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업 한국기술안전(주) 차장

코로나19로 온 인류가 커다란 위험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돼야 하는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코로나19는 언젠가는 끝날 것이지만 코로나19 이후 사회는 어떨까? 코로나19 이전의 사회는 경제논리가 지배적인 경제 중심의 사회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는 위험논리가 지배적인 ‘위험사회’가 될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산업화의 성공은 우리에게 전례없는 물질적 풍요를 선사했으나 그와 동시에 그 부작용으로 예측 불가능하고 감당키 어려운 위험도 가져왔다.

산업사회 초기에는 풍요의 확보가 중요했지만 위험요소가 더욱 커진 오늘날에는 위험관리가 더 중요하게 됐다.

산업사회는 복지국가모델로 산업사회 위험에 대응했다. 복지국가모델이란 가족의 생계는 일차적으로 각 가정이 임금노동으로 책임지되 생계를 책임질 수 없는 경우에는 국가가 대신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대화를 추진하는 동안 ‘선성장 후분배’라는 성장이데올로기에 집착했다가 복지국가 모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국가가 복지국가 모델을 계속 추진하면서 코로나와 같은 사회위험도 떠맡겠다고 나선다면 국가는 지나치게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위험사회인 한국에서 어떤 방법을 강구해야 할까?

복지국가모델에서 안전사회모델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즉 위험 모두를 국가가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복지국가 모델이 아니라 개인, 기업, 국가가 공동으로 안전사회 모델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건강 위기관리 사회안전망 상시화

문제는 코로나19와 같은 변종 바이러스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인류를 공격한다는 점이다. 인류는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이겨야 생존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코로나19는 특히 개인의 생존문제를 크게 부각시켰다. 개인의 위생적인 생활이 몸에 배게 될 것이며 마스크 착용과 외출 자제 등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국가와 기업도 변종 바이러스가 언제든 재등장할 수 있기에 위기관리가 상시화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대한 고비를 맞을 수 있다.

더구나 정부도 국민에게 일상에서 방역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국민 개개인은 스스로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시대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재난기본소득까지 지급하는 등 유례없는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앞으로도 감염병 등에 대한 위기관리와 사회안전망 시스템이 보다 정교하게 구축돼야 할 것이다.

디지털 경제의 안전산업 구조로 개편

산업 전반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또 지금까지 공급망 관리에서 강조된 것은 최저비용이었지만 앞으로는 좀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국내에서 생산된 상품을 우선시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까지 재택근무를 확산시키는 등 노동환경을 바꿔 놓았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단계를 ‘심각’으로 격상시키자 기업들은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기 위해 재택근무 등 다양한 형태의 근무제도를 도입했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대면(對面)’을 기피하면서 온라인 비즈니스가 더욱 활성화된 것이다.

코로나19는 기업들은 근로자의 안전보건 강화 및 사람이 개입될 공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AI(인공지능), 사무자동화 등 디지털 경제의 안전산업 구조로 개편을 촉진시킬 것이다.

교육·문화 등 안전장치 강화

교육부는 사상 초유의 대학 개강 연기 방침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등교수업·집합수업을 하지 않고 원격수업·과제물 활용 수업 등 재택수업을 원칙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학들은 온라인 동영상 강의로 대체하면서 재택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은 물론 초·중·고 등도 온라인 수업이 확대된 것이다.

앞으로 기타 심각한 사회 감염병 등이 발생하는 경우 온라인 강의 등 사이버교육이 제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학사일정이나 수업방식의 전면적인 개편도 요구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교육이 학교가 아닌 재택 사이버학습 등 교육제도에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의 이용률이 크게 감소하고 반면 승용차, 자전거 등 개인교통수단 이용이 확대됐다. 특히 대중교통의 기피와 개인교통의 확대로 교통체증은 증가할 것이다.

나아가 영화, 공연, 스포츠 등 다중이 밀집되는 대중문화사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전장치가 확보된 다양한 편의시설을 개발해야 한다. 1인실 또는 격리공간 제공 등 다양한 변신을 시도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공간보다 소수가 즐기는 골프, 등산의 수요는 더욱 인기를 끌게 된다. 대중문화가 개인 또는 소수문화로 의식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안전사회의 최고 가치는 생명이다. 경제보다 생명이 우선한다.

코로나19는 끔찍한 재앙이지만 동시에 다른 세계를 여는 문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주는 교훈을 잘 성찰한다면 우리 사회는 생명의 존엄성이 가장 존중되는 안전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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