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건설안전분야에서 낭보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 전체 분위기가 한껏 고무되고 있다. 진흥기업(주)가 지난해 전현장 무재해를 기록한데 이어 비공식 집계이지만 한솔건설 역시 같은 기록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일련의 희소식들은 건설경기가 크게 위축돼 안전분야도 낙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그 의미가 남다르다. 李廷圭 한솔건설 품질안전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지난해 한솔건설에서 좋은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전현장 무재해 기록을 두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공동도급 현장에서 넘어오는 재해건수가 남아 있어 아직 대외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닙니다. 또한 노동부가 6월말에 발표하는 건설업 재해율 조사결과를 지켜봐야만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희 내부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솔건설이 주관사로 선정된 현장에서 지난해 산업재해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지난 추석 연휴때 부산·김해지역 태풍 매미로 폐허됐지만 사전 예방 조치로 피해 한건도 없어▲지난해 팀장을 비롯한 부서 전 직원이 무려 200여 차례에 가까운 현장점검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태풍 매미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군요. 저 뿐만 아니라 안전파트에 종사하는 사람 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서도요. 아마 추석연휴기간이었을 것입니다. 당시 저는 가족과 함께 고향(이팀장의 고향은 전북 전주)에 내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녁 9시 뉴스에서 내일 중 태풍 매미가 우리나라 남해안을 강타할 것이라는 속보가 나왔습니다. 무슨 조치를 취하기는 해야 하겠는데 모든 직원들이 휴가라서 고민 중에 있었는데 마침 사장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사장님께서도 속보를 접하고서 걱정이 많이 되셨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일단 본사에 상황실을 설치하고 전 현장소장과 안전관리자를 비상 소집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장님께서도 그렇게 하자고 하시더군요. 서울로 출발하기 전 연락이 되는 소장과 안전관리자에게 내일 아침 본사 상황실로 집결하라는 연락을 해 놓고 저도 바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새벽 4시 30분 서울에 도착해 상황실 준비 등을 마쳐 놓자 사장님과 임원들이 도착하셨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들과 그 다음으로 급한 일 등 일의 선후를 정한 뒤 본격적으로 현장확인에 들어갔습니다.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예측되는 수도권지역 현장에 대해서는 비상연락망을 계속 열어두고 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태풍의 직접적인 이동경로에 위치한 부산·김해지역 현장에 대해서는 타워크레인 전도, 옥상비래물 낙하, 가설사무실 붕괴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응급조치를 신속하게 하라고 현장직원을 많이 다그쳤습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정신없게 시간이 흐르더군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저녁 8시가 다 되어서도 예상됐던 피해소식이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태풍이 진로를 바꿔 다른 곳으로 갔는가보다 생각을 했죠. 그런 생각이 들자 정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정도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모처럼 고향에서 가족 친지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제가 빼앗은 꼴이 되니까요. 솔직히 말해 어느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추석연휴기간에 비상소집이라니요. 정말 그때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수도권 현장관계자를 먼저 돌려보내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선 시간이 아마 저녁 8시 30분쯤 됐을 것입니다. 이미 지나갔을 것이라 생각했던 태풍이 그때서야 부산지역에 상륙,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뉴스속보가 10분 간격으로 계속 나오더군요. 그리고 태풍이 남해안을 빠져나가는 10시 30분까지 2시간동안 태풍의 영향으로 현장과의 모든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얼마나 가슴 졸였던지 두 시간동안이 마치 이틀은 되는 것 같았습니다. 통신망이 복구되자 피해상황부터 확인했습니다. 크레인 전도사고는 없었는지, 아니면 인명피해는 없었는지 말이죠. TV로 보는 부산·김해는 가히 전쟁터를 방불케 하더군요. 제대로 된 게 거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저희 현장에서는 시설물 붕괴와 이로 인한 인명피해는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사전에 취한 예방조치가 주효했기 때문이었죠. 새벽 2시가 넘어서 비상 상황을 종료하고 사무실 문을 나서는 순간 고생은 했지만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제 지시에 묵묵히 따라준 직원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이런 맛에 내가 안전을 못 떠나고 지금까지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깨끗한 환경 조성 이름 불러주기 안전시설물 제안제도 등 자발적 안전관리 유도로 안전실천 동기 부여▲올 사업계획을 보니 재미있는 것이 있어 무척 궁금했습니다. 바로 감성안전관리라는 것인데 어떤 내용인지 소개 좀 해주시지요. ―안전관리에 경영의 마케팅 원리를 접목시킨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즉, 근로자를 우리의 고객이라고 보고 고객만족시대에 걸맞는 관리방안을 생각해내는 것이죠. 단순한 예로 화장실이나 휴게실을 만들어주고 이 시설들을 깨끗하게 관리해 주는 깨끗한 환경 조성, 그리고 언어순화 차원에서 실시하는 이름 불러주기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또한 가족사진 콘테스트, 안전시설물 제안제도 등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근로자의 자발적인 안전관리 참여를 돕기 위한 제도들로서 바로 근로자에게 안전실천에 대한 동기부여를 목적으로 하는 것들입니다. 지난해 처음 실시했는데 그 반응들이 좋게 나와서 올해에는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金相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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