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결과 정돈과 안전은 서로 밀접한 함수관계가 있다. 청결 따로, 정돈 따로, 안전 따로 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청결한 곳은 정돈이 잘 되어있고, 정돈이 잘 된 곳은 청결하고, 청결하고 정돈이 잘 된 곳은 안전하다. 바꿔 말해서 안전한 곳은 청결하고 정돈이 잘 되어있다. 이는 말의 유희가 아니고 모든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실상인 동시에 평범한 상식이다.   사고는 안전수칙을 위반하거나, 작업도구를 잘못 조작하거나, 예기치 못한 돌발사태 등과 같은 이유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청결과 정돈상태가 불량한 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사고는 가정, 생산현장, 대중이용시설, 도로 등 현대인의 모든 생활공간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人災들이다.   달리는 자동차에서 침을 내 뱉고, 담배꽁초, 빈깡통, 휴지, 음식물 찌꺼기까지도 함부로 내던지는 몰지각한 행위가 안전운전을 위협하거나 엄청난 인명사고를 불러일으키고, 대중목욕탕에서 어른들이 무심코 버린 일회용 면도칼에 어린이들이 부상을 당하고, 작업장에서 사용하던 자재나 연장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 되어 산업재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종류의 사고는 사람들이 안전의식과 주의력을 조금만 높인다면 충분히 예방하고 줄일 수 있는 것들이다.  현대인은 자신이 생활하고 활동하는 공간이 청결하고 정리 정돈이 잘 된 질서 있고 안전한 환경이기를 바란다. 그런데 안전에 대한 요구와 의식은 강하지만 이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약하고 소극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문제이다.   대중사회라는 거대한 집단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은 집단을 이끌어 가는 정신과 분위기, 이른바 집단정신, 대중 혼, 집단분위기 속에서 자아의식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이 유지되고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인정받기 위하여 다른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고, 그들이 행동하는 대로 행동해야 한다. 타인이 버리면 나도 버리고, 타인이 질서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면 나도 그대로 따라 하려고 한다. 소외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대중사회에서 인간은 자아 지향적 인간형에서 점차 타자 지향적 인간형으로 바뀌어 가면서 결국 자아의식을 상실하는 존재로 변한다. 자아의식 상실은 인간이 가장 경계해야할 부정적 개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대인의 타자지향성을 부정적으로만 평가하는 것도 옳지 않다. 내가 버리지 않으면 타인도 버리지 않고, 내가 정리 정돈을 잘 하면 타인도 따라서 정리 정돈을 잘 하고, 내가 타인의 안전을 염려하면 타인도 나의 안전을 의식하고 염려하는 집단분위기가 형성된다면 타자지향성은 안전의식을 높이고 확산할 수 있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인 동시에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긍정적 개념이 될 수도 있다.   안전에 반하는 행위는 모방과 同化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는 사용한 면도칼 한 개, 담배꽁초 한 개, 빈 음료수 깡통 한 개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 대중적 집단분위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많은 사람들은 안전을 위협하는 원인을 제거하고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면서 타인에게 모범을 보이는 적극적인 방법보다는 안전을 외면하는 몰상식한 집단분위기에 쉽게 편승하고 동화되려고 한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바라보는 나라에서 무질서와 쓰레기 투기가 사라지지 않고 기승을 부리는 현상이 바로 이를 말해주고 있다.   집단정신, 집단분위기, 대중 혼 등과 같은 보이지 않는 정신적 힘은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지기도 하고, 조작되기도 하고, 지속되거나 소멸되기도 한다. 어떤 정신을 만드느냐 그리고 어떤 정신에 동화되느냐 하는 문제는 각자가 알아서 판단하고 결정할 일이다. 진정으로 안전을  의식하고 염려하는 현대인이라면 내가 행하면 타인도 따라 행한다는 평범한 상식으로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분위기와 정신을 만들고 거기에 동화하는 데에 앞장 설 의무가 있다.   우리는 집단사회에서 인간이 모방과 同化의 유혹을 거부하거나 피하기 어렵다는 속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인간의 고귀한 생명과 재산보호를 염두에 둔 안전의식을 계발하고 확산한다면 자아상실이라는 현대사회의 위기를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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