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가끔 그 속담과 딱 연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실제로 사냥감을 노리던 표범이 몸을 숨기고 있다가 개에게 덤벼 들었는데 놀랍게도 개가 거칠게 덤벼 들자 오히려 당황한 표범이 슬그머니 몸을 돌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강아지가 보다 힘이 센 범에게 당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속담에 나오는 ‘하룻강아지’는 ‘하릅강아지’를 잘못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하릅강아지는 생후 1년된 개를 말한다. 하릅강아지는 정말 범 무서운 줄 모를까? 정답은 진짜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것이 정답이다.

용맹과 능력을 갖춘 사냥개는 생후 1년은 돼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사냥터에서 제몫을 할 수 있다는데 이때쯤이면 실제로 두려움을 모른다는 것이다. 혈기 넘치고 호랑이를 겪어본 적이 없으니 덩치 큰 맹수에게 겁없이 달려드는 것이다. 하지만 주제도 모른 채 함부로 실력자에게 덤비거나 철없이 날뛰다 보면 결과는 뻔하다.

하룻강아지든 하릅강아지든 경험없는 강아지이긴 마찬가지고, 무서운 경험을 해봐야 그때 비로소 세상에 만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고사성어 중에 ‘오우천월(吳牛喘月)’이란 것도 있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오나라 소가 달을 보고 헐떡거린다’는 뜻이다.

오나라는 중국 남방의 몹시 더운 지방이므로 낮에 더위에 지친 소가 밤에 달이 뜬 것을 보고 또 해가 뜬 줄 알고 숨을 헐떡거린다는 것으로 담이 작아 미리 겁을 집어먹음을 이른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과 비견되기도 한다.

서양에선 ‘뱀에 물린 사람이 새끼줄 보고 달아난다’고도 한다. 겁없던 하룻강아지도 그렇거니와 누구든 한번 두려움을 경험하고 나면 그 기억이 남아 자기보호의 수단으로 전용된다.

그러나 차를 탈 때 생명줄이라는 안전띠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매우 둔감하다. 겁이 없기 때문일까.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벌금을 문다. 지금은 전좌석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돼 있다. 그런데도 안전띠를 매지 않고 단속에 걸리고 후회를 한다.

안전띠를 매는 것은 벌금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나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하는 것이다. 안전띠는 생명줄인데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를 귀찮아 하는 이유가 무언가. 아직 안전띠의 소중함을 몰라서 그럴까. 실제로 안전띠의 효용성과 그 기능의 고마움을 모르는 탓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와 관련한 매운 경험을 해본 적도 없는 것이 중요한 대목이다.

안전띠(seat belt 또는 safety belt)는 걸상끈, 박띠라고도 한다. 자동차나 항공기 등에서 운행 중에 생기는 충격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해 좌석에 설치하는 장치로 충돌사고가 일어났을 때 탑승자가 좌석에서 튕겨져 나가는 것을 막아 준다.

1903년 세계 최초로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제작하자 부자들 중에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 생겼다. 하지만이 초기의 비행기는 문이나 뚜껑이 없어 공중에서 뒤집히거나 추락할 때 사람이 튕겨 나가기 마련이었다.

이로 인한 많은 이의 죽음을 지켜 봤던 독일의 비행기 연구가 칼 고터는 1913년 비행기에 최초로 사람을 고정시키는 안전벨트를 장착했다. 그 후 1920~1930년대 자동차 회사들의 속도 경쟁이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교통사고로 다치고 사망하자 1936년에 이르러 자동차에 2개의 띠가 있는 안전띠를 달았다. 자동차 안전띠 장착의 시작이었다. 1959년에는 3개의 띠로 구성된 안전띠가 선을 보였다.

지금은 안전띠 의무화시대다. 광역급행버스와 전세버스 전 좌석의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한데 이어 승용차도 전좌석 안전띠 착용을 강제하고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실제로 안전벨트를 매지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자리에 안전띠가 있어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가보다. 안전띠에 대한 특별한 의식이 없으니 하룻강아지 범보듯 그것은 그저 의자의 일부로 보일 뿐이다. 그간은 단속도 뜸했다.

예컨대 사람이 난간없는 10층 건물 옥상 끝에 바짝 붙어 서 있을라치면 극심한 공포심에 한줄기 밧줄 끝이라도 붙잡고 싶을 것이다. 만약 그 자리에서 아래로 떨어진다면 그 충격은 시속 80km로 달리다 부딪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시속 40km 정도의 충격 또한 3층 건물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것과 같다는데 사람들이 느끼는 정도는 두경우가 아주 다르다. 낙하의 무서움은 알고 있어도  충돌에너지에 대해서는 느낌이 둔하다.

교통안전공단에서 버스 전복사고시 안전띠 착용 효과를 실험해 봤다. 버스가 언덕 위 도로를 시속 25km로 주행하다가 6m의 언덕 아래로 전복하는 상황에서의 위험성을 알아본 것이다.

실험 결과 이같은 상황에서 안전띠를 매지 않은 경우는 머리와 가슴부위가 천장이나 내측벽 의자 등에 심하게 부딪쳐 크게 다친다. 안전띠를 매지 않았을 때의 중상 가능성이 안전띠를 맨 경우에 비해 18배 이상 높게 나타난 것이다. 특히 어린이는 중상확률이 48배나 증가되는 결과를 보였다.

안전띠를 매고 있지 않으면 버스가 구를 때 승객이 튕겨 나갈 확률도 매우 높아 사망률도 높아진다.

지난 2009년 12월 경주 관광버스 추락사고로 18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중상을 입었는데 이에 앞서 2009년 2월 제주에서 발생한 똑같은 규모의 사고에서는 40명 중 중상자만 3명으로 사망자가 없었다. 단지 안전띠를 안매고 맨 차이였을 뿐이지만 결과는 크게 달랐다.

운전자의 안전의식도 중요하다. 안전띠를 매도록 당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아예 강요의 시대에 이르지 않았는가.

이제 ‘보이지 않는 안전띠’는 있을 수 없다. 차를 타면 안전띠부터 찾아 챙겨라. 그것이 안전이요,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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