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 분석…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 통해 밝혀 수사 지연과 처리 장기화·높은 무죄율·집행유예 다수·낮은 유죄형량 등 문제 지적 법 시행 후 재해자수 증가하고 사망자수 큰 변화 없어... 산재 억제 효과 미미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산업재해자수는 증가하고 사망자수는 큰 변화가 없는 등 산재 억제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법 집행 과정에서 수사 지연, 처리 기간 장기화 등이 관찰됐으며 위반에 따른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내용은 28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를 통해 제시된 내용이다.
◇재해자수 증가... 입법 취지 무색
보고서는 가장 먼저 중대재해처벌법이 2021년 1월 26일 제정돼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뒤 산재 변화에 주목했다.
산재와 관련해 보고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후로 재해자수와 재해율이 증가했고 사망자수와 사망률은 변화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해자 수는 2020년 10만8379명, 2021년 12만2713명, 2022년 13만348명, 2023년 13만6796명, 지난해 14만2771명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산재 사망자도 2020년 2062명, 2021년 2080명, 2022년 2223명, 2023년 2016명, 지난해 2098명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범위를 좁혀 사고사망자 통계인 사고사망만인율을 보면 법 시행 이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법 시행 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해 온 경향을 고려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영향으로 보기 힘들다는 견해를 보고서는 제시했다.
◇미미한 사업주 처벌
보고서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후 최근까지 산업재해 발생 보고 건수는 2986건이었고 이중 고용노동부는 1252건을 수사대상에 포함시켰다.
이 가운데 276건을 기고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며 검찰은 이중 121건을 기소했다.
이후 진행된 재판에서 총 53건의 1심 판결이 내려졌다.
보고서는 이 과정을 살펴본 결과 수사지연, 처리 기간 장기화, 높은 무죄율, 높은 집행유예율, 낮은 유죄형량, 낮은 법인 부과 벌금액 및 원청 사업주 처벌 등이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수사 지연과 관련해 수사대상 사건 1252건의 73%인 917건이 고용노동부, 검찰에 의해 ‘수사중’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처벌 지연으로 사고 발생시 장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줘 대형 로펌 선임 등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유인함과 함께 수범자에게 법 억지력 붕괴 및 사회 전반적으로 법 집행력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높은 무죄율과 관련해서는 1심 판결을 받은 56명 가운데 유죄 50명, 무죄 6명으로 무죄 판결 비율이 10.7%였는데 이는 2023년 형사공판사건 무죄판결 비율 3.1% 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시에 집행유예 판결과 관련, 유죄 판결 49건중 42건이 집행유예 선고가 내려졌는데 2023년 형사공판사건 집행유예 비율 36.5% 보다 2.3배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죄 형량과 관련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징역형 형량 평균이 1년 1개월로 나타났는데 이는 법이 정하고 있는 하한선인 근접하거나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파악했다.
또 산업안전보건법 가운데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위반 기본형량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사실을 토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실제 처벌 효과는 크게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했다.
◇가칭 중대재해처벌법 합동수사단 설치 필요
이같은 문제점 해결을 위해 보고서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법령 및 기준 정비 ▲산업안전보건근로감독관 질적·양적 확대 ▲자율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실효성 있는 경제적 제재 방안 도입 등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수사 지연과 처리 기간 장기화 및 높은 무죄율은 산업안전보건감독관의 질적·양적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지적하며 수사기관의 전문성 강화는 물론 처리 절차의 표준화, 신속한 증거 확보를 위한 법적·기술적 지침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검찰, 경찰, 고용노동부가 협업하는 가칭 중대재해처벌법 합동수사단 설치와 같은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