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쪽 보고서 "사고 조짐 알아챘더라면…36개 사이렌 울리지 않아"

5월 7일 독성 스티렌 가스 누출된 인도의 LG폴리머 공장.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 주정부는 지난 5월 발생한 LG폴리머스 공장의 화학가스 유출 사고를 조사한 결과, 경보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등 회사의 관리 태만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7일 더힌두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주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런 사고를 피할 적합한 예방체계가 없었고, 경보 사이렌 시설은 고장 난 상태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 정부는 안전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고 공장에서 시의적절한 응급 대응 조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LG폴리머스는 LG화학 소유 공장으로 지난 5월 7일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에 있는 이 공장에선 독성의 스티렌 가스가 누출돼 수백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이 가운데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주 정부는 사고 이후 위원회를 발족해 사고 경위를 조사했으며 이번에 발표한 조사 결과는 사고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과 일치한다.

사고 당시 여러 목격자는 로이터통신에 공장에서 가스가 새어 나오기 시작할 때 아무런 경고나 경보음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사고 조사위는 4000쪽 분량 보고서를 통해 "저장 탱크의 설계 불량, 냉각 장치 결함, 순환과 혼합시스템 부재, 안전지침 불량, 안전의식 부족 등이 사고를 유발한 원인으로 파악됐다"며 "비상사태와 안전에 관한 행동지침(프로토콜)이 봉쇄기간 동안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조사위 관계자는 "작년 12월 저장탱크 설계에 큰 변화가 발생해 탱크 내 순환·혼합시스템에 차질이 발생했다"며 "올해 4월 24일 탱크에서 초기 중합반응 신호가 있었다. 공장 측이 이를 경고로 알아채고 시정조치를 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조사위는 또 보고서를 통해 "출입문 등 36개 지점에 사이렌이 설치돼 있음에도 비상상황에 울리지 않았다"며 "공장 측이 사이렌을 제때 울렸다면 인근 주민들에게 경고가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LG폴리머스 공장이 화학 반응 억제제를 충분히 보유하지 않았고 스티렌 증기가 탱크 속 자동 중합반응(auto polymerisation)으로 유출됐다고 보고서에 기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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