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애 경인산업보건컨설팅 대표

우리는 내년 1월 16일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번 개정에서는 법의 보호대상을 확대하고 건설업에 대한 규정과 도급사업시 안전보건조치가 강화되는 등 모든 사업에서 해당 근로자뿐 아니라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안전보건경영이 중요한 의무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대한 규정은 오는 2021년 1월 16일부터 시행으로 제조·수입자가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작성 및 고용노동부에 자료 제출, 영업비밀로 하고자 하는 물질에 대한 일부 비공개 사전 승인제도 등의 변화로 시행일을 미뤄 둔 상태다. 아마도 현재의 물질안전보건자료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키 위해 좀더 많은 정비가 필요해서 준비기간을 길게 했을 것이다.

물질안전보건자료제도는 과거 사업장에서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작업하던 근로자들의 직업병(열다섯살의 어린노동자 문송면의 수은중독, 죽음의 공장 원진레이온의 이황화탄소 중독 등) 발생을 계기로 탄생됐다(1996년 7월 1일).

내용을 보면 근로자에게 사용하는 물질에 대한 유해·위험성 등 올바른 화학물질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공급자는 물질안전보건자료 작성해 제공하고 사용자는 근로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물질안전보건자료 게시·비치, 화학물질을 담은 용기에는 유해·위험성 경고표시, 이에 대한 근로자 교육, 작업공정별 관리요령 게시 등이다.

이후 사업장에는 화학물질에 대한 물질안전보건자료가 보급되고 담은 용기나 포장에는 경고표시가 기재돼 있는 등 물질안전보건자료제도가 쉽게 작업현장 안에 적용돼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하면 물질안전보건자료제도로 인해 ‘근로자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화학물질의 유해·위험성 및 응급조치요령 등 ‘화학물질의 안전사용을 위한 설명서’를 제공해 화학물질 취급자의 자율적 행동변화 및 작업환경관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외국인 노동자의 노말헥산 중독으로 인한 일명 앉은뱅이병, 최근 전자산업 하청업체 파견노동자의 메탄올 중독으로 인한 실명 등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인지하지 못해 발생하는 후진국형 재해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물질안전보건자료제도가 사업장에서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업현장에서는 본래의 취지대로 근로자에게 제대로 된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 전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분명 물질안전보건자료는 ‘근로자의 알권리 충족’과 ‘화학제품에 대한 안전사용 설명서’라고 했다. 하지만 이 설명서가 너무 어렵고 내용도 많아 사업주도, 관리자도, 근로자도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면 그냥 법적으로 갖춰둔 한낱 서류에 불과할 뿐이다.

처음 물질안전보건자료제도는 좀더 쉬운 우리나라만의 표기방법으로 시행돼 왔다. 이후 국제적으로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전달 형태를 통일시키는 세계조화시스템(GHS MSDS)을 적용(2010년 7월)하면서 유해·위험성 분류기준과 경고표시 등이 좀더 세밀해지고 어려워지게 됐다.

하지만 우리는 제도만을 탓할 순 없다. 글로벌시대 전세계가 같은 제도로 근로자를 위한 화학물질설명서를 만들었으니 작업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고민해 봐야 한다.

그렇다면 화학물질의 유해·위험성을 어떻게 알게 할 것인가?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물질안전보건자료의 교육일 것이다.

우리가 약을 사면 설명서가 제품 상자 안에 들어 있지만 그걸 꼼꼼히 읽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중요한 주의사항은 직접 약사의 설명을 듣고 경각심을 갖게 된다.

이처럼 전문가가 중요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 유해·위험성과 기본적인 행동요령을 알리는 것이다.

특히 해당 물질의 유해·위험성 정도를 구분하는 방법(숫자가 작을수록 유해·위험성이 큼)과 경고표시를 이해하는 요령, 응급조치 및 독성에 관한 정보(가능성이 높은 노출경로(호흡기, 피부 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할 것이다. 또 자꾸 보고, 알고 보고, 궁금할 때마다 보고, 친숙해져서 자신이 사용하는 물질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당연한 일이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근로자에게 쉽고 올바른 화학물질정보제공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물질안전보건자료제도의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제언코자 한다.

현 제도의 어려운 물질안전보건자료는 ‘설명서’라기 보다는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정보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에 정부에서도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담긴 정보 내용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물질안전보건자료의 고용노동부 제출, 영업비밀로 하고자 하는 물질에 대한 사전 승인제도 등의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개정 시행될 제도에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지’ 역할도 중요하지만 좀더 근로자 중심으로 접근성 있게,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진 ‘설명서’가 되길 기대해 본다.

그러기 위해 정부는 앞으로 시행될 제도에 따라 얻어진 화학물질 제조·수입자가 제출한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데이터로 잘 정비해 사업장에서 유통되는 화학제품에 대한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누구든 필요할 때 다운받을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클릭 한번으로 어려운 내용에 대한 해설까지 유해·위험성에 대한 궁금증을 쉽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IT강국에서 언제까지 종이로 된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비치하고 법적으로는 모든 할 일을 다한 것처럼 서류로만 행정을 할 것인가?

2021년 물질안전보건자료제도 변화에서 아마도 예전부터 준비했지만 실행되지 못하고 잠자고 있었던 ‘물질안전보건자료 허브시스템’을 제대로 갖춰 쉽고 제대로 된 정보 소통으로 ‘근로자의 알 권리가 충족’될 수 있도록 준비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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