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는 '아크로',  자회사 DL건설은 'e편한세상' 운영할 듯
'e편한세상' 적용 후 아파트 가치 떨어질까 조합원들 노심초사

DL이앤씨 CI 
DL이앤씨 CI 

서울 구로구 오류동 현대연립 재건축 사업을 두고 시공사들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DL이앤씨가 '아크로'가 아닌 'e편한세상' 브랜드를 적용키로 하면서 조합 반발이 커지고 있다. 

같은 서울인데 이 회사가 시공권 확보를 위해 '열일' 중인 북가좌6구역 재개발에서는 '아크로' 브랜드를 적용하고 오류동 현대연립 재건축에는 'e편한세상' 브랜드를 적용키로 방침을 정하면서다. 향후 브랜드 차별 적용으로 인한 조합원들의 불만은 이 회사의 수주 전선에 먹구름을 몰고 올 것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룹 내부적으로 DL건설이 'e편한세상'을, DL이앤씨가 '아크로' 브랜드를 사용하는 투트랙 전략을 채택할 경우 조합원들의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2000년 삼성물산이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을 출시하면서 삼성중공업의 '쉐르빌'의 가치 하락이 발생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룹차원에서 아파트는 삼성물산이 전담케 하며 삼성중공업이 주택공급을 접게 되자 쉐르빌의 인기는 급속히 시들해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DL이앤씨가 '아크로' 브랜드로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을, 자회사 DL건설이 'e편한세상' 브랜드로 지방 정비사업에 중점을 두게 되면 향후 'e편한세상' 브랜드 아파트의 가치 하락이 뻔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래미안'과 '쉐르빌'의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27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오류동 현대연립은 현재 지상 1~3층, 14개동 240세대로 구성돼 있으며 용적률 220%를 적용해 지상 15층 443세대로 새롭게 태어나게 된다. 공사비는 1300여억원이다. 故정주영 명예회장 시절 현대가(家) 사원 아파트로 사용하던 곳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포스코건설 등 3개사가 경합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 DL이앤씨가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가 아닌 일반 주택 브랜드인 'e편한세상'을 적용할 것으로 보여 조합원들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과거 시공사들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강남에만 적용했지만 최근에는 부산, 노량진, 흑석, 과천, 성수, 북가좌 등에도 검토되거나 쓰이고 있다. 

▶DL이앤씨, 전략적 중요도에 따라 '아크로' 브랜드 선별 적용할 경우…非적용 단지 반발 불러 올 듯

DL이앤씨 역시 올 3월 말 부산 해운대구 우동1구역(삼호가든) 입찰에 참여하며 서울이 아닌 광역시에서도 최초로 아크로 브랜드 적용을 약속했다. 북가좌6구역에서도 'e편한세상' 브랜드가 밀리자 북가좌에만 적용되는 '드레브 372'라는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오류동 현대연립 조합 역시 '아크로' 브랜드 적용을 원하고 있지만 DL이앤씨의 경우 일반 주거 브랜드를 적용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DL이앤씨가 북가좌6구역 조합원들에게 보낸 사업조건 홍보물. 조합원 요청시 ‘아크로’ 브랜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북가좌6구역 조합원 자료 제공)
DL이앤씨가 북가좌6구역 조합원들에게 보낸 사업조건 홍보물. 조합원 요청시 ‘아크로’ 브랜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북가좌6구역 조합원 자료 제공)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강남 이외에서 강북이나 수도권 주요 지역의 집값이 15~20억원에 육박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요구하는 조합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아크로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e편한세상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강남 이외에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도 'e편한세상'이 아닌 '아크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결국 DL이앤씨는 지난 5월 광주광역시 서구, 이달 초 신당8구역 등에서 연달아 계약해지를 겪었다. 각 조합이 당초 계약서와 다르게 '아크로' 적용을 요구하면서 사업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이처럼 DL이앤씨에 대한 '아크로' 적용 요구가 높아지고 있고, 기본 브랜드인 'e편한세상'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지면서 프리미엄과 기본 브랜드의 운영을 놓고 내부적으로 고민이 커지고 있는 것을 알려졌다. 

실제 한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DL그룹 차원에서 과거 대림산업 자회사인 삼호와 고려개발이 합병해서 만들어진 DL건설이 'e편한세상'을 맡고, DL이앤씨가 ‘아크로’를 영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지방의 경우 'e편한세상', 서울과 수도권은 '아크로'를 쓰는 브랜드 운영 방안도 내부적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부문별로 브랜드 운영이 갈린다면 오류동 현대연립 재건축에 'e편한세상' 브랜드 적용 시 DL건설이 시공한 아파트로 이미지가 형성될 우려가 크다. 조합 내부에서도 '아크로'가 아니더라도 'e편한세상'의 브랜드 가치가 아파트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조합원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 업계 관계자는 "e편한세상 브랜드 가치 하락에는 DL이앤씨, DL건설의 브랜드 정책도 한 몫하고 있다"면서 "이미 소비자들 인식에는 e편한세상이 DL건설의 경기도 지방 아파트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수주전에서 고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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