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문자격시험인 해당 시험, 224명 응시해 3명 합격… 대부분 문제가 ‘안전’서 벗어나

올해 6월 치러진 산업안전지도사 건설분야 시험 문제 대부분 안전과 거리가 멀다. / 응시자 제공. 
올해 6월 치러진 산업안전지도사 건설분야 시험 문제 대부분 안전과 거리가 멀다. / 응시자 제공. 

올해 6월 치러진 산업안전지도사 건설안전공학 분야 2차 시험 합격률이 1.3%에 불과, ‘고시급’ 최저 합격률에 응시생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해당 시험 문제를 본 관련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문제가 시험 취지인 노동자 ‘안전’과 관련되지 않아 출제 불량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전문자격시험에 해당하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행하는 산업안전지도사 2차 시험이 올해 6월 5일 치러졌고 이달 7일 합격자가 발표됐는데 건설안전 분야에 응시한 총 224명의 응시생 중 단 3명만이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합격률이 1.3%로 산업안전지도사 2차 전체 합격률인 18.49%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산업안전지도사 안의 다른 분야인 화공안전(49%), 전기안전(45%), 기계안전(34%) 합격률과도 비교도 되지 않는 낮은 수치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시험 대부분의 문제가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현장의 ‘안전’이 아닌 토량환산계수 등 건설 시공이나 설계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이는 시험 취지에 벗어난 것은 물론 산업안전보건법에도 명시된 산업안전지도사의 역할인 사업장내 공정상의 안전 평가와 지도, 유해위험의 방지대책에 관한 평가 등 안전에 초점이 맞춰진 직무와도 맞지 않다.

해당 자격증 취득 과정을 수년째 일선 교육 현장에서 가르치고 관련 분야 협회의 중직을 맡고 있는 전문가 A씨는 “산업안전지도사, 그 중에서도 건설분야의 시험 취지는 가설공사, 추락, 낙하, 전도, 감전, 화재예방 등 ‘노동자 안전’을 위한 것인데 이번 시험에는 그런 문제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는 과하게 얘기하면 ‘출제 불량’으로 볼 수 있다”고 격앙 상태를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부터 이렇게 맞지 않는 시험 문제에 터무니 없는 합격률을 보였는데 시험 출제자들이 안전과는 관련이 없는 건설 기술 분야의 전문가들만 구성된 것 같다”고 의심을 내비쳤다.

해당 시험 응시자들로 구성된 ‘단톡방’에서도 이와 관련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응시자들은 시험 범위가 많이 벗어나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이번 시험의 출제 기준과 채점 기준을 정확하게 밝혀주고 당초 시험 취지에 맞지 않은 것이 나타날 경우 재시험까지 요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또다른 전문가 B씨는 “산업재해 중에서도 특히나 많은 산재를 낳는 건설현장의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법적 전문가가 바로 건설분야 산업안전지도사”라며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맡을 전문가들의 배출과 양성에 정부와 관계 기관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한편 해당 문제와 관련해 본지가 출제 기관인 산업인력공단측에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절차가 있다’는 이유로 아직 마땅한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후 본 기사가 시험 응시생들과 예비 건설안전 인력들에게 퍼지자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前 관련 시험 평가위원) C씨는 “해당 시험이 미국 등 선진국형 출제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C씨는 먼저 이번 시험에 대해 “‘낙방 시키기’ 위한 문제만 골라서 시험 출제를 한 것은 물론 현장 경험이 전혀 없는 책상에 앉아만 있는 사람이 합격을 한 시험”이라며 “합격을 한다고 하더라도 ‘장롱 자격면허’ 밖에 되질 않는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그는 전 관련 시험 평가위원을 역임한 경험을 되살려 문제 출제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예를 들어 어떤 현장에 주어진 공사내용, 주변시설, 현장상황, 미흡시설 등을 문제에 나열한 후 해당 현장의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산업안전지도사로서 안전사고 방지대책을 수립하라’, ‘본인의 현장경험 사례가 있으면 구체적으로 설명하라’ 등의 문제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이어 C씨는 위와 같은 문제 출제가 미국 기술사(PE, Professional Engineer) 등 선진국 방식이라고 강조하면서 합격률도 선진국 합격률(60% 이상 수준)에 근접하게 맞춰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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