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현재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다. 하루에도 수만명이 숨지고 누적 사망자가 수십만에 달하는 등 세계대전급 전쟁과 비슷한 재해가 발생 중이다.

경제적 피해는 더 크다. 금융위기를 넘어서는 전세계적 경기침체로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고 있으며 대다수 국가들이 경기 부양책을 발표, 실행하는 등 어려움을 극복키 위해 노력 중이다.

국내 상황도 심각하다. 전국적으로 260여명이 사망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될 만큼 국가적 위협으로 부상했다. 다행스럽게도 전국민이 합심해 성공적으로 극복한 것이 위안거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또 하나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산업재해다.

최근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이 사고가 대표적인 산업재해 사례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것일까?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된 근로자 총 1872만5160명 중 재해자수, 즉 업무상 사고 또는 질병으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와 부상자, 질병이환자는 10만9242명에 이른다.

이 중 사망자수는 2020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5명이 넘는 꼴로 최근 두달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수를 넘어서는 수치다.

산업재해 사망자는 주로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많이 발생했다. 지난 한햇동안 건설업에서는 517명(25.6%), 제조업에서는 492명(24.3%)이 사망했다. 크고 위험한 장비들이 즐비해있는 업무 특성상 건설현장에서 비계작업 중 추락하거나 제지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이는 등 잠깐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광업에서 발생한 사망자수도 406명(20.1%)으로 적지 않았다. 석탄가루 등 분진이 많이 날리는 광업소 업무 특성상 폐가 굳어지는 진폐증을 호소하는 등 질병으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수많은 고객들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에서도 406명(20.1%)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고객들의 폭언이나 폭행, 갑질로 인해 우울증이나 뇌심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운수·창고·통신업 153명(7.6%), 임업 17명(0.8%), 전기·가스·수도업 5명(0.2%) 등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산재 사망에 있어 영세기업과 대기업의 차이도 존재했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1245명(61.6%)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어 300~999인 271명(13.4%), 100~299인 240명(11.9%), 50~99인 180명(8.9%), 1000인 이상 84명(4.2%) 순이었다.

이를 통해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그만큼 안전 환경 또한 열악하다는 것을 짚어볼 수 있다.

또 근로자들의 연령이 높을수록 사망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60세 이상 사망자가 827명(40.9%)으로 가장 많았고 50~59세 604명(30.0%), 40~49세 368명(18.2%), 30~39세 156명(7.7%), 18~29세 65명(3.2%) 순이었다.

사망자 중 장년층의 비중이 큰 것은 고령화로 인해 근로자의 연령층이 높아지는데 비해 장년층 근로자들은 신체적 노화로 재해위험 대처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산업재해 예방으로 이어간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두현 한국안전학회 회장은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었던 우리 근로자들, 국민들에게는 훌륭한 DNA가 있음을 보았기에 이를 그대로 ‘사망사고 절반 줄이기’의 목표를 달성키 위해 달려갈 수 있음을 확신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도 이번 이천 물류창고 화재를 계기로 산업재해 예방에 노력할 것을 약속한 만큼 관련환경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산업재해 예방의 큰 전환점이 되는 시기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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