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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인터뷰승인 2018.03.05 14:10 | 수정 2018.07.10 16:44
[인터뷰]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안전 책임지지 않는 구조 개선해야 안전사회 완성
 진짜 안전시대 맞아 전문성 배양·서비스 향상시켜”


2018년 정부는 교통사고, 자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를 예방하는데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방침 아래 세부계획을 마련하는 등 안전 대한민국 만들기 위한 밑그림을 제시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동안 다소 소외돼 오던 산업안전이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정책의 중심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이에 최근 안전보건공단의 수장으로 부임한 박두용 이사장을 만나 국민적 기대와 열망을 해소할 활동과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먼저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의 말씀 부탁합니다.

―최근 안전보건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정부도 핵심 국정 아젠다로 산업안전을 선포한 이 시기에 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하게 돼 개인적으로 매우 영광스럽고 특히 산업안전보건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낍니다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도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안전은 역사적·시대적 과제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명입니다. 노동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사망자수 줄이기와 관련 소규모 사업장 등 산재취약계층을 담당하는 민간기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사장님께서 구상하는 민간기관의 전문역량 강화, 그리고 이를 위한 사업환경 개선방안을 말씀해 주시지오.

―산업안전은 소수정예의 제3자가 아니라 전국의 400만개 사업장의 사업주가 움직여 줘야 비로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안전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몰라서 못하기도 하고 알아도 여력이 안돼 못하기도 합니다. 개별사업장에서 안전보건기술을 개발키도 어렵고 일일이 전문가를 두기도 어렵습니다.

우리 공단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안전보건 전문기술을 개발·보급하고 사업장에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공단이 비록 전국 27개 지역본부나 지사에 1650여명의 인력이 포진해 있다 하더라도 400만개에 이르는 사업장에 모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개별사업장에 직접 안전보건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민간 전문기관이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입니다. 산업안전보건서비스는 정부-공공기관-민간기관의 서비스 전달체계가 체계적으로 잘 확립되고 사업장이 같이 할 때 비로소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서비스 전달체계라는 큰 틀에서 민간기관이 그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면 민간기관의 역량은 저절로 강화될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한 체계를 잘 갖추도록 해 민간기관의 역량 강화를 도모토록 하겠으며 단기적으로 전략적 제휴가 이뤄지도록 사업을 개발할 생각입니다.

그동안 현장에서의 산업안전보건은 법적으로 지켜야 할 최소요건을 충족시키는데 관심이 있었던 것이 현실이었으며 이 때문에 협력사 등 취약계층 관리에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안전보건공단의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한 박두용 이사장(왼쪽)이 김진영 본지 발행인을 만나 안전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열망에 부응하는 산업재해 예방대책 수립 및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그의 소신과 앞으로 계획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안전보건 관련 민간기관도 시장에서의 진정한 수요인 자발적인 수요에 의한 안전보건서비스 보다는 법적인 사항을 대행해 주는 업무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해진 절차와 방법, 그리고 규격과 형식에 맞춰야 하는 사업을 주로 수행할 수밖에 없었고 구성원들의 전문성 향상이나 역량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공단에서는 민간 안전보건시장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먼저 사업을 함에 있어서 안전관리는 필수이며 이는 불필요한 비용이 아니라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라는 것이 상식이 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겠습니다. 또 정부·공단·민간기관과의 관계에서 공단이 중심 역할을 수행하겠습니다.

아울러 민간기관이 시장의 수요에 기반한 사업을 개발하고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민간기관의 전문성을 높이고 역량을 제고할 수 있도록 협력과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


▲정부는 교통사고, 자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기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과 함께 구체적으로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안전보건공단도 많은 일을 수행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올해 사업계획을 소개해 주십시오.

―우리 공단도 앞으로 5년 이내에 산재 사고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킬 예정입니다. 기본적으로 실질적으로 위험한 작업현장에 대한 권한을 가진 자가 안전관리 책임을 지도록 하는 원칙을 확립하고 모든 예방체계를 일단 사고사망을 줄이는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일단 사고사망이 높은 업종과 공정에 대해 권한을 가진 자 또는 책임을 가진 자가 어떤 식으로 안전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지 또는 회피 내지는 해태하고 있는지에 대해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악코자 하며 이를 개선하거나 보완할 기술적·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우리 공단이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것은 곧바로 시행하고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고용노동부에 개선을 건의해 법·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최근 빈발하고 있는 질식사고나 타워크레인 붕괴사고, 공사장 화재 등 대형사고에 대해서는 특별히 예방활동을 강화할 것입니다. 또 산재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소규모 사업장 기술·교육·재정지원사업에 집중하며 예비산업인력·여성·장년·외국인 근로자 교육을 강화토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근로자 건강증진 및 작업환경개선사업 확대와 범국민 안전문화 확산사업도 강력히 추진할 계획입니다.


▲최근 안전보건공단 전국 소속기관장 회의가 진행됐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밝힌 공단 운영 방침과 강조한 내용이 무엇인지 밝혀 주십시오.

―우리 사회는 위험사회를 넘어 이미 초위험사회로 진입했습니다. 위험은 대형화됐고 설비는 노후화됐습니다. 중대재해도 끊이지 않고 메탄올 중독과 같은 후진적 직업병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게 없는 상황에서 공단 임직원들에게 세가지를 당부했습니다.

그 첫번째는 변화에 따른 사업 수행방식 개선방안의 마련입니다.
공단은 창립 30년을 거치며 산재예방 프로세스와 체계가 완전히 자리매김했으며 올해는 이를 기반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시대변화로 인한 위험의 복잡·다양화, 사회적 역학관계 등으로 인해 기존 사업수행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는 공단의 전문성 함양을 위한 방안 모색입니다. 앞으로의 전문성은 현장에 대한 감각,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전혀 다른 각도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대기업과 5인 미만 사업장에 동일한 내용을 적용한다고 해도 그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가 이뤄져야 합니다. 이런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전문성 향상을 위한 방법론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산업안전 외연 확장에 대한 고민을 제안했습니다. 최근 경주·포항지진, 밀양 화재 등 다양한 재해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이를 화재·산재사고로 구분하지 않고 산업안전 문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에 공단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 소득 3만불 시대를 앞두고 산업보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안전보건공단의 역할도 변화돼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현재 준비사항을 소개해 주십시오.

―전세계적 추이를 보면 일반적으로 소득수준 1만불에 이를 시점부터 환경의 일반화, 2만불 부터는 안전의 일반화, 3만불부터는 보건의 일반화라는 거시적 변화가 시작됩니다.

우리나라는 조금 늦어 2만불대 후반에 안전부문의 대변혁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동시에 산업보건 문제도 분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도체 직업병 논란이나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바로 그러한 시그널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공단은 국가적 핵심 아젠다로 떠오른 안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산업보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요구에 부합하고 충족시킬 수 있도록 직업병 예방 및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인프라 강화 방안도 준비할 생각입니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나 프랜차이즈 노동자와 같이 새로운 고용형태의 노동자가 나타나고 감정을 노동으로 제공하는 새로운 유형의 노동과 건강문제가 나타남에 따라 이에 관한 대책도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미 감정노동 고위험직종에 대한 컨설팅 실시,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홍보 강화, 산재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 전국 확대 및 산재 트라우마센터 운영 등을 추진해 오고 있으며 업종별로 전문화된 조직체계를 갖춰 전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과 서비스를 개발·제공하기 위해 내년에 특별히 서비스산업안전보건전문센터와 전자산업안전보건전문센터 설치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최근 발생한 포스코 사망사고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재해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말씀해 주십시오.

―대기업의 사업장 내에서 발생하는 하청업체 산재는 근본적으로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 즉 원청 등이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대기업과 소기업, 원청과 하청을 떠나 사람들이 일하는 장소에는 최소한의 안전이 확보돼야 합니다. 그 장소와 시간을 통제하는 자, 권한을 가진 자는 그가 누가 됐든 안전에 관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합니다.

노동자를 직접 사용하든 간접적으로 사용하든 자기 사업장, 자기 설비, 자기 시설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그 사업장, 설비, 기계 등의 소유자, 권한자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합니다.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구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안전관리제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안전사회를 만들 수 없습니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하청이나 외주화로 안전관리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집계돼 온 산업재해 통계는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사장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산업재해는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이 원칙입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원인을 진단할 수 있고 대책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의 산재 통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의 연간 재해율은 0.50%로 독일의 재해율인 2.33%의 1/4 수준이지만 우리나라의 사고사망만인율은 0.53으로 독일의 사고사망만인율인 0.15의 3.5배 수준입니다.

이처럼 재해율은 낮고 사고사망만인율은 높은 우리의 산업재해 통계는 산업재해 은폐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판단됩니다. 또 산재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이유를 보면 산업재해 통계의 제도적인 문제와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실제로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업종과 사업장에 산재보험료를 더 많이 부과하는 산재보험료 산정 방식과 재해율이 낮은 업체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정부의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제도 등이 산재은폐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더불어 하청에서 산재가 나면 벌점을 부여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등 고질적인 원·하청 구조가 또 다른 원인이기도 합니다.

이제 일하다 다치거나 걸리는 질병은 모두 산재로 처리하는 획기적인 제도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사업장 사업주와 안전보건 관련인들에게 각각 조언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안전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운이 없어서 사고가 나는 것’ 이라는 인식에서 최근에는 ‘안전사고는 분야를 불문하고 어딘가에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을 제공한 책임자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의 시기를 맞아 사업주는 안전을 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확보해야 합니다.

안전에 대해서는 ‘나중에 문제가 되면 그때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안전은 품질과 같이 하루아침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조금씩 신경을 쓰면서 품질이 조금씩 나아지듯이 안전도 그때그때마다 주의를 기울이고 관리를 해나가야만 기업의 안전경영능력과 안전문화가 생깁니다.

산업안전보건 관계자들에게도 부탁드리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사회 안전은 법을 대행하는 시대, 규제 때문에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는 시대를 지나 진짜 안전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경쟁력은 안전보건에 대한 전문성과 특화된 서비스입니다. 당연히 안전보건기관이나 안전보건전문가들의 투자와 역량개발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지, 사업주에게 어떻게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아울러 노동자도 인식전환이 필요합니다. 안전보건은 일터에서 보장받아야 할 권리입니다. 권리는 권리를 가진 자가 주장하고 찾을 때 비로소 작동합니다. 적극적으로 안전할 권리, 건강할 권리를 찾기 바랍니다.

아울러 안전은 당사자가 실행할 때만이 자신이 안전해집니다.

일하는 곳은 그 특성상 100% 안전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 안전을 확인하고 정해진 안전수칙을 준수하거나 적절한 보호구를 착용하는 등의 여러분의 참여가 꼭 필요합니다.

오승준 기자  ohsj@safet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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