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안전을 위한 일에는 정당과 정파를 떠나 상생을 위해 협력해야”

서울교통공사 본사 전경 ⓒ임새벽 기자 2021.07.23
서울교통공사 본사 전경 ⓒ임새벽 기자 2021.07.23

서울교통공사(사장 김상범) 만성적자 책임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 공사와 노조가 갈등을 빚는 가운데 하루 평균 700만여 명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서울지하철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통합 이후 창립 4년 만인 지난해 1조 1137억 원의 당기 순손실을 냈다. 공사는 자구책으로 전체 1만6000여 명의 직원 가운데 총 10%에 해당하는 1591명 인력을 감축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임금단체협상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노조는 “정부도, 서울시도 재정난 책임을 운영 기관에 떠넘기고, 경영진은 도리가 없다는 듯 구조조정안을 펼쳐 놓는다”라고 반발했다. 이어 “6년째 동결된 지하철 기본요금,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 지하철 환승 할인 등이 만성 적자 구조의 주요 원인”이라면서 오는 14일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통합 목표 ‘안전’ 최우선…정작 안전교육 부실 초래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2017년 5월 31일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던 서울메트로와 5~8호선을 운영하던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를 통합해 설립됐다. 2014년 말부터 두 기업 간 합병을 추진하던 서울시는 2016년 서울메트로 사장직에 김태호 전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 사장이 선임하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두 법인을 모두 해체한 뒤 새 회사인 서울교통공사를 신설하고 서울 성동구 용답동에 위치한 기존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옥을 본사로 정했다. 이어 통합으로 부족한 본사 직원들의 사무공간 마련을 위해 근처 인재개발원 절반가량을 기술본부 사무실로 활용했다.

김태호 초대 사장은 통합과정에서 최우선 경영목표를 ‘안전’에 두었다. 김 사장은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하철 시설물, 인력 구조, 시스템 전반을 관리한다”며 “공사의 모든 자원과 인프라는 ‘안전’ 이라는 지향점을 향해 최적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이 서울메트로 사장으로 부임하기 3개월 전  2016년 5월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발생한 정비업체 직원 김 모(19)군 사망사고로 서울메트로는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었다. 지난 2013년 성수역과 2015년 강남역에서 이어 세 번째로 발생한 스크린도어 수리 중 사망사고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김 사장은 공사 내 6개 본부장 중 최선임 본부장으로 ‘안전관리본부장’을 신설하고 호선별 안전관리관까지 지정했다. 하지만 ‘안전’에 최적화됐다는 말과는 달리 인재개발원을 사무실 용도로 사용하면서 안전교육 부실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국토부 철도안전관리 수준평가, 2019년 C등급에서 지난해 D등급 하락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는 1995년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상인역 공사 도중 발생한 가스폭발사고와 같은 해 아제르바이잔 지하철 화재 참사와 더불어 세계 3대 최악의 지하철 사고로 꼽힌다. 당시 192명의 사망자와 6명의 실종자, 14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렇듯 지하철 안전사고는 지하라는 공간 특성상 대규모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04년 철도 운영기관별 다른 안전기준을 국가 차원에서 정립하고자 철도안전법을 제정했다. 

또한 2020년 10월 7일 신설된 철도안전법 시행규칙(제41조의3제2항)을 통해 철도 직무교육의 내용·시간·방법 등을 명시했다. 신설조항에 따르면 철도 직무교육은 업무 현장 외의 장소에서 집합교육의 방식으로 실시하고 사이버교육 또는 화상교육 등 전산망을 활용한 원격교육은 50%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예외로 재해 또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발생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시 사전에 국토교통부 장관의 승인을 받을 경우에는 가능하다. 

자료 = 2019년 서울교통공사 안전보고서
자료 = 2019년 서울교통공사 안전보고서

2019년 발간된 서울교통공사 안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지하철에서 발생한 철도교통사고 및 안전사고 건수는 총 915건이다. 지난해에는 5호선 발산역에서 탈선사고로 승강장 안전문이 파손되는 등 6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2020년 국토부 안전관리 수준평가에서 69.89점으로 미흡에 해당하는 D등급을 받았다. 특히, 사고지표가 31.25점에서 18.47점으로 크게 하락했다. 2019년에는 총점 79.48점으로 C등급을 받았었다.

공사 관계자 A씨는 “현재 철도종사자 필수교육을 위한 시스템 및 장소가 부족해 사무실 내 협소한 휴게실 등을 이용해 법정교육시간만 충족하고 있다”면서 “교육 효과가 미흡할 수밖에 없는게 사실이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직무가 모여 통합안전교육을 진행해야 하지만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며 “안전교육 강화를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임대시설을 구해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의회 관계자, “시민안전에는 정당·정파 없어야”

이런 가운데 통합안전교육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이던 연구용역이 ‘서울교통공사가 빚을 내 연수원을 건립하는 것’으로 와전되면서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태백시는 2005년부터 장기 중단된 지역개발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자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협업을 통한 지방연수원 조성을 계획했다. 수도권과의 상호 교류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지역 일자리 창출을 원하는 태백시와 만성적자로 자체 안전교육원을 마련이 어려운 서울교통공사가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모델이다.

공사 관계자 B씨는 “태백시는 탄광도시로 현재 사용하지 않는 폐선로를 많아 철도안전교육을 하기에 용이한 점이 많다. 또한 공사가 건축 비용을 내는 것이 아니라 교육 일정에 따른 임대료를 내고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간 임대료는 50억 내외로 현재 절반을 사무실로 사용하면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인재개발원 전체를 사무실로 전환하면 70억 정도를 절감할 수 있어 도리어 예산이 아낄 수 있어 재무구조도 개선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용역 중단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 박원순 시장 때 문제없이 추진하던 것을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자 서울시의회에서 제동이 걸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29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 출석한 오세훈 시장은 서울교통공사 구조조정으로 인해 제기되는 안전 우려에 대해 “구조조정과 안전, 두 가지 토끼를 잡는 게 유능한 경영”이라며 “포기할 수 없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최대한 추구할 것을 서울교통공사에 요청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SH공사 사장 임명을 두고 오 시장과 총 110명 중 100명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 의원들간의 갈등이 극심한 가운데 ‘구조조정’과 ‘안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경우 오 시장의 치적이 될 뿐만 아니라 서울시장 재선에 유리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시민 안전을 위한 일에는 정당과 정파를 떠나 상생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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