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거리(safe distance, safety separation)는 어학사전에 ‘안전하게 운전하기 위해 유지해야 하는 앞차와의 거리’라고 풀이돼 있다.

또 같은 말로 ‘굽은 길이나 고개 따위에서 맞은 편에서 오는 차가 처음 발견되는 거리’를 이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군사용어로는 ‘핵폭발로부터 피할 수 있는 최소의 거리. 폭발 지점에서 안전 지점까지의 거리’를 일컫는다.

어찌하건 결국 안전거리의 개념은 안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거리를 말하는 것이다.

이 안전거리를 지키지 못하면 안전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결국 안전거리는 생명을 지키는 거리이니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 할 것이다.

설 연휴 전후로 가장 염려스러운 것이 교통사고다. 들뜬 마음에 주시태만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많은데 이럴 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안전거리다.

한 교통환경 전문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설 연휴에 발생한 후미 추돌사고는 총 3500여건으로 전체사고 1만여건의 30%가 넘는다.

후미추돌사고는 ‘안전거리 미확보’와 ‘주시태만’이 주요 원인인데 특히 고속도로에서의 안전거리 미확보에 의한 사고는 설 연휴 기간에 평소보다 3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운전행태와 사고의 상관성을 분석해 봤더니 사고 유경험자일수록 앞차와의 간격이 짧아 사고위험이 높은 운전습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차량 운전 때 프랑스의 안전거리 권고기준은 시속의 60% 수준(현재 주행속도에서 약 2초 후 정지하는 거리)이다. 즉 차량 속도가 시속 100km이면 앞차와 60m 이상의 거리를 두는 것이 안전하다는 뜻이다.

한국도로공사에서 제공한 폐쇄회로(CCTV) 영상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간에는 3명 중 1명, 야간에는 50% 정도만 안전거리를 준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 400명을 대상으로 차간거리 유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더니 3명 중 2명은 ‘운전자의 감’ 또는 ‘일정한 기준 없음’으로 응답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안전거리에 대해서는 거의 무심하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설 연휴 기간에는 마음이 급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조급한 마음에 차간 거리를 바짝 붙여서 가는 운전자가 많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이래서 사고가 나는 것이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을 차려야 산다’는 말이 있다. 안전에 대한 각성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평소엔 건성 들어 넘기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호랑이에 물려 갈 일도 없을뿐더러 그것이 다른 재난을 의미한다 해도 우리들의 속성은 예방을 늘 뒤로 미루곤 하기 때문이다.

설 연휴 나들이는 즐거운 일이요 호랑이에 물려가듯 위험한 상황도 아니다. 그래서 안전에서 한발 뒤처지게 마련이다.

안전불감증의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본인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축구에서 가장 초보적인 전술은 공을 쫓지 않고 사람을 지키는 것이다. 공만 보고 쫓아다니다 보면 백전백패하고 만다.

사고도 사고만 바라봐선 줄이지 못한다. 사고를 막는 근본적이며 확률 높은 전술이 있다면 그것이 ‘안전수칙 확보’요, ‘예방’이다.

예방으로 사람의 목숨을 얻을 수 있다면 그보다 값진 것은 없다. 원래 예방은 작업이 광범위하고 그 성과가 금방 눈앞에 두드러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예방은 항시 지속돼야 하며 또한 그 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위해 필요한 기본 바탕이 안전문화다. 항시 안전문화가 강조되는 이유다.

지금 우리가 안전태평성대에 살고 있는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국가와 사회, 그리고 정치와 경제분야에서도 계속 안전을 외쳐 왔지만 제대로 효과를 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것이 형식적이고 말뿐인 겉치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진실로 우리에게 안전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안전문화 위에 서지 못하면 또 어떤 대형사고를 불러 올지 모른다.

우리는 안전해야 한다.

안전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안전캠페인에 동참해야 한다.

지금은 위기다.

눈앞의 위험을 바라보라. 두렵지 않은가. 항시 안전거리를 확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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