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선 대한건설보건학회장 및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장

 

“기업에서는

ESG의 근본 철학을
실현하는 마음으로

ESG활동 추진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보다는
산재를 예방키 위해 더욱 노력해야”

 

“상상해 보세요. 분기별 매출보다 분기별 탄소배출량에 더 신경쓰고, 어닝 쇼크보다 지구가 받을 충격에 더 민감한 기업이 있다면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기업의 성장 속도만큼이나 지구의 기후변화 속도를 걱정하고, 혼자 글로벌 넘버원이 되는 대신 작은 넘버원들을 키워내는 기업들의 세상은 지금과는 무엇이 다를지.”

이 글은 ESG를 표방하는 모 기업의 광고내용이다. 기업이 추구하는 비젼과 가치를 담아 좋은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광고이다. 이 광고를 보면 배려하고 함께 하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푹 빠지게 된다. 

요즘 기업은 ESG 경영을 운영하고 홍보하는데 매우 적극적이다. ESG란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기업활동이 친환경, 사회적 책임경영, 지배구조개선 등의 투명경영을 고려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ESG 경영에 대해 관심을 갖기 전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기업의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을 추구하였다. CSR이란 기업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하는 것이고, CSV는 기업활동 자체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후변화가 지구의 생존가능성을 위협하면서 기업경영이 지구의 미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기업에 ESG 경영을 요구하게 되었다. 

ESG 중 사회적 책임경영을 뜻하는 ‘Social’의 내용을 살펴보면, 노동조건 개선, 인권문제, 건강 및 안전, 직원관계, 협력사 지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곧 산업안전보건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기업들이 ESG 경영을 실천하려면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중대재해에 대처하는 산업안전보건을 선제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제시하는 안전보건조치 이행의무를 다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ESG 경영에 앞장서서 하겠다는 기업들이 왜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에 부담을 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모순된 주장을 하는 것일까?

과거에도 기업들은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는 하지 않으면서 대외적으로 비춰지는 이미지는 좋게 하기 위해 불우이웃 성금내기, 독거노인 돕기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였다. 기업 내에 사회공헌팀이라는 전담 조직도 설치하여 운영하였다. 지금은 이들이 ESG 팀으로 변경되어 내용 상으로는 변화되지 않았으면서 외형만 치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이 ESG에 매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할 때 기업의 ESG 활동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기업의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ESG 활동에 대한 평가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할 때 ESG 활동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주식을 투자하는 기준에도 ESG 지표가 활용되고 있다. 영국은 2000년부터 ESG 정보를 공시하여 기업을 평가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공단도 ESG 등급이 2등급 이상 하락한 기업은 기금운영본부에서 중점관리하는 지침을 발표하여 기업에 대한 투자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ESG가 이렇게 활용되다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ESG 활동이 중요한 생존전략 중의 하나다. 

그렇다면 기업의 산업안전보건 활동은 ESG 지표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을까? 기업의 안전보건 활동이 ESG 지표에 충실히 반영된다면 기업은 산업안전보건 활동을 우선순위에 두고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ESG의 실질적인 지표에는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내용이 제대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직장내 괴롭힘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는 N기업이 ESG 지표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고, 산재가 다발하는 P기업도 ESG 점수가 높게 나타나 있다. 

ESG의 내용에는 산업안전보건이 중요한 항목으로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ESG 평가에는 산업안전보건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우리나라는 한국거래소가 2015년부터 ESG 평가점수를 산출하여 발표하고 있는데, 이 지표를 참고하여 투자 회사들이 기업 투자를 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표의 기준도 변화되고 있으니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 ESG 평가항목에 포함될 것으로 생각된다. 

기업에서는 외형적인 평가항목으로 ESG 활동을 하지 말고, ESG의 근본 철학을 실현하는 마음으로 ESG 활동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해 가려고 하기 보다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면 소비자들도 그 노력을 높이 평가하여 그 기업에 대한 투자와 제품의 구입을 확대해 갈 것이다. 

산업안전보건 활동은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태어나는 아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존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환경경영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기업이 자리할 공간을 확보할 수 없듯이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 있어도 일을 해 줄 사람이 없다면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산업안전보건을 ESG의 핵심과제로 생각하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ESG 활동의 폭을 넓혀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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