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보면 정말 황당한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인가 발목을 낚아채 길에 나뒹구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인도 주변 또는 보도블록 한가운데 설치돼 있는 일명 볼라드(bollard)라고 하는 차량 진입 억제용 말뚝이 보행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자칫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어 생각해보면 아찔한 상황이다.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지 주위를 살펴보면 우리 주변이 온통 볼라드 투성이다. 서울은 물론이고 전국의 대도시라면 시내 곳곳의 보행자용 도로에 자동차의 진입을 막는다는 이유로 이같은 장애물들을 거의 무차별적으로 설치해 놓고 있다. 보통 철제의 기둥모양이나 콘크리트로 돼 있지만 경우에 따라 크고 강력한 쇠파이프로 인도를 차단해 사람의 통행까지 막고 있다.
문제는 이 볼라드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차량의 인도 진입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설치되지만 그것이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된 곳이 많아 오히려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이 볼라드가 ‘인도 위 지뢰’라고 불릴 만큼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내 보행로에 설치된 볼라드는 총 4만개가 넘는데 이중 23%인 9700개가 부적합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시내 볼라드 4개 중 1개가 ‘불량’이요, 목적과 달리 보행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볼라드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의 세부지침에 따라 보행자의 안전과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설치돼야 한다. 밝은 색의 반사도료 등을 사용해 쉽게 식별할 수 있어야 하며 보행자 안전을 고려해 높이 80∼100㎝, 지름 10∼20㎝ 크기여야 한다. 그럼에도 이미 설치된 대다수의 볼라드는 충격을 흡수할 수 없는 석재나 철재를 사용하고 있으며 오히려 설치목적과 반대로 보행자의 이동을 제약하는 등 기준에서 벗어나고 있다.
장애인을 위해 볼라드 30㎝ 앞에는 점형블록을 설치해야 함에도 이를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각장애인들이 부딪혀 다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11월 볼라드 설치규격이 개정됐으나 그 이전에 설치된 것들 중에 부적합 볼라드가 상당수 그대로 잔존해 있어 보행자들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부적합하게 설치된 볼라드에 대한 전수조사를 거쳐 2017년까지 전면 정비한다는 계획이라지만 결과에 대한 신빙성은 미지수다.
이같은 보행장애나 위험요소가 발생하는 이유 중의 또 하나는 사유지에 민간이 사설 볼라드를 무작위로 설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소유지 차량진입을 막는다는 취지지만 이 위험요소에 대한 법적 강제규정이 없다는 것은 조속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다.
나의 것만 보호하겠다는 이기심이 사람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결코 방치할 사안이 아니다.
저작권자 © 안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