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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기고승인 2018.11.28 16:50 | 수정 2018.11.28 16:50
운전기사가 과로하면 국민 생명에 영향 미친다정명희 두원공과대학 간호학과 교수

시민의 발이 돼주는 버스·택시 운전기사, 서울-부산을 하루에 2회씩 장거리 왕복주행으로 오가며 물품을 운반해 주는 화물 운전기사, 당일 주문한 상품을 당일 수령하는 편리함을 시민들에게 선사하는 택배기사. 이 모든 노동자들은 공중에게 편의를 제공해 주는 업무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개인의 안전과 휴식을 제한받고 있다.

지난 7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고 기존 26개의 특례업종에서 5개 업종으로 근로시간 특례대상 업종이 줄어 들었지만 운수업 노동자는 여전히 특례업종의 대상자이며 그들의 처지는 앞으로도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산업재해 지표를 살펴 보면 운수업 노동자의 업무과중이 업무상 사고와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3년간(2014~2016년) 운수업 노동자의 산업재해만인율(종사자 1만명당 사망자수)은 0.77명으로 전체 업종 평균(0.27명)보다 3배 가량 높은 수치인 것으로 조사됐고 이는 전체 업종의 1위를 차지했다. 운수업 노동자의 긴 노동시간으로 인한 과로는 비단 운수업 노동자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도 결부된다.

우리는 지난해 발생한 광역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경부고속도로 7중 추돌사고를 기억하고 있다. 사고로 50대 부부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는데 사고를 낸 광역버스 운전자는 사고 전 4일 동안 하루만 쉬었을뿐 매일 15~18시간의 장시간 근무를 감당하고 있었다. 이 사고로 16명의 시민들은 병원 신세를 지는 등 신체·정신적 피해를 입게 됐고 50대 부부는 삶을 마감했으니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이다.

유럽연합은 국내·외 여객과 화물차량 운전자의 운행시간 제한(500km·1일 최대 9시간 미만)과 휴식시간간 의무(4시간 30분 연속운전 후 45분 휴식)를 규정하고 있고 이와 같은 규정의 집행과 준수를 위해 최소한의 모니터링과 단속기준을 정한 강제지침을 두고 있다.

미국 또한 화물운송 운전자와 여객운송 운전자의 근로시간을 제한해 규정하고 있으며 호주는 중·대형 차량법으로 화물 운전자의 일반 노동시간 기준과 안전인가 등급에 따른 노동, 휴식시간을 다르게 적용하는 등 구체적인 피로관리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외 다른 나라처럼 운수업 노동자의 피로 및 과로 예방을 위해 장시간 근로를 제한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근로시간 제한 조치는 임금에 영향을 덜주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지금 운송업계에서는 근로시간 특례제도 적용으로 인해 특례적용 사업장에서도 특례적용이 제한되는 노선버스 사업장에서도 많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7월 1일부로 운수업 중 유일하게 300인 이상 노선버스업계는 주 52시간 근무를 적용하게 됐으며 이들 업계에서는 내·외부 진통을 감내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는 많은 부분에서 조율이 필요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대책도 마련돼야 하는데 이러한 변화는 장기적으로 운수업 노동자 건강관리를 위한 필수요소라 할 수 있다. 또 운수업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 이외에도 많은 건강상의 문제를 지니고 있다.

교통사고 등 사고위험이 높으며 차량운전으로 인한 미세먼지·진동 등의 물리적 요인 노출뿐 아니라 폭행 및 감정노동 등의 직무스트레스에도 노출돼 신체·정신적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사업장 노동자의 건강관리는 보건관리자가 수행하고 있는데 운수업은 보건관리자 선임대상 업종에도 포함돼 있지 않아 운수업 노동자의 건강은 근로시간과 임금이라는 중요한 과제에 가려져 더욱 소홀해 질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의 변화는 어려울 수 있지만 우리 모두 개선해야 할 우선순위를 두고 하나씩 개선해 나간다면 운수업 노동자도 주말을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안전신문  webmaster@safet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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