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실·홍보실, 서로 다른 세부평가기준 적용해 적법하다 주장
토목처 "특허 등록일 몰라, 서울교통공사와는 상관 없어"

서울교통공사 본사 전경 임새벽 기자 2021.07.23
서울교통공사 본사 전경 ⓒ임새벽 기자 2021.07.23

서울교통공사(사장 김상범)가 "특허활용 실적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해명자료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한 매체는 "5호선 '가짜서류 제출, 가점 받아 용역 수주 의혹 제기"라는 제목으로 H업체가 서울교통공사에서 발급 받은 허위서류로 26억원 상당의 정밀안전 진단용역 2건을 낙찰 받았다고 보도했다. 또한 H업체를 포함한 약 10여 개 업체에서 50여 명의 서울교통공사 퇴직 관료들을 채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도가 나가자 공사 홍보실은 이날 오후 해당 언론사 기자에게 "사실을 오해한 제보자의 주장을 보도한 것이라며 근거 없는 의혹 제기이자 사실이 아니다"는 취지의 해명자료를 보냈다.

이에 앞서 민원인은 지난달 23일 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특허활용 실적증명 허위 발급 등과 관련한 진정서'를 제출했고 2주 후 공사 감사실은 조사 결과 해당 서류가 정상적으로 발급했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감사실이 민원인에게 보낸 민원회신문과 15일 홍보실이 기자에게 보낸 해명자료를 확인해본 결과 "활용사진 등을 통해 실제 활용한 사실을 적법하게 확인 후 해당 서류에 날인 한 바 있다"는 해명에는 오류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조직적인 업체 감싸기라는 의혹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특허활용 실적증명서, 증빙서류만 갖추면 현장실사 없이 발급 가능

특허활용 실적증명서를 발급 받기 위해서는 발명진흥법에서 정한 전문기관인 한국발명진흥회에 관련 서류를 접수해야 한다.

제출서류는 ①특허·실용신안 활용실적 신고서 ②활용실적 내역서 ③발주자 확인서 ④활용금액 산정근거 ⑤특허·실용신안 등록원부 ⑥최초출원인증명서 ⑦특허·실용신안 등록공보 ⑧용역계약서 ⑨공사내역서 ⑩설계도면 ⑪시공사진 ⑫특허·실용신안 내용과 실제 활용기술의 비교설명 등이다.

이 과정에서 발주처는 용역사가 한국발명진흥회에 제출할 '건설기술에 관한 특허·실용신안 활용실적 발주자 확인서'에 날인하게 된다. 진흥회는 용역사가 제출한 서류를 근거로 심사와 발급을 하며 심사과정에서 증빙서류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는 한 현장실사를 실시하지 않는다. 만약 업체가 활용실적에 관한 증빙서류를 허위로 제출한 경우, 진흥회는 특허청장에게 통보하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제제를 요청할 수 있다.

▶특허 등록도 안됐는데, 특허를 활용했다?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해명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일정표 ⓒ임새벽 기자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해명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일정표 ⓒ임새벽 기자

H업체가 허위로 특허활용 실적을 인정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용역은 2017년 2월 2일 발주한 '서울도시철도 5호선 강동구간(강동~아차산역간 제외) 토목시설물 정밀안전 진단용역'이다.

해명자료에 따르면 해당 용역은 3월 10일 계약이 체결되어 17일 용역에 착수했으며 11월 28일 완료됐다. 반면에 특허는 계약 체결 이후인 3월 16일 출원해 8월 31일 등록됐다. 한국발명진흥회는 특허출원일 이전 계약한 용역에 대해 특허활용 실적이 있다고 한 서울교통공사 발주자 확인서를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H업체에게 증명서를 발급해 준 셈이다.

이 때문에 민원인은 "강동구간 공사내역서에 특허공법 및 금액이 적용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울교통공사가 활용실적 발주자 확인서에 도장을 찍어줬다"며 "특허·실용신안 활용실적 내역서, 발주자 확인서, 공사내역서가 위조됐다"고 주장했다.   

▶정밀안전진단 평가기준 "특허등록 결정을 받은 경우 인정"

건설기술용역사업자 사업수행능력 세부평가기준 중 특허 관련 부분 편집
건설기술용역사업자 사업수행능력 세부평가기준 중 특허 관련 부분 편집

국토교통부가 2020년 3월 10일 고시한 건설기술용역사업자 사업수행능력 세부평가기준(제2020-267호)에는 '정밀안전진단 용역사업자'의 경우 "건설기술 진흥법 제14조에 따라 지정된 건설신기술은 보호기간 내에 있는 경우 인정하고, 특허는 특허등록결정을 받은 경우 인정하되 사용실적(건수, 금액)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여 평가한다. 다만, 특허는 최대 1점까지만 인정한다"고 명시됐다.

또한 특허법은 "특허권의 존속기간을 특허권을 설정등록한 날로부터 특허출원일 후 20년이 되는 날까지로 한다"고 분명히 기록돼 있다.

특허법과 국토부 고시에 따르면 H기업의 특허권 존속기간은 2021년 8월 31일부터 2031년 3월 16일까지이다. 

▶감사실, 건설사업관리 평가기준 들어 "특허 존속기간 중 실제 활용했다"

서울교통공사 감사실 민원회신문 중 일부 발췌 
서울교통공사 감사실 민원회신문 중 일부 발췌 

문제는 감사실이 지난 10일 민원회신문을 통해 "특허 존속기간 중에 실제 활용한 실적에 대한 기준으로 2018년 1월 특허활용실적 확인서를 발급했다"고 주장하며 '정밀안전진단 용역사업자'가 아닌 '건설사업관리 용역사업자' 세부평가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불과 5일 뒤 언론사 기자에게 보낸 해명자료에서 발생했다.

이번에는 홍보실이 '정밀안전진단  용역사업자'가 아닌 '설계 등 용역사업자' 세부평가기준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H업체가 해당 특허를 4월 3일부터 7월 2일까지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 홍보실, 설계 평가기준 들어 "특허 출원일 이후 특허적용했다"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해명자료 중 일부 발췌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해명자료 중 일부 발췌

홍보실은 해명자료에서 "특허활용실적 확인서의 검토 기준은 한국발명진흥회의 '건설기술에 대한 특허실용신안 활용실적 신고 안내서(이하 안내서)'를 따르고 있다"며 "안내서의 관련 규정에는 국토부 고시를 근거로 특허 및 실용신안은 최초 출원한 후 등록권리 만료기간 이내에 활용한 실적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있어 이를 준용하며 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특허의 출원일은 2017년 3월 16일이고, 특허 적용은 2017년 4월 3일부터 7월 2일까지 시행되었으므로 이를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밀안전진단' 기준이 별도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계 등 용역업자' 기준을 가지고 특허 적용 시점이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허위 발급 의혹을 은폐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만약 '설계 분야'라고 하더라도 출원 특허와 등록이 동일한 경우 인정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출원 특허와 동일하게 등록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 등록일 이전 사용을 인정하는 것은 허위 실적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또한 민원회신문에는 특허 존속기간 내(8월 31일 이후)에 사용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하면서 해명자료에는 특허 등록일 전인 4월 3일부터 7월 2일까지 적용했다는 것도 앞뒤가 다른 설명이다.

국토부 고시문에 정밀안전진단 분야의 경우 특허 등록결정을 받은 경우 인정 하도록 명문화 돼있다.

▶토목처 "특허 등록일 몰라, 당시 기준으로 적법하게 처리해"

해당 용역 담당부서인 토목처 관계자는 "2017년에는 특허 출원일과 등록일이라는 개념이 인정되지 않았다"며 "우리는 특허법을 관리하는 부서가 아니라 한국발명진흥회 실무절차에 의해서 확인해 주는 곳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당시에는 2017년 6월 신고안내서를 기준으로 적용했고, 2019년 2월에 개정됐다"며 "특허 등록일은 알지도 못했다. 발주자 확인서에도 특허 출원일이나 등록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금도 똑같은 상황이라면 문제가 없다. 계약이 됐고 이후에 특허를 받았고 현장에서 쓴 것이다. 현장에 쓴 기록이 있어 확인후 발급해 준 것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명과는 달리 2017년도 6월 안내책자에도 국토부 고시(제2014-285호)로 '정밀안전진단 용역사업자' 세부평가기준의 경우 "특허는 특허등록결정을 받은 경우 인정한다"고 명시됐다. 

또한 건설기술에 관한 특허·실용신안 활용실적 발주자 확인서에 '특허 존속기간'이 없을 뿐이지 신고서에는 특허 등록번호, 등록일자, 존속기간을 기록하게 돼있다.

특허 관련 전문가는 "특허 출원특허 등록번호가 나오기 전에 특허를 적용해 활용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특허 출원 당시 청구항이 그대로 등록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토목처 관계자는 감사실과 홍보실 해명이 다르다는 질문에 "민원인에게 답변 보낸 것은 질문에 대해 디테일하게 답변 한 것이고 홍보실에게 보낸 것은 전체적인 것을 요약한 것으로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같은 입장"이라며 "적법하게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특별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가 '서울교통공사 허의서류 발급 의혹'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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