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인들은 춘설(春雪)을 하나의 꽃으로 보았다. 그래서 춘설은 나뭇가지에 그대로 핀 꽃이고 흰 설경속에서 봄을 본다고 여겼다. 절기상 경칩 때 눈을 본다는 것은 꽃을 본다는 것과 진배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100년만에 내린 대설은 재앙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지난 4~5일 서울을 비롯 경기, 충청 등 중부권을 강타한 대설은 폭설이 되고 말았다. 하룻밤 눈사태로 재산피해가 5천수백억원을 넘어섰다. 비닐하우스, 축사는 말할 것도 없고 50년 묵은 소나무 가지마저 눈 무게를 못이겨 휘어지고 말았다. 흔히 말하는 눈은 구름으로부터 내리는 얼음 결정이 서로 엉겨 눈송이를 이룬다. 눈송이 크기는 보통 1cm 정도인데 수천개의 눈결정이 엉겨 붙어서 수십cm의 눈송이로 관측된다. 보통 가루눈은 깃털보다 가볍지만 별 모양의 결정체로 된 눈의 무게는 시간이 가면서 다져져서 무게가 늘어 1㎥ 넓이 지붕에 1cm 가 적설되면 3kg 무게의 하중을 받는다. 그래서 20도 경사의 비닐 하우스에 약 10cm 이상이 적설되면 붕괴되는 등 설해(雪害)가 일어난다. 아무리 절기가 지났다 해도 이번에 내린 폭설은 마치 2년전 강원도 일대를 할퀸 게릴라식 폭우처럼 일정지역을 집중 강타했다. 하룻밤의 폭설로 피해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비롯 정부 재난당국조차 온 난리를 피웠다. 시간이 지나면 피해도 복구되고 쌓였던 눈이 녹고 봄 기운이 완연해지면 언제 폭설이 내렸냐 하고 쉽게 잊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과학문명시대에 살고 있더라도 자연재해가 주는 교훈을 경종으로 받아들일 줄 알자.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철이 아닌 때에도 설해를 대비하고 재해대책비를 염두에 둘 정도로 완벽한 재난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두자는 것이다. 이번 폭설을 지켜보면서 지금 참여정부는 재난과 안전에 묘한 인연을 갖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 정부가 출범하기 1주일 전 대구지하철 대형참사가 일어났다. 대통령이 선두에 서서 국가 재난 및 안전관리시스템의 견고한 구축을 다짐했다. 그리고 1년간의 난산끝에 ‘소방방재청’이란 재난관리기구의 신설을 확정(국회 통과)짓고 이제 막 신설청 준비작업에 들어선 1주일만에 또 폭설재난의 쓰디쓴 경험을 맛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정학적으로 폭설은 강원도에나 있는 것으로 인식했는데 경기, 충청 등 중부권 평야지대에까지 침투했다는 것은 재난관리는 ‘만의 하나’까지 안심해선 안된다는 자연의 경고 같다. 또 갓 태어날 소방방재청이야말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안전 불침번과 같은 기구임을 재삼 국민들에게 인식시켜 주자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3월 눈(雪)으로 100년만의 폭설재난은 종지부를 찍고 우리 모두 따스하고 재해없는 새봄을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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