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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칼럼승인 2020.05.13 13:20 | 수정 2020.05.13 13:39
[전문가 칼럼-안홍섭]제조업 방식 틀 깨야 건설안전 성공한다한국건설안전학회 회장/군산대학교 교수

문재인 정부 들어 국민생명지키기 노력 덕분에 30여 년간 500명 이상을 웃돌던 건설업 사고사망자수가 2019년도에 처음으로 400명대로 줄었다.

하지만 건설업 사고사망자수는 전체 사고사망자수의 절반을 차지해 왔으며 이번에 달성한 건설업 사고사망자수 428명도 정확하게 전체 사고사망자수 855명의 절반에 해당돼 숫자는 줄었지만 건설업에서 특별히 잘 줄였다고는 보기 어렵다. 사고사망자수로 보면 일반산업보다 10배 정도 사고사망만인률이 높으며 실제 노동자수를 반영하면 영국의 25배 수준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건설사고 예방의 근본적 문제는 제조업 방식의 안전관리조직에 있다. 이제까지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건설재해 감소 노력이 질곡을 헤맨 이유는 건설에 문외한인 전문가들이 도입한 제조업 방식의 안전관리조직과 도구들을 건설안전전문가 조차도 생각이 없이 그대로 답습한데 기인한다.

제조공장과 건설현장은 생산방식이 정반대다. 제조공장에서는 설비와 작업자가 고정돼 있고 최종 물품이 움직이는 정적인 생산방식인데 반해 건설현장은 최종목적물을 지정된 위치에 설치키 위해 작업자와 생산설비(가시설, 장비 등)이 끊임없이 변해야 하고 이동해야 한다. 여기에다 건설현장은 제조공장과는 달리 발주자, 감리자, 설계자, 원하도급 시공자 모두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기존의 안전관리자제도는 생산방식이 정적인 제조공장에나 필요한 기능으로 다수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며 특히 공장의 소유자이자 절대 의사결정권자인 발주자가 지속적으로 간여하는 건설사업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제도다.

주지하다시피 산업안전보건법, 정확히 표현하면 노동안전보건법은 산업혁명 초기 제조공장의 열악한 작업조건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키 위해 제정된 것으로 초기 법령의 명칭은 모두 ‘공장법(Factory Act)’이었다.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법도 근로기준법의 안전관련 규정을 뽑아내 별도의 법령으로 제정한 것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제정시 일본의 노동안전위생법을 근간으로 한 제조업 방식의 안전관리자제도를 건설업에도 그대로 도입해 참모와 감시역할을 해야 할 안전관리자를 라인 역할로 규정한 것이다.

이 결과 참모 역할을 해야 할 안전관리자가 사고가 나면 사법처리의 일차적 소환대상이 돼 현장에서 안전업무가 기피되는 풍토로 건설안전조직이 시작됐다. 산업안전보건법의 1차 전부 개정시 안전관리자의 역할이 참모 역할로 전환됐으나 그 후유증은 지금까지 남아 있다.

최근 산업안전보건법에 건설업용 안전보건조정자제도를 도입했으나 2개 이상으로 분리 발주하는 공사에만 선임케 해 대상 공사가 거의 없어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기존 안전관리자제도까지 그대로 존치시킴으로써 발주자의 부담을 가중시킴과 동시에 안전의 원칙에 배치되는 생산과 안전의 괴리 현상을 고착시켜 왔다.

이러한 잘못된 안전관리체제는 안전관리자가 선임된 현장 조차도 실질적으로 안전을 이행해야 할 공사팀이 안전을 안전관리자에 의존해 건설현장의 안전을 독려한 지 30여년이 지났지만 공사팀의 안전역량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이제 건설안전조직도 건설업의 생산방식에 맞는 조직으로 운영돼야 한다. 건설사업에는 규모에 무관하게 감리기능이 있다. 건설업의 불합리한 안전관리체제의 이면에는 건설기술진흥법으로 감리제도를 도입하면서 발주자의 책임을 감리자에게 모두 떠넘기고 안전을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관리자의 역할로 착각해 감리업무에서 안전을 배제시킨 것도 보이지 않는 중요한 실수 중 하나였다.

감리자로서 안전전문가의 핵심 역할은 EU Directive 92/57/EEC나 CDM 2007에서와 같이 안전의 원칙인 ‘제3자 감시’ 역할을 충실히 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건설재해를 제대로 감소시키려면 기존의 안전관리자는 발주자가 선임하는 감리단에 위치시켜 발주자의 안전책무를 대변해 설계자와 원하도급자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실효성이 부족한 제조업 방식의 위험성 평가,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안전점검, 안전교육 등 건설안전 관련 제도도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나 아직 전문가 조차도 기존의 잘못된 틀에 매몰돼 근본적인 결함에 대한 인식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판단된다.

건설사고 예방, 노력한 만큼 성과를 거두려면 건설사업에 부적합한 제조업 방식의 안전관리체제부터 혁파해야 하며 전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건설생산방식에 맞게 다시 한번 개정돼야 한다.

안전신문  webmaster@safet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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