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본부장

산재보험은 1964년부터 시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보험이다.

일을 하다 다치거나 병에 걸린 노동자에 대해 치료와 각종 급여를 지급하고 상담과 재활을 통해 건강하게 가정과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회안전망이다.

산재보험업무는 근로복지공단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산재보험 보상과 관련해 주목할만한 변화가 있어 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노동자가 통상적인 출·퇴근길에 발생한 사고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출근길에 자녀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준 후 갑자기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과 부딪혀 목과 어깨를 다친 경우나 퇴근을 위해 평소와 같이 버스를 타러 버스정류장으로 가던 중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로 팔이 골절되는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출·퇴근하다가 발생한 사고만 산재보험법에 따른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으나 산재 인정 범위가 더 넓어졌다.

또 재해자는 산재신청을 더 쉽고 편리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부터 회사의 사전 확인 없이도 재해자가 직접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즉 사업주 확인(날인)제도가 폐지됐다.

이같은 산재신청 절차 간소화와 통상적인 출·퇴근 재해 인정 등으로 지난해 산재 신청자수는 2017년에 비해 2만4860명이 늘어 13만8576명에 이르렀고 산재를 겪은 노동자들이 직장에 복귀한 비율은 65%대를 넘어섰다.

올해는 산재신청 서식이 더욱 간소화됐다.

기재항목이 45개에서 27개로 대폭 줄었고 그동안 공단이 정한 의료기관의 소견서를 첨부해야 됐지만 사정이 어려운 경우 일반 소견서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보상 범위를 넓히고 산재신청을 쉽게 함으로써 예기치 못한 재해로 인한 경제활동이 어려워진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유지는 물론 사회복귀 지원을 원활히 함으로써 산재보험이 사회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산재보상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산재보험의 보호 대상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와 근로기준법은 적용받지 못하지만 산재보험법의 특례에 따라 보호되는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중소기업 사업주(자영업자)로 구분된다. 특례에 따른 가입대상이 점점 확대되고는 있지만 일부 직종으로 제한돼 있어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를 보완키 위해 지난 10월 7일 정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자영업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 7월부터 가정을 방문해 화장품을 팔거나 정수기를 점검해 주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이르면 연말부터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1인 자영업자도 업종에 관계 없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더 많은 노동자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사각지대를 줄여 나가는 것이다.

이는 취약계층에 대해 사회안전망을 보다 촘촘히 해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 보상도 중요하지만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손자병법의 13계에 초윤장산(礎潤張傘)이란 말이 있다. 무슨 일이든 생기기 전에 사소한 조짐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산업재해도 다르지 않다.

노동자는 스스로 주변의 위험요소를 꼼꼼히 살피고 사업주는 쾌적한 작업환경 조성에 힘을 쏟아 산업재해 발생 조짐을 미리 차단해야 한다.

안전은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리는 기본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산재보험은 출근에서부터 귀가까지 일하는 사람을 위한 든든한 동반자이자 안심일터를 만들고 지키는 파수꾼이다.

보다 많은 노동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키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제도 개선에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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