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의 현장 경험‧연구 바탕 현장 목소리에 귀기울여
사람 중심의 사업장 보건‧안전체계 확립에 최선 다할 터”

코로나19, 4차 산업혁명,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준비 등 2021년 산업현장은 안전보다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를 맞아 국내 52개 안전보건단체를 아우르는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의 활동은 점점 분주해지고 있다. 안전신문은 ‘2021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을 맞아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제도 개선과 실질적인 정책 방안 마련을 내세우고 있는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의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정혜선 회장을 만나 들어봤다.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가 2020년 8월 창립됐는데 설립 배경과 한보총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십시오.

- 최근 우리 사회는 각종 화재 사건 발생, 산업재해의 지속적인 증가, 감염병의 장기화 등으로 인해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일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잠잠해지면 보건과 안전의 중요성을 잊기 쉬우므로 지속적인 관심과 근본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우리 사회의 변화는 4차 산업혁명과 산업구조의 다변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미래 사회에 나타날 새로운 유형의 보건안전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착실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한보총을 통해 보건안전을 실현키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제도개선 내용과 실질적인 정책방안을 마련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데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보건안전분야에 종사하는 전문 인력의 권익을 향상시키고 국민의 보건과 안전을 확립해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데도 기여코자 합니다.

▲초대 회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우실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한보총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고자 하시는지 다짐이나 바람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 우리나라에는 보건안전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단체들이 있습니다. 이 단체들은 모두 각각의 분야에서 독립된 전문성을 갖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키 위한 목적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각 단체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연대와 협력을 이룬다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지난해 6월 여러 단체의 대표들께 연합회를 만들자고 제안했을 때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고 참여해 주셔서 한보총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창립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52개 단체가 가입하게 됐고 전체 회원수도 80만명에 이릅니다. 초대 회장이라는 무거운 중책을 제게 맡겨 주셨는데 실질적인 성과를 거둬 더 많은 단체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외연을 확장하고 참여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내연을 깊이 있게 다지는데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올해 한보총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한보총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법과 제도의 실질적인 추진방안을 제안해 보건안전분야의 법과 제도가 개선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특히 내년에는 대통령 및 지자체장 선거가 있는 해이기 때문에 국가를 이끌어갈 지도자에게 보건안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주요한 정책공약으로 보건안전분야가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국가 및 지자체의 보건과 안전의 정책 개발에도 적극 참여하고 보건안전 정책 및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계획만 세우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국가와 지자체에서 보건안전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코자 합니다.

국민의 보건과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가 발생할 때는 공동 대응해 보건안전분야의 발전을 이루는데 기여하겠습니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한 바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보건안전 관계자의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보건안전단체의 역량 강화와 보건안전분야 인력의 능력 개발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최근 제5회 보건안전포럼에서 보건관리자의 업무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독자들에게도 보건관리자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 보건관리자들은 산업재해와 직업병 예방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하고 있지만 근로자수가 300명이어도 보건관리자 1명, 1000명이어도 한명의 보건관리자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유해한 제조업은 근로자가 500명이 넘는 경우 보건관리자를 2명 이상 배치하게 정했고 일반 제조업도 근로자가 1000명이 넘으면 보건관리자를 2명 이상 배치토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997년 만들어진 ‘기업활동규제 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해 보건관리자를 1명만 두도록 완화돼 24년동안 지속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수진 국회의원(비례)이 이 법의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꼭 개정돼 산업안전보건법의 조항대로 보건관리자가 2명 이상 배치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보건관리자들은 정말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건관리자 업무에는 감염병 관리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의 보건관리자 업무에 감염병관리가 포함돼서 법으로 당당히 보장받으며 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근로자의 감염병 관리를 담당하는 보건관리자에게 백신접종이 신속히 이뤄져야 합니다.  또 보건관리자가 배치되지 않은 사업장이 많습니다. 특히 콜센터는 코로나 집단감염도 발생하고 감정노동도 심하기 때문에 보건관리자가 꼭 필요한 사업장입니다. 콜센터를 보건관리자 선임대상 업종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외에도 보건관리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유능한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정당하게 대우해 주고 승진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한보총은 지난 5월 산업재해 예방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습니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개선이 꼭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 우리나라의 취업자수는 269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52%를 차지합니다. 저출산 시대에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는 일은 개인과 가정을 넘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더욱 중요한 과제이므로 산업재해 예방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정부에서는 2018년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진행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을 절반으로 줄이려고 했지만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산업재해의 재발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키 위해서는 현장 중심의 안전보건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관리감독자에 대해 실질적인 보건안전교육을 시행하고 관리감독자의 보건안전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자 선임을 전 업종으로 확대하고, 법정 선임인원을 증원하며 안전‧보건관리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그 권한을 강화해야 합니다. 건설업의 안전보건관리비 비중을 상향해야 하며 건설업에 적용되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제조‧서비스업에도 적용해야 합니다. 사고로 인한 사망뿐 아니라 질병으로 인한 사망도 감소시킬 수 있도록 예산과 정책을 재편해야 합니다. 산재 통계 원자료를 공개해 과학적인 원인 규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전 예방 중심의 보건안전정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회장님은 오랫동안 산업안전보건분야에서 활동하신 것으로 아는데 보건안전에 대한 소신과 생각을 부탁드립니다.

- 저는 생산 현장의 보건관리자로 보건안전활동을 시작했고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에서 전문위원으로 근무하면서 산업보건 행정업무를 담당했기 때문에 현실적 감각과 제도적 정책의 연결이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문제는 현장에 있고 문제의 해결방안도 현장에 있다는 것을 30년동안의 경험과 연구 속에서 터득했기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현장 내부가 원활히 움직일 수 있도록 현장과 소통하면서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면 보건안전 문제가 기본에서부터 탄탄하게 갖춰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전달돼 현실과 결합된 정책이 추진될 때 정부의 성과도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모든 생명이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도록 보건안전권 확보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한보총에 속해 있는 단체들과 현장에서 일하고 계신 보건 및 안전 관계자들에게 당부 말씀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 그동안 보건안전은 경제발전의 우선순위에 밀려 왔지만 중대사고 발생과 사망자 증가로 보건안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보건안전 관계자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권한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처우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지만 위기를 기회로 생각하고 보건안전 관계자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건안전을 중요시 여기는 문화를 조성해 보건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사람들의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보건안전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하고 국민적 관심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한보총 회장으로서 보건과 안전을 토대로 사람 중심의 사회를 확립함으로써 지역사회 발전과 국가의 번영을 이루는데 기여키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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