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시 분양가상한제 적용시, 사업비 늘고 경제 불황 장기화 조짐에 리스크 높아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선·후분양 실익을 저울질하던 강남권 주요 재건축 조합들이 선분양쪽으로 기울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래미안원펜타스)이 조합원 2/3 이상 찬성으로 선분양을 전격 결정한데 이어 둔촌주공 재건축도 사실상 선분양으로 가닥을 잡고 다음 달 주민총회에서 찬반투표로 결정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분양가 통제 대안으로 선택한 후분양도 선분양과 마찬가지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정부 발표 후 이같은 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골조 공사를 90% 이상 마무리 짓고 분양을 해야 하는 후분양 선택시 공사기간 동안 사업 리스크(위험) 예측 실패로 인한 손실이 누적될 수 있다는 공통적인 걱정도 배경에 깔려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 위기 보다 부동산 변동성이 심한 상황에서 '탈출구'가 오히려 '외통수'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이들 조합에 퍼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후분양 선택시 분양 시점의 경제상황이 좋더라도 정부의 분양가상한가 규제로 분양가를 무턱대고 올려 받을 수 없는 반면 경기가 나빠지면 일반분양 수익 하락과 불어난 사업비로 인해 조합원 분담금이 가중될 것이라는 것이 조합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후분양을 선택하면 분양가 캡(상한선)으로 이익은 늘지 않는 반면 손실 위험만 커진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받을 바에 일반분양 물량을 선분양 해 사업 리스크를 덜어내는 것이 맞다고 조합들은 판단하고 있다.

또 재건축 조합은 선분양을 택할 경우 현행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심의보다 더 강력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인해 일반분양 수익이 후분양만 못하다는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정부의 아파트 분양가 산정 용역을 수행한 한 업체가 선분양과 후분양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분석한 결과 선분양을 채택해도 분양가는 크게 하락하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기 전 서울 서초구의 최근 5년간 분양가 상승률은 연평균 2%이지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더라도 분양가 상승률은 연평균 1%대를 보인다고 이 회사는 분석했다.

이 업체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대규모 재건축이 속속 이뤄지고 있는 반포 일대 재건축 단지가 1~2년 내 선분양을 할 경우 3.3㎡당 분양가 5000만원 이상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용역 수행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 반포에서 분양한 반포센트레빌(3.3㎡당 분양가 5102만원) 사례를 비춰 볼 때 1~2년 사이 유사 지역에서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재건축 조합은 최소 5000만원의 평당 분양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초구의 최근 5년간 분양가 상승률이 평균 2%였는데 일부 재건축 예정지에서 후분양을 선택하면 분양가격이 연 7%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민간택지에 짓는 재건축, 재개발 단지도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받는데 분양일정을 늦추면 일반분양 수입이 없어 사업비 조달비용이 늘어나고 후분양 시점의 부동산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돼 위험이 배가 된다"며 "굳이 이런 비용증가와 위험을 감수하고 후분양을 하는 조합이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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