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2014년 12월 서베링해에서 우리 국적 원양어선 오룡호가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5.5m의 높은 파고가 일고 있었고 수온도 매우 낮았던 극한 상황이었다. 사고 직후 러시아는 사고해역 주변 자국 조업어선에 신속히 협조를 요청해 7명의 귀중한 생명을 구조했다.

이후 우리 함정이 사고해역에 도착해 수색구조를 개시한 후에는 미국, 일본으로 부터 기상정보, 식수, 피항지 등을 협조받아 작업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비단 오룡호 사고 뿐만 아니라 현재 지구촌은 신종 전염병 확산,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 등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재난·사고들이 증가하고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와 가뭄, 한파와 폭설 등과 같은 자연재난의 발생으로 국가간 협력을 통해 대응해야 할 재난·안전 이슈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국민안전처는 출범 직후부터 한반도 주변 4강(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과의 신속한 재난관리 국제공조체계 구축을 정책의 주요방향으로 설정한 후 적극적인 노력을 전개했다.

그 결과 2015년 11월 중국, 2016년 3월 미국, 5월 러시아에 이어 12월 일본과 업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한반도 주변 4대 강국과의 재난분야 글로벌 협력체계를 출범 2년 만에 완성했다.

이런 글로벌 협력체계 구축으로 각종 재난에 대한 주변 4국들의 대응체계 및 조직과 정책 변화사례, 재난안전 기술개발과 관련산업 동향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주변 4강과의 중점협력사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국과는 지진과 화산관련 정보 및 기술의 공유와 함께 한·중 항로에서의 안전관리 공조방안을 논의하기로 했고 미국과는 테러관련 정책과 노하우 및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공유키로 했다.

러시아와는 지하철 및 원전사고 등의 특수재난분야와 인공위성을 활용한 재난관리 분야를, 그리고 일본과는 지진과 쓰나미 등 자연재난 대응관련 정보 교환에 중점을 두고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또 다른 기대효과는 해외재난 발생시 우리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보다 용이하게 됐다는 점이다.

특히 러시아와는 국경수비대와의 업무협약(MOU)을 통해 해상 수색구조와 테러, 범죄 대응을 강화키로 했다.

러시아 인근 해역에서 조업 중인 우리 어선의 안전한 조업을 보장받았으며 해상사고시 신속한 구조를 위한 관련 부서간 핫라인을 개선키로 합의했다.

한편 주변국간 재난관리협력이 지역에 가져올 시너지 효과도 간과돼서는 안될 것이다. 한반도 주변 지역은 그 지정학적 특성으로 국가간 영토분쟁, 역사문제, 지역패권 경쟁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 주변 국가간 갈등과 불신은 인류애에 바탕을 둔 재난분야 협력과 같은 공통 관심사항에 대한 협력을 통해 해소시켜 나갈 수 있다. 또한 재난분야 협력시 축적된 대화관행과 상호신뢰는 정치·경제분야 협력까지 파급돼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명심보감 근학편에 ‘옥불탁불성기(玉不琢不成器)’라는 가르침이 있다.

아무리 좋은 옥이라도 쪼지 않으면 그릇이 되지 못한다. 즉 다듬고 정리해 쓸모있게 만들어 놓아야 값어치가 있다는 말이다.

한반도 주변 4대 강국과의 글로벌 협력체계 구축 또한 내실있는 후속조치가 따르지 않는다면 다듬어지지 않은 옥에 불과하다.

국가간 상호합의 사항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행으로 반드시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 재난안전관리 체계를 보다 굳건히 하는 한편 지역평화에도 공헌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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