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할 수밖에 없는 작업환경’ 만들어 도심 속 최고난도 현장서 무재해 달성

현대건설 서울 제물포터널 민간투자사업 건설공사 제1공구현장(현장소장 이용찬)은 서울시 강서구 국회대로 55에 위치해 있다. 제물포터널 민간투자사업은 만성 지·정체 구간인 제물포로의 교통환경 개선 및 통행시간 단축을 목적으로 진행되며 양천구 신월IC부터 영등포구 여의대로까지 7.53km 구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완성된 터널 주위는 공원이 조성돼 주민들의 쉼터로도 이용된다. 현대건설은 총 연장 7.53km 중 4.28km를 연장하는 제1공구 현장을 맡고 있다. 공사금액 2414억원, 70여명의 출력인원으로 차들이 수시로 지나다니는 정체구간에서 3820m의 터널 구간, 유지관리시설 1개소, 공기정화시설 2개소를 건설하는 고난이도 현장이지만 공사를 시작한 2015년 10월부터 현재까지 32만4000여시간이 넘는 무재해를 기록 중이다. 차량과 주민들이 많이 다니는 도심이며 정체구간인 이 현장에서 무재해를 일궈올 수 있던 그들의 원동력은 ‘안전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들이 만든 ‘안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란 어떤 것일까.

 

현장 모든 근로자들에게 우수·사고사례 함께 전파
근로자에게 얼마나 인식돼 있는지 반드시 모니터링
작업공간과 안전공간을 나눠 현장안전 근원적 확보

 

1. ‘12대 안전규범’으로 사고 예방
서울 제물포터널 민간투자사업 건설공사 제1공구현장의 무재해 노하우 첫번째는 바로 본사의 안전규범을 확실히 지키는 것이다.
본사에서는 산업재해 사례를 기반으로 본사 직원 및 현장전문가들이 모여 만들어낸 ‘현대건설 12대 안전규범’을 모든 현장에 배포하고 그 지침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이 규범은 큰 금액이 들어 가지 않는 기본을 지키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사전위험성관리, 안전 작업상태 확보, 불안전행동 차단, 기초질서 확립 등 4가지 항목으로 큰 틀을 나누고 사전위험성관리에 ▲사전작업 허가제 준수, 안전작업상태 확보 ▲안전시설 설치 및 보호구 착용 ▲밀폐공간 가스농도 측정 ▲작업전 전기안전점검 실시 ▲화기작업시 불티 비산방지조치, 불안전 행동 차단 ▲지정된 이동통로 통행 ▲인양물 하부 출입금지 ▲건설장비 안전장치 해체금지 ▲설치·해체 작업구간 출입금지, 기초질서 확립 ▲음주 금지, 지정장소 외 흡연금지, 현장 내 과속 및 작업 중 휴대전화 사용금지 등 12개의 세분화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 현장의 김종범 안전팀장은 “본사의 규정은 실제 있었고 앞으로도 발생하기 쉬운 부주의에서 비롯되는 것들을 원천 차단하는 것으로 자세하게 규정돼 있기 때문에 이 기본적인 것들을 철저하게 지키면 대부분의 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대부분 부주의로 발생하는 만큼 부주의로 인한 사고를 막는데에 집중한 규범을 철저하게 지킴으로써 무재해를 일궈가고 있다.


2. 현장소장이 협력업체 안전 직접 챙겨
본사에서는 한가지의 지침을 더 주고 있다.
현장소장이 한달에 한번씩 모든 근로자들에게 우수사례, 사고사례 전파토록 하는 것이다. 또 교육 결과를 본사에 보고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본사의 지침이지만 이 현장에서는 현장의 안전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요소를 한가지 더 시행하고 있다. 바로 현장소장의 모니터링이다.
이는 본사에 교육을 진행했다는 결과를 보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장소장이 직접 교육이 확실히 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근로자들에게 진행한 전파교육이 실제로 근로자들에게 인식이 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용찬 현장소장은 “근로자들이 모르고 있으면 그것은 교육이 아닙니다. 시설물은 돈으로 되지만 교육은 돈으로 되지 않기 때문에 교육 결과가 실제로 적용이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라고 말한다.
관리자들은 현장에서 근로자가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근로자들은 그것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현장이 안전하도록 만든다는 현장소장의 마인드다.
공정과 관련해서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용찬 소장은 원청사와 협력업체가 착공 후 공정 등에 시행착오를 겪는 것을 얼마나 빨리 극복하는지가 이 현장이 안전을 잡는지, 잡지 못하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토목현장은 중장비를 이용한 굴착, 포장 등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공정이 많기 때문에 신규 공정에 들어가기 전부터 위험예지훈련을 철저히 하고 정착 되기 전까지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 이후 신규 업체가 들어오게 되면 같은 공정이더라도 업체마다 공정진행 방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관리하고 있다.


3.안전 지키기 기본은 ‘정리정돈’
제물포터널 민간투자사업 건설공사 제1공구 현장의 현장소장과 안전팀장이 일심동체로 외치는 것이 있다. 바로 ‘정리정돈’이다. 타 현장들과 비교해서도 정리가 우수하다고 느껴지는 현장이지만 이용찬 소장과 김종범 안전팀장은 “안전을 위해서는 이것도 모자라다”고 입을 모은다.
이용찬 소장은 깨진 유리가 생기면 그 유리를 중심으로 문제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예로 들며 정리정돈을 하지 않은 부분이 생기면 그 부분을 중심으로 시설물, 작업 등에서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말한다. 정리정돈을 함으로써 제때 필요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들이 지나갈 수 있는 통로를 깨끗하고 안전하게 확보하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4.흡연·핸드폰 구역 별도 운영
이 현장에서는 타 현장과 다른 특이한 장소를 지정해 놓았다. 바로 핸드폰 존이다.

건설현장은 내·외부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금연구역을 따로 지정해 놓는데 이 현장에서는 금연구역과 함께 핸드폰 구역도 따로 지정했다. 현장 작업 중 핸드폰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 마치 차 운전을 하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경우와 비슷한데 실제로 이용찬 현장소장은 현장사무실 앞에 있는 육교를 지나다 자동차 운전자들이 스마트폰을 보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핸드폰 존이 작업하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게 되면 귀찮아서 이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작업장소 가까운 곳에 핸드폰 존을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사용 장소를 가까운 곳에 지정해 줌으로써 근로자들이 핸드폰을 핸드폰 존에서만 이용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주는, ‘작업공간’과 ‘안전공간’을 나눠줌으로써 현장안전을 확보했다.            

특별취재팀

 

인터뷰

이용찬 제물포터널 제1공구 현장소장

“위험한 일은 겪지 않을 수 있는
 안전한 환경 만들고 싶습니다”

▲무재해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오면서 특별히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고 또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현재까지 32만4000시간 동안 무재해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무재해를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원청사와 협력업체간 방침, 관리 차이 등으로 인해 나타나는 시행착오를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시행착오를 최대한 빨리 해결하기 위해 초기부터 신규공정을 할 때 위험예지훈련을 실시하고 작업 후에는 피드백을 했습니다. 새로운 업체가 들어올 경우 특별관리를 했습니다.
토목현장은 용접, 배관, 적기작업 등 공정이 반복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요. 배전반을 예로 들면 같은 배전작업이더라도 업체마다 작업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사전준비’를 통해 안전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협력업체의 자발적인 안전관리 참여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협력업체의 참여를 어떤 식으로 이끌어 내시는지 소장님의 노하우를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현장 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전파’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지침이 있고 또 좋은 교육이 진행됐어도 그 지침과 교육이 전달되지 않고 전파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특히나 도심 내에서 터널공사를 하며 중장비들을 많이 동원하는 이 현장에서 안전을 위한 교육 내용이 제대로 전파되지 않는다면 중대재해라는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본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침이 하나 있습니다. 여러 현장들의 안전활동 우수사례 또는 사고사례를 소장이 직접 관리감독자, 근로자들에게 전파교육을 해야 하는 것인데요.
이 교육 결과는 본사에 보고하게 돼 있지만 저 같은 경우 좀 더 나아가 진행했던 교육 내용을 관리자들과 근로자들이 숙지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합니다.
새로운 교육 또는 같은 내용을 교육하게 되더라도 그 내용들을 다시 한번 듣고 되새기면 근로자분들도 공정을 진행할 때 위험한지 아닌지를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안전이라는 것은 불과 몇초 사이에 잃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효과는 보이지 않아도 정말 크다고 자신합니다.
▲안전관리에서 이것 하나 만큼은 꼭 지키고 싶다는 현장소장님의 소신은 무엇입니까.
―‘위험해 보이면 안하도록 만들어주는 현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바꿔 말하면 ‘안전할 수밖에 없는 현장을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위험하다’고 느끼면 안하면 됩니다. 그런데 위험하다고 느끼려면 그것이 어떻게 위험하고 어느 정도 위험한 일인지 알아야 하지 않습니까? 이 때문에 결국 안전교육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설물 같은 경우 돈으로 어느 정도 안전을 확보할 수 있지만 근로자의 경우는 자신이 모르면 사고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뭘 하면 안되는지, 이 상황에는 어떤 것이 적용이 될지 등을 최종적으로 판단해 실행하는 것은 근로자입니다. 근로자가 알고 위험한 것은 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 그런 안전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 제 소신입니다.

 

현대건설 서울 제물포터널 제1공구현장의 안전달인

김종범 안전팀장

안전관리자는 근로자들이 작업현장에서
안전할 권리를 찾도록 도와주는 ‘변호사’

▲진부한 이야기로 비춰질 수 있지만 안전관리자에게는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팀장님에게 ‘안전관리자’란 어떤 사람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안전관리자가 ‘경찰’의 입장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불안전한 요소들을 잡아내고 근로자들에게 그 내용을 전파하는 측면에서 사명감을 갖고 있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경찰의 입장이 아닌 현장의 ‘변호사’ 역할을 하자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근로자들이 안전할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면 안전이라는 그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제가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고 또 그렇게 할 것입니다.
저는 항상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근로자분들에게 안전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진실된 마음이 있으면 안전은 따라오게 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언제나 현장에서 그 역할을 하자고 되새기고 있습니다.
▲토목공사현장인 만큼 중장비들에 대한 안전이 많이 요구되는데요. 팀장님께서는 장비로 인한 위험에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고 계신지요.
―중장비들은 투입단계에서부터 장비작업계획서를 받아 철저히 공정작업에 착수하고 20년이 넘는 등 노후장비들은 현장에서 쓰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카이 장비 같은 위험성이 높은 장비들은 5년 이내 장비이더라도 꼭 자체 안전검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 저희 현장에서는 본사 지침에 따라 장비들에 스티커를 붙여 놓습니다. 승인되지 않은 장비들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해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입니다. 장비 사용을 승인받지 못한 상태에서 사용하면 스티커를 탈착하는 순간 사용한 것이 적발되기 때문에 안전에 있어서는 그 효율성이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외에도 무더운 여름철 발생할 수 있는 일사병 등에 대처하기 위해 TBM을 오전과 오후 두차례 진행해 근로자들의 보건관리 측면도 항상 체크하고 있습니다.
▲무재해현장의 안전관리자로서 근로자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꼭 하나만 말씀드리지자면 근로자분들이 꼭 이 현장이 아니더라도 어느 현장에서 근무를 하시든 상관없이 ‘갑질’을 좀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갑질은 요즘 사회의 이슈가 되는 갑질이 아닌 ‘안전’에서의 갑질입니다.
현장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면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자신있게 말씀하십시오.
근로자 여러분. 안전에서 만큼은 꼭 ‘갑질’ 좀 하십시오! 그것이 여러분의 생명과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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