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속담이 있다. 미리 우물을 파뒀으면 목마름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도 한다. 그러나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부터 고쳐야 하는 것이 순리다. 소 잃었다고 외양간마저 내처 뒀다가는 더 큰 화근을 부르고 말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CO2) 유출사건에 대해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긴장상태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화성사업장 사고에 이어 가스유출로 인한 협력업체 직원 사상사고가 재발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브랜드 가치가 90조원에 육박하며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압도적인 1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보다 60% 가까이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2위 업체와의 격차도 엄청나다. 다른 톱 10 기업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것으로 대한민국 대표 기업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영국의 브랜드 평가 전문 유력 컨설팅업체인 ‘브랜드파이낸스(Brand Finance)’가 최근 발표한 ‘2018년 한국 브랜드 가치 50대 기업(The 50 most valuable South Korean brands 2018)’ 명단에서 삼성전자는 현대차와 LG전자 등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으로 발표됐다. 그 삼성에서 이런 어이없는 가스사고가 났다는 것이 문제다.

삼성은 지난 2013년 1월 화성사업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인 불산가스가 유출돼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졌다. 1년 후인 2014년에도 수원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지하에서 변전기 오작동으로 CO2가 살포돼 협력업체 직원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그 동종의 CO2 누출사고가 났으니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이번 사고로 삼성전자의 안전관리정책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더욱이 협력업체 직원들이 잇따라 가스누출사고로 목숨을 잃을 것에 대해서는 초대기업으로서의 도덕적 책임감도 통감해야 할 것이다. 삼성전자측은 사고에 대한 세부 원인을 파악하고 경찰 및 소방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안전에 대해 객관적 모니터링을 실시한다는 것은 위험에 대한 재확인과 같다. 안전확보에 대한 선투자를 낭비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에 인색하다 보니 오히려 큰 사고를 불러 외양간 고치느라 더 큰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삼성이 돈 때문에 이런 사고를 반복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은 탓일 터이다. 대기업의 안전강화는 고객 신뢰를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그 보다 먼저 ‘안전에 대한 결연한 조치’로서 제자리를 잡아야 마땅하다. 다시금 전국적으로 안전문화운동을 펼쳐야 할 시점인데 삼성이 차제에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자체 안전강화도 중요하지만 국가적 안전문화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것도 국민고객에 대한 배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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