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과학실에 대한 안전관리기준 조례 신설 등 요구

장기방치로 백화 현상이 발생한 폐시약 / 사진 = 대구안실련 제공.

대구안실련이 원인 모를 가스 냄새를 흡입하고 74명이 구토, 두통 등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실려간 경상여고 악취 사고의 주요 원인이 학교 과학실 부실관리 때문일 것이라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지난 9월 2일 경상여고에서 발생한 악취사고 원인조사와 관련, 대구안실련 자체 조사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경상여고 악취사고는 9월 2일 오전 대구 북구 침산동 경상여고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스 냄새가 발생해 74명의 학생이 병원으로 이송된 사건이다.

당시 학교측은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수가 갈수록 늘어나자 이날 오후 2시 50분부터 전교생을 귀가 조치한 바 있다.

사고 발생 이후 대구시 주관 전문가 조사위원회 위원활동 참여로 인해 대구안실련은 자체 조사 발표를 미뤘었지만 시민 알권리 차원에서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다는 연합의 결정 하에 이번 조사 결과 발표를 진행키로 했다.

조사 전 일각에서는 공장에서 배출된 오염원이 악취 발생의 주요 원인일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번 발표에서 대구안실련은 주요 원인을 ‘학교 자체에서 발생된 악취’라고 보고 있다.

대구안실련은 그 근거로 악취발생 지역이 강당 2층으로 매우 제한적인 공간에서 발생됐고 만약 공장에서 악취가 배출돼 기류를 타고 확산시에는 학교 및 인근 전반에 냄새가 감지되는 것이 원칙인데 인근 공장과 주변 주민들의 악취 불편 호소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특정장소인 강당 2층에서만 악취가 발생한 것은 공장에서 배출된 오염원 보다는 학교 자체에서 발생된 유해물질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다만 대구안실련은 학교 자체의 유해물질이 주요 요인일 것이지만 평상시 발생된 주변공장의 저농도 악취가 강당으로 유입된 상태에서 에어컨 가동으로 악취농도가 강당 2층쪽으로 기류가 올라가고 여기에 과학실의 고농도 악취까지 섞이는 등 사고는 복합적 원인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근거로는 보건환경연구원, 국립환경연구원, 한국환경공단의 조사자료를 제시했다.

자료를 보면 휘발성 유기물질, 벤젠 및 지정악취물질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학교 강당, 과학실에서 대상 물질이 검출됐고 특히 과학실에서는 메틸렌 클로라이드가 고농도로 검출되기도 했다.

메틸렌 클로라이드는 저농도로 노출될 경우 피부 및 눈에 자극을 일으키고 고농도 노출시 졸음·현기증, 중추신경계를 손상시켜 두통과 어지러움·호흡곤란 등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발암의심물질이기도 하다.

과학실은 국소배기시설 및 약품정화용 방지시설이 없었으며 폐시약들을 장기간 보관한 상태였고 이 시약들은 백화현상이 발생해 악취가 심한 상태였다.

또 폐시약장 배기구는 남쪽 창문 외부로 노출돼 강당 창문쪽으로 악취 유입이 가능한 상태였다.

결론적으로 평상시 발생된 주변공장의 저농도 악취가 강당으로 유입된 상태에서 과학실 고농도의 악취가 섞여 공기 중 농도가 상승된 것으로 보여 이번 사고는 학교 및 외부 환경에 의한 복합적 원인에 의해 발생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대구안실련의 의견이다.

이번 발표를 토대로 대구안실련은 학교를 대상으로 ▲대구시와 교육청이 초·중·고 과학실에 대한 안전관리기준 조례 신설 ▲약품구입·사용·보관·폐기(폐액, 폐시약)기준, 시설기준, 보호구, 안전교육, 책임자 지정·비상대응 등 안전관련 기준 조례제정 시행 ▲대구시 초·중·고등학교 과학실 안전관리 실태 전수 조사 및 점검 실시 및 결과 공개 ▲학교 과학실 안전관리 실태조사 결과 개선조치 및 매뉴얼 제정 ▲경상여고 학생에 대한 악취피해 관련 역학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공단 기업체와 관련해서는 ▲학교 주변·공단 악취오염원 시설 전수 조사 및 결과 공개 ▲학교주변·3공단 전역 대상 악취 관리지역으로 조례 지정 ▲사업주·종사자에 대한 MSDS 직무교육 및 지원 등 강화 ▲시민 악취 감시단 운영 등 상시 감시체제 강화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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