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국민안전 ‘실종’을 운운하기가 겸연쩍다. 그러나 좀 창피한 것 같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지난 연말 국가 재난관리의 대계를 담은 소방방재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부결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연관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안도 자연 본회의에 계류됨으로써 국가 안전관리의 골간 자체가 물거품이 되고 만 셈이다. 지난 10개월 동안 산고 끝에 만들어진 재난개혁 구상들이 의원들의 외면으로 논의조차 제대로 못해 본 채 빛을 잃어 더욱 안타깝다. 주지하다시피 소방방재청의 신설 첫 단추는 지난해 2월 18일 대구지하철 참사이다. 새 정부 출범을 1주일 앞두고 터진 이 대형사고로 盧武鉉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지시한 것이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의 획기적인 개선이었다. 행자부 내에 재난관리시스템기획단이 만들어지고 수차례의 공청회를 거치면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10월 28일 정부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막바지 심의과정에서는 신설청 명칭을 놓고 재난이 먼저냐 소방이 먼저냐로 이견이 구구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더욱 한심한 것은 정작 국회 심의과정에서 소방방재청의 장을 정무직(정부안)으로 할 것인가 소방직(국회 수정안)으로 할 것인가를 놓고 이견이 맞서 두개의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동시 상정되었으나 두개안 모두 기권표가 쏟아지고 과반수 찬성 미달로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두개안에 대한 찬반토론 과정에서 의원들이 혼란을 느껴 결국 국민의 생명안전과 재산보호를 근간으로 하는 행정조직 개편 구상 그 자체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가 되고 말았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시대적 구분을 한다면 후기산업사회, 정보사회, 포스트 모던사회, 위험사회 등 우리사회를 투영하는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매체들이 선정한 지난해 10대 국내외 뉴스만 보아도 전쟁(이라크전), 지진(이란), 사스(중국), 테러(전 지구촌), 정전사태와 우주선 폭발(미국) 대구지하철사고, 태풍 매미(한국) 등 안전과 연관된 부정적 단어들이 난무했다. 올 한해도 어느 해와 마찬가지로 ‘위험으로부터 안전’이 키워드이다. 빈발하는 각종 대·소사고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본지가 지난해 국무총리실 후원으로 범국민적 ‘안전한 나라 만들기’ 연중 캠페인을 벌인 것도 안전에 대한 국민적 자각을 계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2만달러 시대’ 국가과제도 나라가 안전하고 사고위험으로부터 벗어나 국민 모두가 쾌적한 일터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풀릴 수 있는 선결조건이다. 더 이상 지금 우리사회가 안전을 뒷전에 두고 변화의 속도에 맞추어 살아가기는 힘들다. 원숭이해를 맞으면서 안전을 모르는 ‘아마추어’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곱씹어 보자.   우리 국가 사회 구성원 각자 자기 자신이나 주변부터 ‘안전문화’를 생활의 지혜로 삼아 맡은 바 분야에서 선행(善行)이 회자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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