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는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동등한 관계 함께 고민하며 안전 실천… 사람을 위한 일터 조성”

서로 상(相), 살 생(生)을 합쳐 완성되는 상생(相生). 서로 살린다는 뜻의 이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항상 사용되는 단어다.

안전도 예외는 아니다. 나만 잘한다고 사고가 안나는 게 아니듯 안전관리에 원청과 하청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원청과 하청이 서로 협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경산공장은 코오롱인더스트리(주)의 산업자재 관련 주력 사업장으로 다수의 화물을 운반·적재하고 에어백 원단부터 자동차 Seatbelt 용사까지 섬유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각종 화학물질을 다루고 있다.

곳곳에 온갖 위험이 도사릴 수밖에 없는 경산공장은 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세심한 관찰과 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보고 하청업체를 부르는 용어부터 바꿨다. 갑을 관계가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관계라는 뜻에서 비즈니스 파트너 즉 BP(Business Partner)사라 부른다.

안전신문은 하청을 향한 단어를 변경하는 것 외에도 전폭적인 지원으로 원·하청 상생안전협력을 실천하고 있는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산공장을 방문해 그들의 노하우를 살펴봤다.

과거에 발생한 사고 거울삼아
계층별로 현장 안전유해요소 발굴
똑같은 사고 되풀이되지 않도록
올해부터 RSM활동도 활성화

헤드가드 등 기본 방호장치는 물론
속도제한장치·인공지능시스템 통해
지게차 안전사고 획기적으로 줄여
산재사망사고 절반 줄이기 적극 동참

 

청업체가 아닌 ‘비즈니스 파트너’

단어 하나 바꾸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라는 말이 있듯 언어습관은 인간의 사고·가치관 등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같은 관점에 따라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산공장은 하청업체가 아닌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원·하청은 계약에 의해 형성된 것이지 상하관계는 아니라는 가치관을 심어 주기 위해서다.

이같은 단어의 변경·사용을 통해 하청업체가 위험한 상황에 대해 아무런 말이나 요구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동등한 관계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다.

나아가 경산공장은 하청업체를 동등한 파트너로 대하며 안전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RSM‘RE;BIRTH Safety Mind’활동이 있는데 과거에 발생한 사고를 거울삼아 똑같은 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다.

RSM활동은 각 계층별로 현장의 안전유해요소를 발굴하고 개선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S-LPA(Safety-Layerd Process Audit)와 사고 후 세운 대책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S-Go&See’로 이뤄져 있다.

모든 근로자의 안전 확보를 기본으로 삼고 현장 구석구석 사소한 것 하나까지 신경쓰는 경산공장의 안전마인드가 엿보인다.

사소한 것부터 모든 것 철저히 확인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경산공장은 사고 위험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화학물질을 탱크에 주입하는 과정에서 마찰에 의해 정전기가 발생하는데 이 정전기로도 불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정전기가 절대로 생기면 안되는 곳이 있는데 바로 셀프 주유소다.

기름을 차에 넣는데 왜 불이 날까 싶겠지만 주유소에는 공기 중에 기름방울이라고 하는 유증기가 많기 때문에 작은 스파크에도 순식간에 불이 붙을 수 있다. 그래서 셀프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기 전에는 정전기 방지 패드를 꼭 터치해야 한다.

경산공장에서는 접지를 함으로써 정전기를 해소하는데 접지가 불량일 경우 충입작업이 진행되지 않도록 자동접지장치가 설치돼 있다.

뿐만 아니라 ▲충입작업 전·중·후 안전점검 실시 ▲관리자 현장 입회 ▲화학물질별 절차서 현장 게시 ▲실질적인 작업자 보호구 착용 확인 지도를 함으로써 화학물질 충입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인공지능·속도제한장치로 지게차 사고 예방

정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지난해부터 ‘산재 사망사고 절반 줄이기’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사망재해 발생 원인 1순위로 꼽히며 근로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기계·설비가 바로 지게차다.

지게차 사고는 과적에 의한 운전자 시야 미확보, 과속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경산공장은 지게차에 전조등, 후미등, 헤드가드, 백레스트, 좌석 안전띠 등 법적 방호장치를 갖추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속도제한장치 등 추가적인 안전장치를 통해 과속에 의한 부딪힘을 예방하고 있다.

속도제한장치는 차량의 속도가 9km/h 이상 올라가면 경보가 울려 운전자뿐 아니라 주위에 있는 다른 작업자들도 경각심을 갖게 하고 11km/h 이상에서는 운행할 수 없도록 설정돼있다.

내년부터는 인공지능 인체감지시스템을 통해 지게차에 의한 안전사고를 예방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인체감지시스템이란 지게차에 설치된 인체감지센서가 사람의 접근을 감지하면 주의하라며 경보음을 울리도록 하는 것으로 지게차 유도자를 따로 배치하지 않아도 인체감지센서가 주변을 통제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이렇듯 경산공장은 원청과 하청이 동등한 관계에서 일할 수 있도록 부르는 호칭을 바꾸고 함께 안전을 위해 노력한다.

위험은 시스템적으로 원천 차단하며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듯 작업의 단계마다 안전부터 확인한다.

 

<인터뷰> 신재호 코오롱인더스트리(주) 경산공장 환경안전팀장

“부모의 마음으로 끊임없는 관심 기울여야 사고 예방
안전은 스스로 지키는 가치… 타협이란 있을 수 없어”

▲먼저 환경안전팀장님께서는 안전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안전철학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안전뿐만 아니라 모든 일을 내 것, 내 가족의 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안전에도 적용하면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쉽게 떠오를 것입니다.

어릴 때 부모님으로부터 차 조심, 길 조심 등 끊임없는 관심을 받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공장에서의 안전도 부모님의 마음으로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 안전은 현실과 타협하는 순간 위험에 노출되므로 ‘설마 괜찮겠지’ 하는 생각을 갖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주차질서, 안전보호구 착용 등 기초질서 지키기를 강조합니다.

이러한 기초질서만 잘 지키더라도 안전사고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주) 경산공장이 원·하청 상생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원청업체가 어렵고 위험한 일을 하청업체로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계속되고 있지만 경산공장에서는 모기업이 나서서 협력업체와 소통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협력업체와 함께 공생협력단을 구성하고 월 1회 정기회의를 갖고 있는 것은 물론 (주)대구경북산업안전본부·산업보건협회 등 안전·보건관리 전문기관을 통해 기술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또 협력사에서 자체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매월 교육교안을 작성·배포하고 위험성평가 툴, 각종 안전규정 등 300여개에 달하는 자료들을 사내 전산망인 IKEN의 환경안전 게시판을 통해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작업환경측정, 특수건강검진 지원, 귀마개·방진마스크·방독면 등의 보호구 지급 등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산업현장 4대 필수 안전수칙 준수 결의대회 시행 등 안전문화 풍토를 조성하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원·하청 노동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전은 규제가 아니라 스스로 지키는 가치입니다.

규제가 없어도 스스로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안전을 습관화해야 합니다.

‘설마 괜찮겠지’ 하는 안전불감증은 절대 용납될 수 없습니다. 그 어떤 행위도 안전을 담보로 한다면 결코 허용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의 기본은 안전이며 이것을 바탕으로 현장의 활동들이 원칙적으로 수행돼야 합니다.

안전에는 타협이 없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마시고 경산공장의 항구적인 무재해 달성을 위해 다같이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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