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가장 많은 직업병 ‘난청’ “맞춤형 귀마개로 효과 좀 봤죠”

“소음은 몇억씩 투자해도

1데시벨 낮추기 힘들어

산업안전보건관리비로

개인 귓속 모양 반영한

오토스 ‘맞춤형 귀마개’ 구매

사업장 소음은 차단하고

동료 말소리는 잘들려”

소음성 난청은 장기간 반복적으로 소음에 노출돼 청각 신경에 손상을 입거나 신경이 파괴되는 질병으로 기계소음과 충격소음 등이 다발하는 제조업 등에서 흔하게 발생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자 건강진단 결과와 산재 발생 현황에 따르면 난청은 직업병 유소견자의 90%를 차지하고 직업병 산재의 절반에 달했다. 이처럼 흔하면서도 심각한 직업병인 ‘난청’은 정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 한번 손상된 청감각 신경의 회복은 불가능하다. 산업현장의 난제인 난청문제를 ‘맞춤형 귀마개’를 통해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큰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사업장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먼저 LG화학 대산공장 소개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석유화학과 첨단 정보전자소재 등에 주력하는 LG화학은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세계 화학기업 글로벌 톱10에 진출할 만큼 글로벌 대기업입니다. 저희 대산공장은 대단위 콤플렉스로서 LG화학의 중요한 석유화학제품 생산 전초기지입니다. 약 50만평 부지에 21개의 단위공장이 돌아가고 1300명이 대산공장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석유화학품 기초소재인 고무, 플라스틱의 원료를 생산합니다. 이 원료를 통해 최종재인 자동차 내장재, 타이어를 비롯해 각종 생활용품까지 만들어지기 때문에 LG화학의 중요한 원료 생산기지라고 할 수 있죠. 지정학적으로도 중요한 자리에 있어서 중국 수출도 회사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26년째 생산업무를 하고 있고 LG화학 대산공장 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국장과 회사의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라는 직책을 맡아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을 살피고 있습니다.

▲국장님께서는 청력 재해가 얼마나 심각하다고 느끼시는지요?

―당연히 심각합니다. 동료들은 물론이고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일단 저부터가 ‘난청 유소견자’입니다. 20여 년을 소음이 심각한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이렇게 될 수밖에 없죠. 난청은 정말 힘듭니다. 일단 못 알아듣는 말들이 생기니까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겨요. ‘사오정’이라는 별명도 얻고 간혹 오해도 생깁니다. 또 귀가 잘 안들리는 것이 피로도에도 영향을 끼치는지 더 쉽게 피로해집니다.

저를 비롯한 난청 동료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서러운 점은 일을 하다 생긴 난청을 다른 사람들과 사회에서는 개인적·유전적 오점으로 치부한다는 것입니다. 겪어보지 않으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면서 사람들이 정말 무관심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왕왕 있습니다.

기자는 김 국장과 함께 대산공장 곳곳을 둘러봤다. 귀마개를 착용하지 않고 ‘무방비 상태’로 기계장치가 밀집돼 있는 현장을 갔더니 몇초도 지나지 않아 멘붕(멘탈 붕괴). 너무 시끄러워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생각보다 소음이 엄청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시끄러운데서 오래 일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시끄럽냐면 생산공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펌프와 콤프레셔, 냉동기 등이 엄청난 소음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압력이 낮은 곳에 있는 액체나 가스를 압력이 높은 곳으로 옮길 때 쓰이는 중요한 장치들인데 이것들이 굉장히 시끄럽습니다. 이런 기계소음 뿐만 아니라 생산과정에서 필히 발생하는 충격소음도 합쳐지니 더욱 심하죠.

저도 처음엔 정말 힘들었어요. 물론 회사측에서도 이를 잘 알고 소음을 막기 위한 투자를 합니다. 차음벽을 세우거나 납 등으로 감싸는 차음재·흡음재 등을 사용하는데 몇억, 몇십억씩 투자를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것들에 몇억을 투자해도 효과가 미미해 현재 90~100DB 정도 되는 현장에 1DB을 낮추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에 저는 노동자들의 안전보호구에 집중을 했고 그 와중에 맞춤형 귀마개를 접하고 도입해 투자 대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맞춤형 귀마개를 도입한 배경과 일반 귀마개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맞춤형 귀마개를 처음 접한 곳은 2018년 국제안전보건전시회였습니다. 사람의 귀 모양은 다 다른데 개인별로 귓속(외이도) 모형을 추출해 귀마개를 만든다는 생산업체인 오토스의 설명을 듣자 효과가 크겠다 싶었습니다. 또 실제 사용해보니 소음은 잘막으면서 동료 말소리는 잘들리더군요. 귀마개 재질도 일반 실리콘이 아니라 의료용 특수 재질을 사용해 착용감 등이 괜찮았습니다. 특히 맞춤형 귀마개라고 해서 비용이 신경 쓰인 것은 사실인데 안전보건관리비로 구매할 수 있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여기에 청력보호구 분야에서 1등 선두 기업이 프랑스 코트랄사인데 이들과 합작을 한 오토스 업체가 선진 기술로 만든 것이라고 해서 결심이 섰죠. 회사에 돌아와 사측과 함께 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안건 협의회에서 ‘(맞춤형 보호구를 구입하는데) 1억이면 된다. 1억원 투자 대비 훨씬 더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당당하게 밝혔습니다. 실제 엄청난 효과를 누리고 있죠.

▲현장 노동자들의 맞춤형 귀마개에 대한 평가는 어떤지.

―제가 현장 노동자 310명을 대상으로 맞춤형 귀마개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맞춤형 귀마개가 일반 귀마개보다 차음력(소음 차단력)이 더 좋다는 의견이 77%를 차지했습니다. 또 맞춤형 귀마개 지급 후 청력보호구 착용 습관이 원래 사용하던 보호구보다 더 잘 착용한다는 응답도 70%를 넘었습니다.

이밖에 맞춤형 귀마개가 휴대하기 편리하다는 노동자와 맞춤형 귀마개 지급을 통해 청력 보호에 관심이 생겼다는 비율이 모두 65%를 상회하는 수치를 보였습니다. 물론 여기에 ‘보통이다’까지 포함하면 90% 이상의 노동자가 맞춤형 귀마개에 호의를 보인 것입니다.

기자가 맞춤형 귀마개를 착용한 현장의 한 노동자에게 평가를 부탁했더니 엄지손가락을 연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그는 “소음을 더 잘막고 마개가 귀에 착 달라 붙는다”며 웃음을 지었다.

▲맞춤형 귀마개와 같이 사업장 노동자들의 안전·보건을 위해 앞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일 계획인지.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안전보호구의 중요성을 절감한 터라 앞으로도 안전박람회와 같은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 등을 선보이는 곳을 꾸준히 찾아 도입할 계획입니다. 이번 맞춤형 귀마개와 이를 생산한 업체인 오토스를 처음 접한 곳도 2018년에 열렸던 ‘국제안전보건전시회’였거든요.

또 안전보건관리자들 사이에서의 ‘입소문’을 통한 구전효과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과의 지속 교류로 안전·보건정보를 활발하게 주고 받을 것입니다.

현장의 안전보건교육의 경우 교수나 안전 전문가들을 부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무에서 직접 뛰어본 선임 노동자들의 체감되는 교육을 통한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생생하게 피부로 와닿는 선배 노동자들의 실무 안전교육으로 노동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안전’과 궁극적으로 산업현장 안전문화 확산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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