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발생한 용산역 인근 4층 건물 붕괴는 그나마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하겠으나 생각해 보면 모골이 송연해지는 큰 사고였다. 우리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기억하고 있다. 와우아파트 붕괴도 쉽게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대사건이다.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502명이 죽었고 6명이 실종됐으며 937명이 다쳤다. ‘희대의 날림공사’ 와우아파트 붕괴사건이 일어난 것은 이보다 앞선 1970년 4월 8일이다. 서울 마포구 창천동 와우산 기슭의 시민아파트 한동이 준공 3개월만에 무너져 내렸다. 아파트가 붕괴되면서 가파른 경사 밑에 지었던 판잣집을 덮쳤다. 주민 34명이 사망했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말이 안되는 사고다. 삼풍백화점의 붕괴 조짐은 두달 전부터 감지됐었다. 건물 5층 천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징후가 나타나자 삼풍백화점측은 기본적인 안전검사를 실시했고  결과는 건물 붕괴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쯤 되면 건물을 폐쇄하고 정밀안전진단과 후속대책을 세우는 것이 상식적인 조치였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균열이 발생한 현장을 통제하고 고객들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숨기기에 바빴다.

그로부터 근 30년이 돼가는 지금 용산 건물붕괴사고가 우리의 아픈 기억을 일깨우고 있다.
이번에는 서울시민들이 화가 났다. 사상자가 많지 않음에도 시민들이 분노한 것은 건물이 붕괴될 때까지 방치한 당국의 안전불감증 때문이다. 용산의 해당 건물이 붕괴되기 이전까지 주민들은 이곳의 이상 징후가 있음을 여러차례 알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다.

이는 유야무야 넘어갈 성질의 사고가 아니다. 이미 지난달 9일 구청에 상가 지반침하로 민원을 넣었지만 한번 다녀가고는 아무 소식도 없었다는 것이 사람들의 말이다. 때마침 휴일이라 상가건물이 비어 있어 큰 화를 면했지만 이것이 평일이었으면 100명 가까이 사망하거나 다쳤을 수도 있다. 이번 사고 역시 당국의 부주의와 안전불감증이 한몫을 한 인재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곳 건물은 붕괴 전조가 발견됐음에도 방치됐다. 이른바 골든타임도 날려 버린 것이다. 이럴 때 왜 삼풍백화점 떠오르지 않았을까. 모든 사고가 아무 이유없이 일어나는 경우는 없다. 건물에 금이 갔으면 무너진다는 신호다. 세밀히 살피는 것이 지혜다. 주위의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안전의 첫번째 수칙 아닌가. 그래서 이번도 ‘예견된 사고’라고 한다. 이날 무너진 4층 건물은 1966년에 세워졌고 이미 10년 전부터 재건축 대상으로 지정돼 있었다. 당국 관계자는 해당 건물이 위험시설물로 지정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로 점검은 안했다고 했다.

건물이 붕괴되고 나서 인근에 대한 안전진단이 시작됐다. 건물안전진단 이전에 안전불감증부터 체크해 보는 것이 바른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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