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민생당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

지난 1월에 발생한 코로나19가 두달동안 우리나라를 마비시키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분야가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 직장은 1명의 감염자가 발생해도 작업장 폐쇄, 업무정지 등 회사에 미치는 부작용이 매우 크기 때문에 감염성질환을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근무하는 건설현장은 코로나19 등 해외 유입 감염병이 더욱 빨리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여의도 건설현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현장이 폐쇄됐고 인천의 건설현장에서도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했다.

건설현장에는 하루에도 수백명씩 일용직 근로자가 신규로 출근하고 있는데 보건관리자가 새벽부터 체온측정, 마스크와 손소독제 지급, 건강생활수칙 교육, 건강상담, 현장의 위생상태 파악 등 엄청나게 많은 업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업무를 수행하는 보건관리자는 단 1명에 불과하다.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으로 보건관리자를 단 1명만 배치토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면서 국제 교류가 많은 기업은 해외 출장을 다니는 근로자도 많은데 최근에는 유럽, 미국까지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보건관리자가 배치돼 있다면 해외 출장 근로자에 대한 국가별 맞춤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겠지만 사무직만 근무하는 직장은 보건관리자 선임대상에서 제외되고 보건관리자가 배치돼 있지 않아 이에 대한 관리를 받을 수가 없다.

하루 종일 말을 해야 하는 콜센터는 작은 공간에 상담원들이 밀집돼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감염병 확산이 매우 빠르게 이뤄진다. 구로구 소재 콜센터에서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타난 것도 이와 같은 특성으로 인한 것이다.

하지만 콜센터도 보건관리자 선임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콜센터 직원들은 각종 스트레스와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하루 종일 앉아 있어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과 근골격계질환 등이 발생하고 있는데 보건관리자가 선임돼 있지 않아 이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만나야 하는 택시 운전기사는 좁은 공간에 승객과 함께 동승하고 있어서 승객으로부터 감염될 확률이 매우 높다. 택시 운전기사 중에는 고령의 근로자가 많이 근무하고 있고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근로자들이 많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그 심각성은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그동안 운수업은 보건관리자 선임대상에서 제외돼 있었으나 이번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보건관리자 선임대상에 포함됨으로써 앞으로는 보건관리자에 의한 전문적인 보건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돼 무척 다행스럽다.

보건관리자는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만성질환부터 감염성질환 관리까지, 일상적인 건강습관 지도부터 응급처치까지 다양한 일을 수행한다.

보건관리자가 배치돼 있으면 위험상황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를 계획적으로 수행할 수 있고 문제가 발생해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보건관리자를 배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에 보건관리자 선임 대상 업종이 제한적으로 명시돼 있어 전 업종에 보건관리자를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보건관리자는 감염성질환 관리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명시된 보건관리자의 업무에는 감염성질환 관리업무가 포함돼 있지 않다.

보건관리자 업무에 이 내용이 포함되면 보건관리자가 감염성질환 관리를 위한 역량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고 체계적인 준비를 면밀히 시행할 수 있으므로 일반 사업장에 배치된 보건관리자의 업무에 감염성질환 관리를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에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도 보건관리자가 직원들 건강관리를 집중적으로 잘 수행해 보건관리자의 중요성을 깊게 인식했지만 유행이 지나고 나면 보건관리자의 중요성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어떤 신종 감염병이 출현해 직장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 올지도 모르지만 향후에 발생할 상황에 대비해 전 업종에 보건관리자를 배치하고 감염성질환 관리를 보건관리자 업무에 포함하며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 조치법’을 개정해 보건관리자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안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