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나는 왜 하필 막히는 길만 골라서 다니는가’ 하는 것이다.

운전을 해보면 알겠지만 어찌 막히는 길을 일부러 골라서 다니는 운전자가 있겠는가. 가다 보니 길이 막히는 것이요, 운행 중인 차량이 많다 보면 대체적으로 길이 붐비게 되니 여길 가도 막히고 저길 가도 막히는 것이 당연하다.

사고란 것도 예측하긴 어렵지만 어딜 가나 불쑥 마주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정말 어이없고 억울한 것은 교통사고의 2차사고다.

지난 11일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남청주IC 인근에서 승용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멈춰 섰다. 사고처리를 위해 도로로 나와 있던 운전자는 뒤따르던 승용차에 2차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

같은 유형으로 지난해 11월 고양시 제2자유로 파주방향으로 달리던 승합차가 가드레일을 받고 멈춰 서자 운전자가 나와 수신호를 하면서 수습을 하던 중 뒤쫓아 오던 트럭에 치여 숨졌다.

2차사고는 막을 수 있는 사고다. 그럼에도 이로 인한 사망자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7년 까지 4년간 2차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는 2014년에 35명, 2015년 33명, 2016년 31명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에는 8월 기준 이미 사망자가 40명을 넘어서면서 큰폭으로 늘었다.

안전불감증이 되살아난 탓으로 보인다. 2차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수칙이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도로교통법상 ‘밤에 고장이나 그밖의 사유로 고속도로 등에서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을 때 적색의 섬광신호·불꽃신호 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있으나 마나한 수칙이다.

관리 당국에서도 별 홍보를 하지 않고 있다. 운전자가 더러 자율적으로 이 수칙을 지키는 경우가 있으나 매우 희귀한 상황이다.

운전자들이 안전삼각대는 갖고 다니지만 섬광신호·불꽃신호기기 등을 갖고 다니는 경우는 희소하다. 이를 단속하거나 확인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야간시간대에 2차사고가 급증하는 추세다.

차량 운전 중의 사고는 병가상사와 같다. 번거로더라도 섬광신호·불꽃신호기기를 차량에 탑재하고 있다면 2차사고를 막을 수 있다. 생명을 지켜주는 장비가 아닌가.

2차사고는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인데도 일고도 당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당국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운전자 가운데는 섬광신호·불꽃신호기기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당국의 홍보가 허술하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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