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산암모늄 2750t 6년간 보관" 베이루트 창고 두 차례 폭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4일(현지시간)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 연기와 함께 불덩어리가 버섯 모양으로 하늘로 치솟는 모습.

지중해 연안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4일(현지시간) 초대형 폭발 참사가 일어났다.

현재까지 사망자만 최소 78명, 부상자도 무려 4000여명에 달한다.

정확한 참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선적으로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별도의 안전장치없이 장기간 대량으로 적재됐던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ammonium nitrate)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관리 소홀에 따른 사고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지만 질산암모늄 보관 사실을 알고 있는 외부세력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끔찍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일종의 폭탄 공격으로 판단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베이루트에 2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비상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정정 불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레바논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 사상자 눈덩이…"최소 78명 숨지고 4000명 부상"

레바논 보건부는 초기 집계에서 최소 50명이 숨지고 부상자가 최대 3000명이라고 발표했지만 갈수록 사상자 규모가 불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최소 78명이 숨지고 약 4000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최소 60명이 위중한 상태라고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희생자가 빠르게 늘어날 수도 있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애도의 날'을 선포했다.

디아브 총리는 텔레비전 연설에서 "이번 재앙에 책임 있는 자들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창고 보관된 질산암모늄 2750t 폭발?

레바논 당국은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장기간 적재된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농업용 비료인 질산암모늄은 가연성 물질과 닿으면 쉽게 폭발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 화약 등 무기제조의 기본원료로도 사용된다.

지난 2004년 4월 북한 용천역 열차폭발사고 당시에도 질산암모늄을 실은 화물열차에서 폭발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많게는 2천~3천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아브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폭발이 발생한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는 약 2750t의 질산암모늄이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6년간 보관돼 있었다"면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화학물질 관리 사고에 무게를 두는 뉘앙스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종의 폭탄에 의해 발생한 '공격'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그것은 공장 폭발과 같은 형태의 사고가 아니었다"며 "그들(장성들)이 나보다 더 잘 알 것이다. 그들은 공격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종의 폭탄이었다"고 말했다.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사건에 대한 유엔 특별재판소의 판결을 불과 사흘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오는 7일 유엔 특별재판소는 2005년 하리리 전 총리 암살을 주도한 혐의로,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 4명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친서방정책을 폈던 하리리 전 총리는 2005년 2월 14일 베이루트의 지중해변 도로에서 승용차로 이동하던 중 트럭 폭탄테러로 경호원 등 22명과 함께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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