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안전학회 회장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쓸어 지난 27일 기준으로 185개국가에서 535만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34만5000여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있어 아직 그 추세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행히 국내의 경우는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 의료진의 헌신적 노력, 국민의 투철한 시민의식 등으로 그 증가 속도는 현저히 줄어 들었고 통제가능한 안정적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곧 ‘포스트(Post) 코로나19’의 경제·사회 전반에서의 새로운 변화의 요구 또는 물결이 몰아닥칠 것이고 이 새로운 변화에 대응키 위한 대책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그리고 자주 화두에 오를 것으로는 경제살리기일 것이다. 안전과 경제살리기. 이 둘 중 우선순위를 지금껏 봐왔을 때 안전은 늘 뒷전이었다.

예전과 달리 산업현장에서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안전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나 안전경영을 주창하고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여유가 있을 때의 모습이고 이런저런 이유로 상황이 급변하거나 쪼들리면 가장 먼저 안전가치의 평가절하, 안전인력의 조정, 안전투자 외면이라는 경제경영으로 회귀한다. 이번 만큼은 지난 전철을 다시 밟지 않기를 바란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 정부, 안전전문기관, 학계 등의 노력으로 산업재해, 특히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이 발굴·시행됐고 안전관련법을 포함한 제도 개선이 추진됐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960~970명 수준으로 정체돼 있던 사고사망자가 지난해 처음으로 800명대에 진입했다.

이는 사회 전반의 안전의식 향상 및 안전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정부의 ‘사망사고 절반 줄이기’ 등의 성과로 판단된다. 혹여나 포스트 코로나19에 경제살리기 우선정책으로 안전이 후퇴하고 사고사망자가 증가하는 사회가 된다면 그 누구도 이해하거나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사망사고 절반 줄이기’를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안전 최우선주의를 먼저 다잡고 경제살리기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내 사망사고는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발생하는 추락과 끼임이라는 재래형 사고유형이며 제조업의 경우 대부분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건설업의 경우 50억 이하 소규모 사업장에서 절반 이상 발생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 기본의 무시에서 비롯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사고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다소 진부해 보이는 안전관리 기본 개념 준수에 충실하고 이의 실천이 완벽한가를 확인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즉 사고에 수반돼 있는 물적 요인인 불안전 상태와 인적 요인인 불안전 행동, 그리고 인적 오류를 ‘Plan-Do-Check-Action’이라는 안전관리 기본개념에 의해 시스템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산업현장의 최근 특징을 살펴보면 인구 고령화로 인한 장년 노동자의 확대, 여성 중고령 노동자의 진입,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신산업·기술 도입으로 인한 새로운 유해·위험인자 발현 등 사고 발생을 촉진할 수 있는 불안전상태가 즐비해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근로자 안전의식을 고취하고 안전한 산업현장을 만들어 가기 위해, 그리고 그간 들인 노력을 무위로 돌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코로나19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그 이전에 지녔던 안전가치를 재인식, 안전의식을 재무장해야 한다. 

근로자의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일시적인 처벌과 채찍이 아니라 문화라 할 수 있다. 산업현장의 문화가 근로자의 마음과 의식을 바꾸게 하며 스스로 행동을 바꾸게 하고 변화하게 한다. 의식의 변화가 안전의식 함양으로 나타나고 안전행동을 지속적으로 도모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안전문화다.

안전 최우선을 스스로 다짐하는 자세와 품성을 집결하고 잠재된 유해·위험인자를 발굴해 위험을 제어하며 사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고 생활하는 자세 혹은 분위기가 안전문화다. 안전문화를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안전교육, 안전활동, 홍보사업 등과 같이 아주 구체적이고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것을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코로나19를 슬기롭게 극복한 우리 국민의 훌륭한 DNA는 ‘사망사고 절반 줄이기’ 목표를 능히 달성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산업현장 안전문화는 리더가 지향하는 방향을 함께 바라보는 근로자가 많아지고 서로 합치하는 상태에 이르러야 정착된다.

이러한 안전문화라면 근로자의 마음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 안전문제 해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산업현장 근로자 모두가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인식하게 돼 근로자 자신의 불안전한 행동을 즐겁게 개선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

산업현장과 근로자의 이런 변화, 안전문화가 ‘사망사고 절반 줄이기’ 목표 달성을 넘어 국민이 안전한 나라, 안전대한민국을 완성하는데 시작과 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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