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Dilemma)는 양도(兩刀) 논법이라고도 한다. 딜레마란 일반적으로 사용될 때는 ‘진퇴양난에 빠졌다’와 같이 결국 두개의 판단 사이에 끼어 어느쪽도 결정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을 말한다.

어원은 그리스어의 di(두번)와 lemma(제안 ·명제)의 합성어이며 ‘진퇴양난·궁지(窮地)’라는 뜻이다.

‘토마토가 익으면 의사의 얼굴이 파래진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토마토가 잘 익으면 빨갛게 물이 든다. 토마토는 몸에 좋은 식품이어서 이것이 풍성한 먹거리가 되면 사람들도 건강해진다.

그러니 토마토가 익을 계절이 되면 아픈 사람이 없어 의사들이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의사의 안색이 파래질 만하다. 붉은색 토마토는 그 광범위한 효능이 밝혀지면서 사계절 건강과일로 각광받고 있다.

붉은 색깔의 리코펜(Lycopene)이 토마토의 핵심 성분으로 강한 항산화작용과 항암작용의 놀라운 효능을 발휘한다고 해서 붉은 토마토가 ‘무병장수의 비밀’을 풀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피자와 파스타엔 토마토가 주역 아닌가.

토마토가 사람에게 그리 좋은 것이라면 해로운 것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존재가 되는 셈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 사는 이치란 것이 ‘좋은 것은 좋은 대로’, ‘나쁜 것은 나쁜 것대로’ 다 상대적인 적수가 있는 것이다.

재해라는 것도 그렇다. 불시에 사람의 부주의나 의식의 빈틈을 노려 치명적 손상을 입히거나 엄청난 재산의 피해를 초래하는 재해도 결국 사람이 막으려 들면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안전수칙 준수를 통한 선제적 예방이 그 하나다.

그러나 안전수칙 준수는 늘 딜레마를 불러 온다. 지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것이다.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인데 이를 거역하는 본성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다같이 참여해 안전수칙 준수를 결의하고 자율적인 산업재해예방운동을 전개한다면 마침내 산업재해 근절이라는 값진 결실을 수확할 수 있을 텐데 여기에 딜레마가 작용한다. 이론적으로는 되는데 실제로 잘되지 않는 이유가 이것이다.

산업재해 근절 수단으로 효과를 보는 것에 무재해운동이 있다. 무재해운동은 우선 3원칙을 내세워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무의 원칙이다. 누구 한사람도 다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일체의 위험요소를 제거해 근원적으로 산재를 없애는 것이다.

두번째는 선취의 원칙이다.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요소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 세번째로 참가의 원칙이 있다. 전원이 참가하는 것이다.

산업재해는 주로 산업현장에 적용되는 말이지만 그 예방의 개념은 우리 생활 전반에 통용된다. 우리의 안전문화는 이 산재예방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말해도 좋다.

우리가 실수를 할때 ‘아차’ 하는 소리를 낸다. 몹시 놀라거나 뜻밖의 상황을 접했을 때 갑자기 나오는 소리 ‘에쿠’와 같은 감탄사다.  미국·영국에서는 놀라거나 두려움을 나타내는 소리가 ‘이크’다. 국어사전은 이크와 같은 우리말을 ‘이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키건 이크건 이는 놀랄 때 나오는 소리의 의성어라 이해하면 되겠다.

‘아차’도 비슷한 감탄사로 무엇이 잘못된 것을 갑자기 깨달았을 때 나오는 소리다. 본의 아니게 어떤 일이 어긋나는 모양을 표현하는 부사로 쓰이기도 한다.

이크건 아차건 이런 소리가 났다 하면 뭔가 일이 저질러진 것이 분명하다. 경우에 따라선 이 순간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엄청난 사고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이크나 아차란 소리가 절대 우리 입에서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산업재해를 막는 최선의 방법, 그 으뜸이 예방이다. 이 예방이란 것의 본질이 바로 안전수칙 준수다.

안전수칙만 제대로 따르면 소중한 인명이나 재산도 잘 지킬 수 있는데 그만 한순간의 불찰로 ‘아차' 소리가 터져 나왔다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안전수칙은 안전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인데 근로자들만 그 몫을 다하면 끝나는 것일까. 안전수칙 준수 요구는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알아서 조심하라는 강요와 같다. 책임전가라 해도 좋다.

따지자면 안전수칙은 근로자보다 오히려 경영자와 안전관리자가 먼저 챙겨야 한다. 더 완벽히 안전을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근로자와 함께 경영자와 안전관리자가 탄탄한 안전의식으로 소통할 때 산재예방의 값진 열매가 열린다.

안전의식이 뚜렷해지면 위험발굴이 쉽다. 위험이 잘보이는 것이다.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 아닌가.

그 무엇보다 안전수칙 준수를 생활화하려면 홍보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안전수칙에 딜레마가 있어선 안된다. ‘무조건 준수’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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