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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기고승인 2019.10.16 14:50 | 수정 2019.10.16 14:50
[기고-정우철]첫 출장검진에서 만난 사장님들정우철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임상부교수

일반건강진단은 고혈압·비만 등을 조기에 진단
한국인의 사망 원인 2위인 뇌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다.

특히 시간에 쫓기는 분들은 근무긴장도가 높아
뇌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1.5~2배까지 높아져
건강문제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대목동병원은 지난달부터 출장검진을 시작했다.

첫 검진 사업장은 서울 양천구에 있는 서부화물트럭터미널이었다.

일반인에게 생소할 수 있는 이곳은 개별사업자로 등록된 화물 트럭기사들과 화물주를 연결하는 200여개의 소규모 물류기업들이 밀집한 곳이다.

최근 들어 대형 물류기업들이 등장하고 대규모 물류센터들이 세워지는 상황이긴 하지만 여전히 중소규모의 물류운송을 많이 하고 있다.

그만큼 업체간 경쟁이 심해지고 수익구조는 악화됐기에 기업이라고는 하지만 사장님 한명과 경리직원 한두명이 일하고 있는 전형적인 5인 미만 기업이 대다수다.

이곳에서는 사장을 포함해서 5인이 되는 기업은 중견기업이다. 거기에 트럭기사분들도 모두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만나는 분들의 절반은 사장님이다.

사장님이긴 해도 그야말로 잠깐 화장실 가는 동안에도 전화기를 한순간도 손에서 떼지 못하는 분들이 대다수다.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은 몸에 지니고 다니는 핸드폰이 기본 두대다.

혈압을 재는 그 잠깐 사이에도 문자나 전화 한통을 놓칠까 노심초사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 분들이 아픈데도 없는데 ‘하루 시간을 내서 병원을 온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도전이다.

출장 검진 첫날, 50대 중반의 남자분이 오셨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의사를 만나 건강진단을 시행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매년 건강진단 쪽지는 받았지만 십수년을 이쪽 업종에 근무하시면서 반나절 짬을 내 건강진단을 받으러 갈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다양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검진서비스를 한번도 받으신 적이 없는 것이다.

처음 측정한 혈압이 200/130mmHg이었다. 검진이 처음이라 긴장하셨을까 해 조금 쉬었다가 두번째 측정한 혈압도 170/110mmHg이었다.

이렇게 혈압이 높은 상태가 방치되면 뇌심혈관질환으로 갑자기 쓰러질 수도 있다. 당장 병원진료를 권고하고 병원진료예약을 해드렸다. 그동안 바쁘기도 하고 어딘가 몸이 안좋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겁나는 것도 있어 검진을 못받았다고 한다.

‘아, 우리가 출장검진을 시작하기를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적인 것은 일년에 한번쯤은 건강관리를 위해 휴가를 내고 검진과 상담을 받는 것이 좋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는 분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일반건강진단은 간단하고 형식적인 검진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비만 등을 조기에 진단하고 관리해 한국인의 사망원인 2위인 뇌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특히 이렇게 쫓기면서 일하시는 분들은 근무긴장도가 높아 뇌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1.5~2배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이러한 건강문제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검진을 하면서 수검자들 대부분이 20년 이상의 흡연력에 거의 매일 반주로 소주나 막걸리 1병 정도 마시는 것이 아주 평범한 일이라는 것을 보고 놀랐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보다 더 생활습관이 좋지 않았다.

문진표를 볼 때마다 엄청난 흡연력과 음주량을 믿을 수 없어 두번, 세번 확인을 했다.

건강진단은 질병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고 만성화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지만 흡연, 음주, 운동부족 등의 생활습관 요인을 평가하고 개선에 관한 상담을 통해 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생활습관이 더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근무긴장도가 높은 분들이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진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한번의 건강상담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정기검진을 꾸준히 받으면서 의사와 상담을 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생활습관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건강진단에서 의사들은 만나면 무조건 술, 담배 하지 말라는 이야기만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생활습관의 개선은 뇌심혈관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다.

우리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은 생활습관 개선을 직업과 연관시켜 설명하고 상담을 한다. 우리는 직업병을 예방하는 의사다.

한국인의 직업병 2위는 과로와 관련된 뇌심혈관질환이다. 수검자들은 과로 때문에 술, 담배를 끊기 어렵다고 말한다. 우리 의사들은 과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당장 과로를 끊을 수 없다면 술, 담배를 끊어 보자고 설득한다.

그렇게 몇년을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변화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이대목동병원은 2014년 교직원과 병원 환자들의 건강관리를 목적으로 작은 특수건강진단실을 개소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역사회의 특수건강진단에 대한 요구가 늘어 출장검진을 시작하게 됐다.

‘섬김과 나눔’의 이화의료원의 가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이화의료원은 지역사회의 요구에 답하기로 했다. 병원에 앉아서 기다리면 만나기 어려운 직장인들을 직접 찾아 나서기로 했다.

이번에 첫 출장검진을 시작하면서 이화의료원에서 정말 중요하고 의미있는 결정을 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지역사회에 양질의 건강진단서비스를 제공키 위한 첫걸음, 초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가려 한다.

안전신문  webmaster@safet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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