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가족과 떨어져 지방도시에서 혼자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선배를 만났더니 나에게 조언을 구했다. 매일 아침 출근시 가스불을 제대로 잠궜는지 분명치 않아 부주의해 화재나 사고가 났다면 제집 관리도 못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기에 조심성이 생긴건지, 아니면 건망증인지 그렇게 소심해진다며 안전을 하는 좋은 방법 좀 알려 달라고 했다. 선배의 이야기에 가장 확실한 방법이야 사용후 확인(열림·잠금)이 첫째이지만 그도 불안할 때는 문앞에 커다란 글씨로 ‘가스확인’이라고 써놓고 확인하는 방법과, 자동잠금장치를 설치해 놓는 방법 등이 있다는 내 말에 수없이 귓전으로만 들었다며 우리는 한바탕 함께 크게 웃었다. 이렇게 깜박하거나 아차하는 사이에 일어나는 사고를 슬립(Slip)이라고 한다. 최근 선진국에서도 슬립이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 되어지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아차 하는 사고 사례들이 많은 것으로 보여진다. 얼마전 100년만의 폭설후 일가족 3명이 폐가스 역류로 인한 사망사고는 불행하게도 가스보일러 사용방법을 무시한 사고였다. 급배기구를 기준과 다르게 임의로 변경함에 따라 폐가스배출을 막아 실내로 유입된 경우이다. 이렇듯 하나의 위험요소에 대한 사용법의 미숙지라든가 지식과 훈련과 교육의 부족에서 오는 미스테이크(Mistake)들은 오늘도 지구촌 곳곳에서 몇십명에서 몇백명의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끔찍한 대형사고가 돼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경악하게 하는 뉴스원이 되기도 한다. 알면서 깜박해 발생되는 사고(Slip)와, 경험과 지식부족 등으로 발생되는 사고(Mistake)는 구분하자면 선진국형과 후진국형이라고도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19세기 이후 선진국에서는 수많은 공장과 기계들 속에서 부수적으로 발생되는 안전사고의 예방을 위해 끊임없는 교육, 훈련, 홍보, 그리고 반복적인 투자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엄청난 재산과 인명의 피해를 가져오는 대형사고를 크게 감소해 성과를 거뒀다. 이렇듯 슬립과 미스테이크는 그 규모의 크고 작음과 선진국, 후진국을 떠나 이제는 21세기 정보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구촌 가족 모두가 함께 고민하며 풀어야 할 문제이며 숙제이다.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도 쏟아져 들어오는 새로운 장비와 시설들로 인하여 곳곳에 산재한 슬립과 미스테이크의 숙제들을 안고 있다. 하지만 반복적인 훈련, 교육, 홍보, IT산업과 연계한 신속한 사고인지 및 조치, 환경의 개선, 더 나아가 책임 관리자의 사명감 등 구석구석 슬립과 미스테이크 없는 안전한 삶이 보장되는 직장이나 가정을 만들어 가다 보니 우리의 삶이 그 만큼 더 행복해지고 풍요로워 지리라고 생각한다. 선배의 이야기로 인해 21세기의 안전은 지켜야 할 규칙이나 법규보다도 생활속에서 습관되어진 문화의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본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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