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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기고승인 2020.03.12 12:29 | 수정 2020.03.12 12:29
[기고-박동탁]승진·건강·안전 그리고 후회전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교육원 교수

C회사 싱가포르 주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아들이 승진을 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왔다.

회사의 성장을 바라면서 한눈 팔지 않고 일하는 아들인지라 당연한 결과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경쟁자들이 언제나 있고 승진이란 쉽지 않은 직장의 좁은 문이니 칭찬하고 격려했다.

승진, 나도 이런 경험이 있기에 내가 직장생활을 할 때의 승진에 대한 추억이 떠올랐다. 아마도 족히 10여차례가 넘는 승진은 직장생활 내내 스트레스였고 그때마다 마음을 졸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대학 졸업 후 공채로 들어간 첫 직장에서 잠시 입사 동기들과 일하는 동안 승진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희비가 교차하기 시작했다.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거나 사교술에 능한 친구들이 먼저 승진을 했고 한동안 좌절하고 회의를 느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듬해 승진을 하고 그 뒤에는 순항을 했으니 다행이랄까?

어디서나 마찬가지로 내가 몸담았던 직장에도 별별 모습들이 나타났다.

업무를 등한히 하던 친구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사들에게 잘보이려고 노력해 먼저 승진을 하거나 윗분들과 잦은 술자리를 가져 환심을 사거나 상사들과 골프, 테니스 등 취미생활을 자주하면서 인맥을 쌓고 승진을 먼저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학연이나 지연으로 기회를 얻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부조리나 불공정을 보면서도 크게 개의치 않고 ‘맡은 바 임무를 열심히 하다 보면 승진은 찾아오는 것이다’라는 승진에 대한 일반적인 원칙이나 위안이 나만의 철학으로 형성됐고 결국 건강하고 안전한 상태로 무난하게 직장생활을 마칠 수 있었으니 여한은 없다.

직장에는 여러 직급이 있고 누군가는 그 직급을 차지하고 사정이 있어 결원이 생기면 누군가는 승진을 한다. 그러니 승진은 언제나 어디서나 찾아오게 마련이다.

피라미드 구조인 조직의 특성상 누군가는 고배를 마시고 도태되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으니 승진은 어렵고 승진은 승리이고 보람된 일이고 축하할 일이다.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축하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더 보람을 생각하면서 일하고 더 즐겁게 일하고 건강과 안전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일하기를 바란다. 언젠가 직장생활을 마칠 때 아무 탈 없는 몸으로 직장을 나서는 것은 너무도 중요한 일이다.”

또 오래 전 내가 정년을 맞은 날 쓴 일기도 보여주고 싶었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일해야 하지?”

“지금 그만두면 여러 사람들이 욕하겠지?”

“빨리 회사를 그만 두게 하는 법은 언제 만들어지는 거야?”

바라면 쉽게 이뤄진다는 말처럼 몇년전부터 이런 농담을 자주했더니 결국 이뤄지게 됐다. 말이 씨가 됐다. 그만 일하라는 엄명이 떨어졌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여러 사람들에게 말했으니 주워 담을 수도 없고 이제는 실천해야 한다.

“그런 말을 하지 말 걸….”

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취업을 했고 결혼을 해 두 아이를 낳고 승진을 했으며 회사를 옮겼다. 수도권으로 진입을 했고 며느리를 얻었고 두 아이를 독립시켰고 손주와 손녀를 얻었다. 그리고 3권의 책도 만들었다.

해야 할 일을 거의 다했다는 느낌이 들고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사실 그 이전에 감사해야 할 일이 많다. 보잘 것 없는 필자에게 이토록 과분한 인생을 만들도록 도와주신 주위의 여러분들에게 감사할 일이다.

주위에서 함께 호흡하며 같은 길을 걸었던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필자가 힘을 얻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런 분들이 마지막까지 또 베풀어 주셨다.

귀한 시간을 이틀씩이나 내어 함께 안면도에 가서 밤을 지새웠고 가야산까지 올랐다.

필자는 그리 잘하지도 못했는데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사실 마음에는 있어도 말을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선배는 물론이고 동료나 후배들에게도 흡족한 도움을 준 적이 별로 없다. 나름대로 노력은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허술하기만 했다.

‘왜 마음을 활짝 열고 그들을 배려하지 못했을까?’

아쉬움도 남아 있다.

화학공장에서 일했던 행복한 경험을 갖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일을 했지만 제대로 했다고 자부하지 못한다.

가까이 있기에 자주 가게 되는 중앙병원에서 수많은 산재환자들을 만나면서 항시 미안했다. 내가 좀더 잘 했더라면 저런 분들이 여기에 오지 않았을 텐데….

그러나 강물이 흘러가듯 세월은 가고 그 속에서 나도 가야 한다. 이제는 만고의 진리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차례다.

아니 이제는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두번 다시 겪지 않고 제대로 갈 작정이다.

모름지기 자연을 벗하며 더 인간적이고 더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 나가야 겠다.

안전신문  webmaster@safet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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