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술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추운 겨울을 지나 대지가 서서히 녹는 2월과 3월에는 토목공사장, 도로변 절개지 등이 무너지는 해빙기 대형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매년 이맘때면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에서는 해빙기 안전대책을 내놓고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한다.

행정안전부 안전점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는 제천·밀양화재 등으로 국무총리와 대통령이 긴급지시를 통해 국가안전대진단 기간(2018년 2월 26일~4월 13일)을 늘리고 안전진단실명제 도입과 진단 결과 공개를 추진하는 등 전국적으로 34만6000여개소를 점검하고 공무원, 민간전문가, 시설관리주체 등 총 63만2000여명이 참여해 현장시정 1만400개소, 행정조치 4890개소, 보수보강 2만2282개소 등 많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최근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준공 후 30년 이상 지난 노후 건축물이 37.1%에 이르고 부산 등 일부 지역의 경우 50%가 넘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일 강남구 삼성동 소재 D빌딩 중앙기둥 파손으로 서울시는 긴급히 건물 사용금지조치를 내린 바 있다.

우리는 국가안전대진단을 통해 노후한 사회기반시설 관리실태를 확인하고 노후 위험건물과 시설물 보수보강과 함께 보다 근원적인 안전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안전점검 결과를 분석해 안전투자 확대, 안전산업 육성의 계기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당면한 해빙기 안전점검이 실효성있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첫째 안전점검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안전점검 실명제를 실시해 점검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우리는 통상 안전점검을 하면 육안점검으로 대충 마무리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절대 금물이다.

시설물별 소유주와 관리주체가 있고 관리책임자가 있으므로 점검 실명제를 도입해 누가 어떤 점검을 언제 실시했는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 중앙과 지방의 기관장이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형식적이고 보여 주기식의 점검 쇼로 끝나서는 절대 안된다.

둘째 점검 결과의 공개와 점검 이력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시설주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자치단체별 점검실태를 국민들이 투명하게 볼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점검 결과를 누구나 확인하고 그 건물의 위험등급을 알 수 있도록 개선함으로써 시설물 안전관리수준을 한단계 더 높이고 안전도가 높은 시설에 대한 선호도를 올리는 등 시장기능이 반영될 수 있다고 본다.

셋째 사회기반시설과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안전점검 사각지대가 없도록 철저한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지난해 연말 발생한 각종 사회재난을 보면 일반 국민의 눈으로 봐도 분명히 안전관리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설인데도 불구하고 시설관리 주체인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제대로 관리하고 않고 있는 실상이 분명히 드러났다.

2018년 하반기 발생한 아현동 KT 지하 통신구 화재안전시설 미비, 고양 저유소 안전관리대책의 부실, 강릉 펜션 보일러 이산화탄소 누출사고시 무면허 업자의 보일러 설치와 사후관리의 부실, 강릉 KTX 탈선사고시 철도공사의 선로관리와 현장대응의 부실문제 등 안전공공기관과 통신 대기업의 안전관리수준은 실망을 넘어 국민을 분노케 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이번 해빙기 국가안전대진단은 지금까지 문제가 발생한 분야의 안전대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중점 점검하고 지하도 상가, 지하철, 종합병원, 요양원과 요양병원, 사회복지시설 등 안전관리 취약시설에 대한 전수점검과 함께 시민단체와 불시 확인점검을 실시해 점검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아울러 보수·보강이 필요한 시설에 대해서는 시설물 관리주체별로 보수·보강 예산 확보대책을 확인하고 점검하며 정부 차원에서도 재해대책예비를 풀어서라도 실효성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점검이 돼야 하고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제도 보완과 사전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의 힘으로 전국의 모든 시설물을 점검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사유시설에 대한 안전점검 결과 확인과 점검 결과 공개 등이 제도 미비로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도 있다.

사유시설의 경우 기업이나 시설물 소유주가 반드시 책임지고 점검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과 함께 사전 계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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