 찾아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 어떤 참사의 반복과 조우하게 될지 모른다.

소방청이 화재출동차량까지 완급을 조절하는 것은 재난에 대한 범국가적 대응에 충실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가의 노력만큼 중요한 것도 우리의 고질적 안전불감증을 극복하는 자세다.

행정안전부가 범국민적 안전교육을 실시해 재난과 사고에 대한 대응능력을 키운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아직 어떤 성과가 발생하고 있는지 가늠되지 않는다.

이를 신속히, 그리고 확실하게 진행해 국민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사고 후 수습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예방에 만전을 기할 수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안전에 대해 겸허히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소리가 원성이 될 것이다. 그간 정부의 안전정책들이 어떻게 추진돼 왔는지 지난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안전정책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한번 더 고심할 때다.

그 핵심에 미세먼지가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선을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그런데 그 어떤 위해가 닥칠지 모르는 눈앞의 미세먼지가 무섭지 않다면 말이 안된다.

건설현장에서는 노동자의 각종 사망사고를 막아야 한다. 나라 전체는 불을 조심하는 것과 함께 미세먼지 저감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아직은 미세먼지로 인한 구체적 인명피해 사례는 없다. 하지만 머잖아 밝혀질 것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의 안전은 안개 속에 갇혀 시계가 분명치 않다. 이럴 때 우리를 안전으로 유도하는 것은 안전의식뿐이다. 미세먼지가 안전의 혼돈을 부를 때 행정안전부는 국민의 안전항해 길잡이가 돼야 한다.

안전문화운동이 절실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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