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맹위를 떨치던 한파가 한풀 꺾이고 보니 어느덧 봄이 멀지 않은 듯하다. 봄이 오기 전 꽃샘추위도 남았지만 봄은 이내 참지 못한 듯 다가 올 것이다. 그러나 봄은 달갑지 않은 것들도 함께 데려온다. 해빙기 재난을 비롯한 각종 안전사고들이다. 지금 당장은 해빙기가 아니라 하지만 혹한에서 갑자기 날이 풀리자 해빙기 사고가 잇따를 때와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아파트 옥상에 있는 물탱크 배관이 터지면서 소동이 일었다. 얼었다가 갑자기 녹으면서 옆에 구멍이 난 탓이다. 지하철 1호선 의왕역, 의정부의 주상복합건물에서 누수사고가 발생했다. 흐르던 물이 얼어 부피가 늘어나면서 배관에 금이 갔다가 날이 풀리자 깨진 틈 사이로 물이 새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지반이 기운 곳이나 건물 벽에 틈이 생긴 곳은 특히 눈여겨 봐야 한다. 해빙기 위험요소를 지닌 곳이기 때문이다. 날이 풀릴 땐 얼었던 지반이 녹아 약해지기 때문에 붕괴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건물이 주저 앉을 수 있다. 미리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주변에 사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위험 지역을 발견할 경우 즉각 자치단체에 신고해서 해빙기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그래도 길을 걷던 사람들이 갑자기 땅속으로 꺼져 들어가는 아찔한 영상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던 때가 엊그제다. 이제 안전보건공단도 봄철 해빙기를 앞두고 ‘작업 전 안전점검’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노반시설 및 터널공사 등이 이뤄지고 있는 현장은 봄철 지반이 약해지거나 가시설물의 변형에 의한 붕괴사고, 추락으로 인한 사고가 우려된다. 그러니 이를 예방하는데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작업 전 철저한 안전관리와 함께 근로자 안전보건교육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당국의 강력한 점검과 단속에 아랑곳없이 여러 현장들 가운데는 여전히 안전을 외면하고 있는 곳들이 없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사업주들은 사고의 예방보다 오히려 ‘적발된 후에 적당히 조치하면 된다’는 빗나간 생각들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추락·붕괴 등 위험방지조치를 하지 않는 사업장에서 예약이나 한듯 사고가 나고 근로자들이 죄 없이 다치고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인명사고는 대부분 작업자의 실수에서 비롯된다. 작업자의 실수란 무엇인가. 그것은 원천적으로 사업자가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시설을 무시하는 데서 발생한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또 그 안전시설이 갖춰져 있음에도 안전의식이 갖춰져 있지 않아 사고가 나는 것은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여기에 봄철 해빙기 안전불감증이 겹치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 진다. 이런 안전불감증을 잡기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해빙기에 대한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 안전지도에 대한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등 관계당국의 분발을 촉구한다.   더불어 예상되는 기상이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는 그간 기상이변으로 대단한 고초를 치렀다.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고  엄청난 재산을 잃었다. 기상이변은 자연재해를 가져오고, 대형 자연재난은 거의 인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이제 이런 인식을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말도 있지만 이젠 기상의 이변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우리가 기상이변이라 하는 폭우, 폭염, 한파, 태풍, 지진도 그 주기가 있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제 그것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젠 이변이 아니라 이변이 정상이라고 보고 이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새로운 재난기준 설정과 선제적 대응’론이다. 여기서 우리가 현명한 대처를 하지 못하면 미래도 빼앗기고 만다. 재난과 싸울 지식과 혜안을 갖추고 안전문화를 정착시킬 때 우리는 보다 안전할 수 있다. 해빙기를 현명하게 보내고 새봄을 화려하게 맞을 준비를 해야 할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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